저는 군복무중에 사고를 당하여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수혈할 피가 없어서 먼 곳으로 이송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청춘을 다 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자 죽는 것은 괜찮은데 부모님이 얼마나 애통해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죽는 것이나
지금 죽는 것이나
앞으로 20년 쯤 더 살다가 죽는 것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지 싶습니다.
죽음이란 것이 육체라는 옷을 벗고
친밀했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 정도인데
그 시점이 문제가 될 것이 있겠습니까.
언제부터인가 남의 죽음에 무덤덤해졌습니다.
그것은 나의 죽음에 무덤덤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저는 장인어른의 화장장에서,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서 걷잡을 수 없이 흐느껴 울었는데
그것은 거기서 나의 죽음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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