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훈빱니다.
그 덥던 여름이 끝나나 싶더니 다시 더워집니다.
오늘 오전부터해서 테마임도 코스를 오랜만에 타고 왔는데
무쟈게 덥더군요. 그래도 강원도 덕분인지 업힐은 좀 수월했습니다.
오늘 세번째 이야기 보따리를 풀겠습니다.
여행기에 나오는 사진의 거의 모두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강태휘군이 찍은 사진입니다.
드르렁 퓨우~~!! 드르렁 퓨우~~!!
예미읍의 새벽을 뒤흔들던 전차부대 이동 소음은
해가 한참 올라온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인근의 식당에서 백반을 아침을 간단하게 떼우고
오늘 목적지인 태백을 향해서 시동을 겁니다.
아침 기온은 오늘도 상당히 쌀쌀하네요. 모텔을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서 자켓을 꺼내 입습니다.
수라리재를 넘기 위해서 석항리로 달려갑니다. 재작년 막국수 먹었던 그 집은 그대로 잘 있더군요.
정선군을 벗어나 영월군으로 다시 접어듭니다.
석항리를 지나면 업힐이 시작됩니다.
풍경 좋은 곳에서 사진 하나 남깁니다.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차도 없네요.
원래 잘 없기도 하지만 말입니다.ㅎㅎ
사이클을 제끼고 올라간 김차진 선수는 정상에 서서
느긋하게 올라오는 저를 기다리고 있군요.
사이클의 굴욕입니다만 나중에 다 갚습니다. 갚는 이바구는 차차로...
수라리재는 강풀 원작의 만화 " 그대를 사랑합니다 "에서 송이뿐 할매의 고향인 곳이죠.
구비구비 돌아가는 고갯길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고려 마지막 왕이 유배를 가면서 이곳에서 식사(수라)를 하셨다고 해서 수라리라고 한다는군요.
수라리재에 올라서면 태백산 방향으로 고산준봉들이 도열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역쉬 이곳이 강원도구나 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수라리재를 내려가며 이리 저리 사진을 찍어봅니다.
꺽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사진 찍기 좋습니다.
수라리재를 내려서 조금만 가면 중동면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태백을 향한 업힐이 시작됩니다.
처음엔 업힐인지 몰랐습니다. 이상하게 힘들다, 어제 많이 타서 그렇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고 태백시 넘어가는 고개인 어평재까지 꾸준하게 업힐인 것이 GPS 로그에 나오더군요.
간간히 나오는 짧은 고개중 하나인 솔고개에서 휴식하며 여유를 즐겨봅니다.
풍경이 남다르게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동네도 예쁘네요.
솔고개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평지 같지만 사실은 업힐인 곳을 꾸준히 올라가
에너지 보충을 위해서 내덕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고생한다며 주인아주머니께서 옥수수를 내어주십니다.
시골 인심은 여전히 잘 살아있네요. 사이 좋게 두 개씩 묵었심다.
내덕마을 슈퍼에 아주머니 복 많이 받으세요~~
내덕에서 먹은 옥수수와 간식으로 힘을 내서 상동읍을 지나갑니다.
이곳부터는 제법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더군요.
조금 올라가니 칠량계곡이라고 소개가 나오면서 업힐 각도가 빡세집니다.
12-3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대열을 갖추어서 잘 올라갑니다.
중간중간 스마트폰으로 네비게이션 확인을 해가면서 라이딩을 했습니다
도대체 우린 어디에 있고 얼마나 더 업힐을 해야하는지 지도를 보며 의논하였습니다.
정말 지겹게 오르막길을 올라왔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태백시가 방가방가 인사하면서
끝내주는 업힐을 우리에게 선물해 줍니다. 기특한 태백시 같으니라구...
이제부터 좀 더 센 경사로 꾸준하게 올라갑니다.
태백 넘어가는 고개인 어평재까지는 제법 기나긴 업힐이 사이클러의 허벅지를 괴롭히네요.
업힐킹왕짱 차진군이 이때부터 다리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뒷무릎이 아픈 전형적인 사이클링 니 페인입니다.
힘들어하는 차진이를 달래어 가면서 만항재로 향합니다.
어평재부터 화방재까지는 길이 좀 많이 싱겁습니다.
이미 많이 올라와서 그런 것일까요?
편안하게 사진 찍어가면서 오를 정도로 평이한 경사가 이어졌습니다.
이 때 차진이는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게 아닙니다. 장경인대의 통증으로 거의 지옥을 느끼고 있었죠.
다 당해봐서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평이한 업힐을 광속으로 주행합니다.
태백에서 다시 영월로 지명이 바뀝니다.
정선에서 영월로, 영월에서 태백으로, 태백에서 영월로 다시 지명이 바뀌네요?
저어기 멀리 우리가 올라온 어평재의 모습이 보입니다.
고냉지 밭 밑에 하얗게 보이는 곳이 어평재 휴게소입니다.
평탄한 오르막을 지나고 조금 뒤부터 고개가 다시 발딱 서기 시작하네요.
여러개의 밴드를 구비구비 돌아서 올라갑니다.
도대체 이넘의 화방재는 언제 나오고 만항재는 언제 나오는겨? 하면서 쒹쒹거리며 업힐을 했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은 밴드를 몇 개 돌아서 급경사를 조금 오르니 저멀리에 고개표시가 보입니다.
드디어 화방재구나... 4-5킬로미터라고 하더마 8킬로미터는 왔지 싶습니다.
어랏? 그런데 이름이 화방재가 아니더군요.
삿갓재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이름으로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눈이 시원찮아서리...
가까이 가서 읽어보니 그 이름 찬란한 만! 항! 재!
해발 1,330미터의 만항재에 드디어 올랐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화방재는 어디에? 표시도 못본 거 같은데 말입니다.
만항재 업힐대회에서 제가 그랑프리를 먹었습니다.
사이클의 굴욕은 만항재 그랑프리로 모두 떨쳐버리고 만세를 외칩니다.
아래 사진은 그랑프리 수여자만 할 수 있는 포즈?
아... 그런데 차진이의 무릎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거의 페달질을 못할 뿐더러 다리를 드는 것도 어려워 하는군요.
석항에서부터 수라리재 다운힐 말고는 계속 업힐을 해서 그런지 무릎 상태가 정말 안좋습니다.
일단 태백에 짐을 풀고 병원진단부터 받고 휴식을 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목적지인 봉화보다 사람이 먼저 살아야 하겠기에...
선수촌으로 가는 길을 통해 태백시로 내려갑니다.
시간을 많이 벌었습니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촬영을 하는데
차진이는 일단 먼저 보냅니다. 사진보다 사람이 너무 아파서 괴로워 하는지라...
태백선수촌에 들어가보니 유도선수들 열심히 땀 흘리고 있더군요.
화이팅입니다.
태백선수촌부터 태백까지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들을 제껴가며 신나게 다운힐을 하니 태백 시내입니다.
모텔에 짐을 풀고 병원에 다녀와서 동네한바퀴 시작합니다.
일단, 태백하면 낙동강의 발원지 아니겄습니까? 황지 연못
그리고 시내를 어슬렁거리다가
태백우체국으로 가서 각자 집으로 옥수수 한상자씩 집으로 보냅니다.
어제 삶아 먹었는데 역시 옥수수는 태백 옥수수가 짱!!!
(작년에 양양에서 길 옆의 농가에서 파는 거 샀다가 거의 버렸던 아픈 추억이...)
우체국에서 구매하면 상당히 좋은 품질의 제품들이 가게 되니까 우체국 애용하는게 좋겠더군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사는 거 절대로 비추입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우체국에 혈압기가 있길래 혈압측정!!
건강상태가 양호하니까 뒷풀이 장소로 이동 ㅎㅎ
승소 닭갈비는 문 닫았습니다. 여고생들이 강추한 김서방네 닭갈비집으로 이동~~
강원도의 소주 산과 함께 뒷풀이를 즐깁니다.
태백식 닭갈비는 국물이 있어서 국물맛도 좋고 나중에 졸여서 라면, 우동사리와 같이 먹으면 맛있더군요.
그렇게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롯데자이언츠의 야구경기를 같이 보다가
밖에 나가 맥주 한 잔 더하고 들어와서 잠이 듭니다.
내일은 차진이의 무릎이 나아야 할텐데... 걱정이 많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