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의 아침 - 날씨가 화창한 것이 기분 좋은 예감>
아침 8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로탕패스 원데이 투어를 신청해 두었으니까요.
게으름이 이제는 제법 이력이 났는지 알람 없이는 일어나기 힘들어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환경에 엄청나게 잘 적응을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씻고 나서
두 아이에게 저먼베이커리(독일 빵집입니다.^^)에 가서 빵하고 음료수하고 좀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가급적 자잘한 심부름 거리는 일부러 애들을 시킵니다.
웨이터 아저씨 뭐 더 주세요. 뭐 있나요? 등등... ^^;
100밧으로 맛있는 크로와상과 롤케잌 등등을 사왔더군요.
음료수와 망고를 곁들여서 아침을 해결하였습니다.
여름철엔 망고가 있어 참으로 좋았습니다.
대체적으로 6,7,8월에 많이 납니다. 겨울에 가면 비싸지죠.
물론, 우리도 여행 막바지즈음엔 망고가 살짝 귀해졌지요.
아침을 해결하고 마날리 몰로 가는 릭샤를 타기 위해 마을 아래의
공용주차장으로 갔습니다만
릭샤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큰아들은 어제 우리가 내린데가 정류장 아니냐 물었고
사실 그랬습니다.
온천탕 바로 앞의 공간과 그 즈음이
오토릭샤가 보통 대기하는 곳입니다.
밑에 있는 터미널에 기다리다간 손님 꽉찬 릭샤만
구경을 해야 할 판입니다.
제가 먼저 뛰어 올라갔습니다.
릭샤를 불러서 타고 내려오면서 아이들과 아내를
같이 태웠습니다.
10분만에 마날리몰에 도착을 하고 관광청사무실로 갔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마날리 조금 위의 바쉬싯이란 곳입니다. 산성마을이라고 하면 이해가^^)
10시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햇볓아래에 기다리는 동안 한국분 4명을 같이 만났습니다.
맥그로드간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여대생과 라다크의 레로 넘어가려는 인상 좋은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물론 붙임성 아주 좋은 오스트리아 아가씨까지...
(얘는 어디서 배운 한국말인지 수시로 한국말로 반말을 해서 ^^ )
인도인들도 꽤 많이 있었구요.
10시 30분 버스터미널로 가라고 합니다.
로탕패스를 올라갈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중형 정도의 버스였는데 보기보다 버스가 괜찮아서
내심 놀랐습니다.
가급적 앞쪽에 자리를 잡고 드디어 로탕패스를 향해서 출발...
바쉬쉿가는 다리를 건너서 버스는 계속 달려나갑니다.
중간에 군부대도 있고
마을들을 지나서 오르막길로 접어들더군요.
여기서 재미있는 풍경을 만났는데
바로 모피코트를 대여해주는 업소였습니다.
100m에 0.65도가 떨어지니까 약 2000미터를 마날리에서
더올라가니 13도 정도가 떨어져
제법 쌀쌀할거라고 느꼈지만
모피코트는 다소 오버로 느껴졌습니다.
인도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씩 빌리더군요.
고무장화까지 셋트로 말이죠.
저희는 그냥 긴옷과 윈드자켓이 있어서
따로 빌리진 않았습니다만
반팔로 다니기엔 확실히 춥다고 느꼈습니다.
모피코트 대여소가 200여개 정도는 있다고 느낄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까요?
< 모피코트 대여소 - 인도인들이 아주 많이 빌립니다.>
버스는 중간에 이름모를 폭포에서 첫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계속 꼬불길을 올라갑니다. 멋진 풍경들이 펼쳐지더군요.
< 저어기 밑에 마을이 보입니다. 아직 반의 반의 반도 오지 않았어요>
< 폭포입니다. 물이 맑고 깨끗하더군요>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서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그 개체수가 현저히 적더군요.
팔~지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간단요기를 하였습니다.
빵조가리 몇 개론 충분하지 않았나 봅니다.
팔~지 과자는 생각보다 맛이 있더군요.
팔기는 뭘팔어? 라고 놀리기도 한 과자인데
애기 그림이 있는 팔지 비스켓 강력추천합니다.
비스킷을 먹으면서 차량은 계속 올라가면서
멋진 경치를 선물해줍니다.
< 이 바위 골짝 맞은편에 표류한 유에프오가 있을 거 같습니다.>
다시 버스는 마주오는 차량 비켜가랴, 지나가는 승용차 비켜주랴
바쁜 가운데도 중간의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점심을 해결하라는 말이죠.
일단 전망이 좋은 피자를 파는 업소로 올라갔습니다.
메뉴는 치킨비리야니, 난, 에그커리였죠.
아주 맛있게 쓰윽싹 해치웠습니다.
역시 먹는 솜씨 하나는 예술이랍니다.
식사를 마치고 트림 끄윽 할까 말까 하는 순간에
우리 버스에서 빵빵거리면서 가자고 재촉을 합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히말라야의 산길을 올라가더군요.
맞은편 골짜기에선 구름이 피어오르고
< 저어기 구름너머 천국이 있을까?>
길은 구불구불 저 멀리 우리가 돌아온 길을 내려다보니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폭포>
구절양장이 바로 이런 것이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습니다.
바로 자전거를 타고 험난한 길을 오르는
사이클리스트였습니다.
지티라는 메이커의 자전거를 타고
작은 배낭 하나 등에 달랑 매고
힘차게 페달질(햄머링이라고 하죠)을 하며
올라가는 그 모습에 작은 경외심이 피어오르더군요.
젊은 청년정신이 부럽기도 하구요.
굽이 굽이 올라가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휴게소에서 가졌습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니,
이 온 사방이 화장실이니 편한 곳 아무데서나 볼일 보라고 하더군요.ㅎㅎㅎ
<로탕패스로 가는 길은 좁고 구비구비 굽어져 올라갑니다.>
이런 저런 감상에 젖고 저어기 멀리 폭포도 바라보고
맴도는 독수리를 구경하다 보니
이윽고 로탕패스의 정류소에 차량이 도착을 하였습니다.
아주 많은 수의 승용차와 버스가 세워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긴 한 모양입니다.
그 중엔 로탕을 넘어서 레로 넘어가는 차들도 있었고
우리처럼 로탕패스만 둘러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도 있었죠.
일단 차에서 내리니 말을 끄는 사람들이 옵니다.
말한마리에 500루피 달랍니다. 세상에나...
이놈의 바가지요금은 언제쯤 안보려나?
적당한 가격에 협상을 하고 말에 올랐습니다.
말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조랑말이었습니다.
말에 올라타서 터벅터벅 움직임에 맞춰 몸이 들썩거립니다.
왼편의 솟은 봉우리 낄랑가띠는 구름에 제모습을 숨겼다 보여줬다
저하고 숨바꼭질을 하더군요.
저는 짠하고 얼굴을 보이는 순간에 사진기를 들이댔습니다.
로탕패스로 오르는 좌측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길을 따라서 죽 가게 되면 고산지대인 라다크 지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공기가 맑고 조용한 동네죠.
우리는 스리나가르로 내려가는 길이 이슬람 반군에 의해 종종 위협을 받는다고 해서
라다크는 포기를 하고 원점회귀를 했습니다.
저는 한비야가 아니니까요.^^
두 번째 사진의 길을 계속 자전거나 자동차로 가면 라다크에 닿습니다. 물론, 멉니다.
흔들리는 말 위에서 3-40분 정도 걸려
로탕패스보다 더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자
녹지않은 눈덩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 말에서 내려 아무 생각없이 뛰다가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어지럼증에 넘어질 뻔 했습니다.
깜빡했었습니다. 여기가 해발 4000미터 지점이란 사실을...
게다가 아이들은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며
그 자리에 앉습니다. 춥기도 춥더군요.
고산증세는 아이들에게 먼저 나타납니다.
이번에 레를 넘어가는 것을 포기한 것도 앞서 테러의 위협과 고산증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고산증에 약하거든요. 로탕패스만 해발 4100미터입니다.
조금 더 자라서 견딜만 할 때 다시 너희들끼리 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옆의 독일청년은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말을 타고 가는 것도 멋지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걷는 것은 더 좋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타는 것을 언제 한 번 더 해볼까요?
걷는 것은 아까 충분히 걸었거든요."
"당신 말도 맞군요"
아마도 청년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학대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죠.
내려오는 길 저멀리 티벳인들이 만들었을까?
서낭당 같은 깃발들이 힘차게 바람에 나부낍니다.
<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리는 타르쵸>
오른쪽을 돌아보니 레로 넘어가는 산길이 꼬불꼬불
저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길게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버스로 가까이 오자
아까 출발할 때 만났던 오스트리아 아가씨가 막 웃으며 반깁니다.
" 안녕~~ " 말도 잘 배우는 군.
그래 나도 안녕이다.
쌀쌀함에 짜이 한 잔을 아내와 같이 나누며
아이들에겐 시원한 음료수 한 병씩을 안겼습니다.
돌아오는 길, 볼 일이 급해서 버스가 떠나기 전
어디로 갈까? 물어보니
저어기 펼쳐진 들판을 가리킨다.
몸 숨기려면 꽤나 걸어야 하는데...
버스는 빵빵거리고 에휴... 포기다.
그냥 버스에 올랐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리막길은 더 위험해 보이더군요.
앞에 앉은 뱅갈로르에서 온 인도아저씨는
계속 뭔가를 물어보는데
피곤하고 잠도 오고...
끄떡끄떡 졸다보니 아까 모피코트를 빌린 곳이었습니다.
달려가서 볼일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내려섭니다.
< 길을 막고 선 용감한 소떼들>
중간중간 소들이 우리의 갈길을 가로 막고
내려오는 길은 나른함이 함께 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글귀
영어로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내용인 즉슨
잊지 마라, 이 길을 내기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길을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들이 있었을까?
험난한 길, 인도의 중장비수준으로 봤을 때
그 고충이 눈에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글귀를 잊지마라고
내가 편한 길을 가는 동안 이 길을 내기 위해 고생한 사람들의
노고를 한 번씩 생각해보자고 말이죠.
마날리에 돌아와선 버스터미널로 가서
내일 델리로 돌아갈 버스편을 예약하였습니다.
하도 사설버스에 이를 갈았던 터라
공영버스 825루피짜리 에어컨버스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아이들은 물론 반값입니다.
공영버스는 아이들 무조건 반값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열차도 마찬가지구요.
표를 끊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다이어리를 쓰고 여행기를 쓰는 시간입니다.
<알록 달록 여행기를 쓰고 스케치를 하는 시간>
여행기를 다 쓴 이후에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로탕패스 좋았냐구 말이죠.
아주 좋았답니다. 그런데 그 산꼭대기에
쓰레기 날아다니는 것 보고는 실망했다고 합니다.
구름에 의해 수시로 모양을 바꾸는 산,
맑은 공기, 웃음 넘치는 사람들
로탕패스...
비록 페트병과 오물들이 그 자리를 많이 더럽혔지만
그곳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 그 중간쯤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접습니다.
지금은 로탕패스의 널려있던 쓰레기는 생각이 나지 않고
장엄했던 낄랑가띠와 주변 봉우리들만이
제 가슴속에 다시 피어납니다.
그보다 더 멋진 안나푸르나라고 하는 곳도 있다던데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마날리, 로탕패스 지울 수 없는 이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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