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는 밤까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그쳤고 구름만 하나 가득
하늘을 완전히 덮고 있더군요.
햇볓이 나지 않아서 아주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머우랴 게스트 하우스 바로 옆의 히맘으로 올라갔습니다.
히맘의 천장에 앉아서 빠떼부르시끄리와 그 주변의 아침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구멍난 히맘의 천장을 통해서 아래를 보니
정말 쓰레기장이 따로 없더군요.
그래서 역사적인 유물일 것인데 히맘이라는 것이
너무 흔해서일까요?
그 동네 돼지들하고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의
화장실로 변해 있어서 기분이 그렇더군요.
히맘 주변엔 돼지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 똥돼지처럼 자그마하고
입이 길쭉한 그런 종자들이죠.
먹다 남은 망고껍데기, 씨앗을 갖다 놓으니
몇놈이 와서 아주 깨끗하게 비워줍니다.
인도의 도로에서 소, 돼지, 개는 쓰레기 청소를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종이류, 바나나 껍데기류는 소가 해치우고
돼지는 똥과 기타 잡동사니, 개는 똥이나 잡동사니들...
가족들은 아주 늦잠을 잡니다.
편안하게 우리집 같은 느낌이어서 그럴까요?
이즈음 아내는 상당한 피로를 호소하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저 못지 않게 힘들기는 마찬가지거든요.
물론 제 아내는 처녀시절부터 의료봉사로 험한 곳들 많이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십여년전 내전으로 혼란했던 태국버마 접경지역 난민촌
인도네시아 분쟁지역 난민촌 같은 곳도 다녀왔습니다.
분쟁지역이라고 가지 말라고 그렇게 해도 다녀오더군요. ^^
그래서 보기보단 현지적응을 다른 여인들보단 잘 하는 편인데도
인도는 다소 힘들다고 하더군요.
특히,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말이죠.
아이들은 게스트 하우스 앞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이에 신이 났습니다.
< 아제이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노는 아이들 >
아제이와 우리 아이들이 한 편이 되고
다른 동네 아이들까지 어울려 레슬링도 하고
서로 신이 났습니다.
텔레비전이 있는 아이 집에 가서 같이 텔레비전도 보고 오고
아무튼 애들은 애들끼리 확실히 잘 지낸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중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도 대충 해결을 하였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왕궁에도 가볼 것이지만 그건 해질녘에 가보기로 하고...
마침 눈에 자전거가 들어오더군요.
오는 길에 보았던 좋은 길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 오늘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께무에게 자전거 3대를 수배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하이킹용 자전거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짐자전거라도 좋았습니다.
여행에 지친 아내가 상당한 피로를 호소합니다.
햇볓 쨍쨍한 더운 날씨에 하이킹 한다니 이상한 눈으로... ^^
그러면 방에서 쉬라고 하고
아이들 둘을 데리고 하이킹에 나섰습니다.
물론 자전거는 2대, 작은 놈을 제 뒤에 태웠습니다.
저마머스지드 입구에서 자전거를 출발하였습니다.
마을입구까지 뻗은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고 인사를 합니다.
외국인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아마도 그들에게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내리막 끝 즈음에 제가 핸들 조작 실수로
부딪쳐서 큰아들이 넘어졌습니다.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옵니다.
아들을 걱정해 줍니다. 괜찮냐? 어린애는 괜찮다.
그러면서 걱정하고 진단하고 자기들끼리 난리입니다.^^
관심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아그라 방향으로
자전거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길사정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물이 가득 있고
패인 곳도 엄청나게 많더군요.
이왕에 시작한 자전거 하이킹 그딴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빠떼부르시끄리 입구에 있는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가서
손도 좀 씻고 자전거 셋팅도 새로 했습니다.
이제 다시 출발입니다.
<달려라 자전거 - 게스트 하우스 주인 자전거 18단>
아들은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면서 잘도 탑니다.
30분 정도를 달려서 어느 마을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들른 마을에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콜라를 다 마시는 동안
주변을 떠나지 않고 질문을 쏟아냅니다.
물론 영어를 쓰는 한사람이 질문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참 듣다 와르르~~ 웃는 형태이지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드니까
애들이 슬슬 겁을 집어 먹습니다.
자, 이제 가야할 시간~~!! 이별 인사를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도로 사정이 더 좋았다면
길가에 곰을 세워놓은 마을까지 가려고 했는데
길이 질고 물이 많이 고여 도저히 불가능해 보여서 중도에 방향을 바꿨죠.
오르막을 올라서 올드시티의 입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허물어진 성벽에 벽돌이 굴러 다닙니다.
마침 이곳에서 염소를 방목하는 가족이 있더군요.
이 꼬마가 염소를 불러서 포즈를 잡아줍니다.
< 아래에 있는 자전거는 제가 탄 자전거, 윗 자전거는 훈이가 탄 자전거>
아이들과 염소가 한참을 같이 놀았죠.
목동 꼬마에게 고맙다고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조금 주었습니다.
<염소와 놀고 있는 아이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왕궁입구까지 올라가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은 너무 즐겁습니다.
중간중간 유적 위에 공작새들이 앉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공작이 길가에 널려있단 사실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더군요.
역시 공작새는 야생이었습니다.ㅎㅎ
<내가 공작이야~~!!>
<즐거운 자전거 하이킹, 궁뎅이 아프지 마라고 께무가 준 스폰지 방석>
물론 엄청난 햇볓이 있기는 하였지만 달릴때의 그 기분이란...
왕궁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서 한도로로 나섭니다.
마차에 탄 인도인들, 버스에 탄 인도인들, 트럭에 탄 인도인들
모두가 아는체를 합니다.
저는 아들을 뒤에 태웠기 때문에 사이클릭샤왈라라고 하자
모두들 박수를 치면서 맞다고 합니다.
그런이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10여분을 달리니
다시 마을입니다.
2시간 30분 정도의 하이킹을 즐긴 것 같습니다.
날씨만 좋고 자전거만 괜찮다면 하루 종일 즐겨도 될듯하더군요.
아까 나설 때 인사를 하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반가워하며
헬로우 헬로우 부릅니다.
이제 느긋하게 손도 흔들고, 신나게 페달을 밟아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뒷쪽에 작은 아들을 태웠습니다. 바로 뒤에 사진찍는 아들용 자전거가 보이네요>
아내는 휴식으로 얼굴이 훨씬 나아져 있더군요.
찬(가이드)이 와서 왕궁관광을 하러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낙타보관소>
<올라오는 계단 빡셉니다.>
입장료가 260루피였는데 입장료 값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이드인 찬은 유달리 저기압인 아내를 보고 눈치를 자꾸 봅니다.
가이드 하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별로 신나하지를 않으니... 피로해 보입니다.
왕궁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많이 예민해져있습니다.
이럴 때 제가 좌안 나서야되지 않겠습니까?
이럴땐 공주님 대접, 아니지 왕비마마 대접을 확실히 해드려야 합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써야 된단 말씀이지요. ^^
이윽고 비가 그치고
다시 왕궁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비로 식어버린 관심은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게 되지는 않더군요.
찬에게 가이드한다고 수고했다고 돈을 주어서 보내고
가족끼리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이래저래 끌려다니는게 무척 싫었던 모양입니다.
가이드를 보내고 우리끼리 다니면서
100배와 론리에서 읽은 내용들을 설명해주자
기분이 많이 나아진 모양입니다.
<비가 엄청 많이 왔죠? 물 불어난 것 보세요>
판츠마할, 기타 등등을 다시 한바퀴 돌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여기는 아마도 거시기 머시기 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용을 썼죠. 흐흐
애고 비위 맞추기 힘들다... 헥헥...
100배 정도의 설명을 알고 있으면 궂이 가이드가 필요없단 생각도 들더군요.
궁전을 다시 한 바퀴 도는 동안
가족의 분위기는 다시 원위치해 있었습니다.
<아들과 다정하게 얘기하는 아내, 분위기 좋습니다.>
여러 사람이 여행을 다니다보면
피로도가 높아지면 팀웤이 깨지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 한 템포 쉬었다 가기... ^^;
다시 힘을 내서 올드시티 구경에 들어갔습니다.
올드시티는 궂이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더군요.
스산하고 황량한 올드시티에 앉아 있으니
정말 해외여행을 온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왠지 역사적으로 오래된 곳에 온 듯한 느낌...
내린비로 인해 습도가 높았지만
다시 힘을 충전한 우리 돌돌패밀리 앞에
걸리적거리는 것은 없었습니다.
<한 때는 강력한 무굴제국의 신도시에서 지금은 폐허화 된 유적지로...>
올드시티 들어가는 오솔길에
동네 건달 녀석들 옹기종기 모여있더군요
자기는 학생이라면서 1달러만 달라고 하더군요.
야 임마 니가 벌어서 쓰거라이...
일 안하는 사람에게 줄 돈 없다고 하면서(No working No money!!)
으슥한 길로 접어들었죠.
이놈들이 슬슬 따라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일단 우리도 후퇴를 했습니다.
사람 하나 없는 그런 길에서 이놈들이
깽판이나 놓으면 어떻게 피할 곳도 없고
계속 따라오면서 1달러 1달러 합니다.
이런 놈들이 제일 보기 싫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던지, 뭔가를 하고 요구를 하던지...
올드시티를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의 대다수가 저를 보고 아는체를 하더군요.
어떻게 나를 아냐고 물었더니 아까 자전거 타고 다닌 사람 아니냐고?
I saw your cycling~~!!
모두가 아는체를 합니다. 심지어 경찰관들도
흐흐흐... 기분 좋아라.
해질녘이 되어서 내려왔습니다.
시간이 멎어 있는 느낌
그런 느낌이 올드시티엔 남아 있었습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저녁은
아제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먹기로 하였습니다.
어제 망고 사기 위해 들른 저녁 시장에서 만난 아제이 레스토랑 주인장하고
내일 꼭 가기로 약속을 했었거든요.
제가 들어가자 주인장이 앉아있다 나섭니다.
아제이와 그의 두 형제, 그리고 아버님이 같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겸 레스토랑이더군요.
일단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신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방명록을 갖다 줍니다.
한국분들 많이 다녀 가셨더군요.
맛있는 메뉴 같은 것도 소개되어 있어서 음식을 먹기 좋았습니다.
난이나 코프타(스프 같은 음식입니다), 하여튼 음식맛이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아제이는 바로 옆에서 거봐요, 맛있잖아요?
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알아서 주문도 더 받고
참 친절하였습니다.
한국사람들 탄두리치킨 좋아한다고 하여서
우리도 좋아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 했지요.
음식 서빙이 끝난 후 아제이와 바로 아래 동생은 내려가고
막내는 여전히 옆에 앉아서 우리에게 서빙을 합니다.
사람이 많이 없는 비시즌, 가장 장점은 이런 것이겠지요?
그 업소의 가장 귀한 손님이 되는 그것~
비의 영향 때문에 그런 것인지
엄청나게 많은 모기가 달려들자 모기향을 피워주더군요.
맥주 2병, 음료수, 짜이, 등등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그집에서 먹은 것만 700루피 정도 되었으니까요. ^^
장사술에 넘어간 것일 지도...^^
보통 식비가 3-400루피였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이 먹은 걸로 기억됩니다.
식사를 마치고 골목 어귀의 짜이집에서 짜이 한 잔씩 더하고 있는데
께무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정기적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와서 공연중이라고 빨리 가서 구경을 하라고 합니다.
올라가니 덴마크에서 온 커플이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더군요.
끼어들기 뭐하고 해서 우리는 근처 의자에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들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그 음악가는 연주를 멈추고 짐을 정리하더군요.
조용해진 시각
더운 방에서 나와 게스트하우스 앞 마당에 께무와 같이 앉습니다.
조금 있으니 음악가가 나와서 같이 앉더군요.
제 앞에서 노래를 하였습니다.
단소로 아리랑을 연주하니까 자신의 악기를 꺼내서 장단을 맞추더군요.
역시 음악가는 음악가였습니다.
세마치에 어울리는 장단을 잘 뽑아서 맞춥니다.
그러더니 자신의 노래를 하고
아그라에까지 가서 공연을 하고 온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가족 대대로 노래하는 가수이고
전국방방곡곡 공연을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께무가 조금 있다가 그 사람에게 가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술을 많이 마셔서 보냈다고 하더군요.
저는 나서는 음악가에게 가는 길에 아이들 과일이라도 좀 사서 들고가라고
과일값을 쥐어주었습니다.
기분 좋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둠 속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께무와 같이 보았습니다.
그사람이 떠난 후 께무는 자기 주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상당히 권력이 스트롱한 사람인데
주정부의 고위층과 친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경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지금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몸이 많이 상했는데
젊어서는 이 인근에서 당할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유일하게 겁내는 사람은 위리씽 할아버지 밖에 없다고요.
할아버지가 엄하고 범상치 않아 보이시더니 굉장하시더군요.
지금 커다란 게스트 하우스를 마을 외곽에 짓고 있는데
부자라고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술에 빠지게 된 것은
아마도 형제들이 교통사고로 인해 둘이나 죽음으로 인한
허무감이 술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하루에 양주 1-2병을 매일 마신다고 하니까요.
또한 주인은 사진을 찍어서 지금 이 주에서 벌어지는 유아유기 사건에 대해
신문사에 제보를 해서 이슈화했다고 하더군요.
먹고 살기 힘든 판에 딸아이가 태어나면
길가에 버려 까마귀밥이 되게 한다는 썸뜩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인이 영향력을 행사해서 그것을 활자화하고 이슈화했다고 하였습니다.
가난은 사람을 이렇게 무섭게 만드나 봅니다.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나구고 있는 중에
주인장이 나옵니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이 프렌드 편히 쉬세요라고 말하더니 자러 갑니다.
주인이 떠나고 난 후
같이 이야기 나누던 동무들이 또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죠.
가이드였던 찬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친구들이 전부 저를 알더군요.
아까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 봤다고 하면서 말이죠.
하하... 자전거 덕에 빠떼부르시끄리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이 되고 만 것 같습니다.
자정이 넘도록 모기 쫓아가면서 여자친구 이야기,
가정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초대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비가 많이 와서 집이 엉망이 되어서 도저히
초대할 수 없었다구요. 인도의 배수 상태를 아는 지라
그 말에 가슴 한켠이 살짝 아렸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께무와도 안녕을 해야 합니다.
이때는 mtb를 시작 안했나요? 전차 타다 넘어 지시다니...
잘 보고 갑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