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잠을 자다가 더위에 깨었습니다.
이곳 빠떼부르시끄리는 소읍 답게 정전이 잦은 편이었습니다.
인도의 전기 사정은 정말 악평이 높습니다. 때때로 전기가 나가 암흑천지가 되니까요.
비가 오면 항상 정전이 되었고, 저녁 나절은 언제나 항상 정전이었습니다.
정전 때문에 선풍기가 멎는 바람에 무지막지한 위에 깨게 되었습니다.
께무에게 오늘 떠날 거라고 체크아웃 언제 하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하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오늘 머투라로 향하려고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아그라로 다시 들어갔다 머투라행 버스로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교통편이 있으면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워낙 작은 시골마을이라 택시 같은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0여일이 지나면서 이제 체력적으로도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어제 시장에서 택시를 잡고 비용을 물어보니 1000루피를 달라고 하더군요.
비싸다면서 께무가 다른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나갔습니다.
우리는 배낭을 싸매고 떠날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위리씽 할아버지가 우리를 부르더군요.
기념으로 준 1000원 지폐를 돌려주려고 그런다구요.
인도에선 이 돈이 쓸모가 없으니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라고 하시는 걸
기념이니 제 이름과 함께 꼭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사인과 함께 도로 드렸습니다.
할머니께 가서 아이들과 사진을 같이 찍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한 아이들>
핀랜드에 있는 손주와 우리 민돌이가 너무 똑같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이 무척 귀여워하셨는데
특히 할머니는 짬만 나면 민돌이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께무와 함께 한 아이들>
이윽고 께무가 왔더군요.
600루피에 머투라까지 태워줄 수 있는 택시가 있답니다.
버스로 가면 200루피도 들지 않겠지만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선택을 하였습니다.
배낭을 메고 식사비와 방값을 계산하고
나섰습니다.
입구에서 주인과 기념촬영도 하고
께무와도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께무입니다. 몇일 안되는 인연이었지만 참 좋은 인도인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배낭을 께무가 대신 짊어지고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저마머스지드 입구로 갔습니다.
짚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머투라에서 우리가 헤맬까봐 숙소를 미리 정하고 가랍니다.
기사에게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이죠.
적절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보았습니다.
론리플래닛의 장점이 이럴 때 발휘되지요.
여러군데 있는 곳 중에서
에어컨이 있는 숙소를 선택하고 머투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께무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가 생각이 나고 보고 싶군요.
돌아와서 그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국제우편으로 보냈는데 잘 받았나 모르겠습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친절한 께무를 참 좋아했습니다.
인도에 대한 안 좋은 많은 기억들이 그 친구가 씻어주었죠.
배낭을 뒷칸에 싣고 빠떼부르시끄리를 벗어납니다.
비로 인해 패이고 물이 고인 도로는 어제나 그대로입니다.
아그라 방향으로 달리던 짚차는 바럿뿌르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더니
길이 이내 좁아집니다.
좁은 길 사이로 시골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달려가는 아이들...
길을 가로막고 되새김질 중인 소들
분위기 파악 못하고 길가운데서 흘레를 하는 개들...
사탕수수를 한 짐 가득 무겁게 이고 가는 아낙네들
소달구지들, 사람들, 트랙터들...
평화스러운 풍경입니다.
바럿뿌르까지의 길은 소박하고 정겨운 길이었습니다.
바럿뿌르를 지나면서 큰 길로 합칩니다.
머투라 화력발전소를 지나자 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짚차 기사는 가다가 세워서 길을 묻고, 또 길을 묻습니다.
아마도 이 친구도 머투라가 낯선 곳인 모양입니다.
더위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습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무쿤드 호텔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머투라는 처음에 상상하기를 빠떼부르시끄리처럼 소읍으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길거리는 복잡하고, 사람들도 많더군요.
이곳에서 조용하고 소박한 곳이란 말을 들었던 저희들로서는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무쿤드호텔 에어컨디럭스룸 800루피에 묵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호텔이라서 시설은 깨끗한 편이었는데 개미가 좀 있었습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는데 작은녀석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열이 많이 나고 애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 하더군요.
일단 부설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방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였습니다.
훈이와 저는 환전을 해야했기 때문에 호텔을 나서고
아내와 민이는 호텔에서 쉬게 하였습니다.
호텔직원이 잡아주는 사이클릭샤를 탔습니다. 딱 15루피만 주라고 하더군요.
더 달라고 해도 주지 말라고... ^^ 친절한 직원들입니다.
그런데 이 릭샤왈라가 길을 잘 모릅니다. 허참...
인디아뱅크를 가야 하는데 자꾸 엉뚱한 곳에 세워줍니다.
결국 3-40분 헤매다가 겨우 찾았는데
영업시간 종료입니다. 에고에고...
알고보니 호텔에서 좌측으로 5-600미터 정도 떨어져있더군요.
결국 호텔직원도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를 몰랐던 것입니다. 흐흐
결국 헛걸음만 더운데 열심히 하게 된 셈이죠.
아니다. 머투라 지리는 확실히 알게는 되었군요.
우리가 돌아본 것이 머투라의 거의 전부였으니까요. ^^
돌아와보니 여전히 민이의 상태는 안좋습니다. 큰일이군요.
병원도 문을 닫은 시간이고 걱정이 많습니다.
우선에 망고와 과일이라고 사먹일 참으로 훈이와 다시 거리로 나갔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가보니 과일을 파는 곳이 있더군요.
황금색의 최고급 망고였습니다. 때깔 죽입니다. ^^
과일을 사서 릭샤를 타고 돌아와서
힘들어 하는 아이와 아내에게 과일을 먹였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룸에서의 휴식...
오늘 머투라 일대를 돌아보려고 했었는데 취소를 해야겠습니다.
저녁을 방으로 주문해서 먹고 잠을 잤습니다.
맥주 많이 드시라고 하던 웨이터 생각이 나는군요. 미리 많이 주문해 달라고 ^^
작은놈이 밤새 앓습니다. 엄마도 같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뒤척임 속에서 힘든 밤입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민돌이는 여전히 병세의 호전이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었더군요.
덜컥 겁이 납니다. 말라리아, 기타 등등...
호텔프론트에 아동병원을 물어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무쿤드호텔은 도시 중심이어서 병원이나 그런 곳이 가까웠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니 150루피를 달라고 합니다.
진료비와 접수비를 합친 돈입니다.
잠깐 기다린 후 의사선생님께 아이의 증상을 설명하고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세균에 의한 장염 정도인 것 같으니 큰걱정 안해도 된다고
하시더군요.
약만 제대로 먹으면 1-2일에 나아질 수 있다고요.
그 말에 힘을 얻었습니다.
처방전에 따라서 약을 조제하고 나니 머투라와 인근을 돌아볼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기더군요.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작은 애한테
힘이 들 것으로 생각되어서 오토릭샤를 1일 대여하였습니다.
250루피에 머투라 시내와 브린다원까지 모두 다녀오기로
합의를 하였습니다. (비싼 것인지 어떤지는 모릅니다.)
시내의 사원근처를 오토릭샤를 타고 간단하게 둘러보고
브린다원으로 향했습니다.
브린다원은 사원의 도시라고 할만큼 작은 도시에 사원이 많은 곳입니다.
수십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온통 도시를 덮고 있는 곳이죠.
바라나시가 인도인의 영혼이라고 한다면 머투라는 인도인의 의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스러운 도시로 사원이 아주 많고 사원순례도 많이 오는 곳입니다.
또한 이곳은 사랑의 신 크리슈나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라
인도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은 곳이었습니다.
크리슈나의 여자친구는 2만명이 넘는다고 바람둥이라고 웃던
릭샤왈라의 모습이 생각이 나는군요.
브린다원으로 가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입니다. 인적도 그렇게 많지 않구요.
햇볓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헥헥...
지도를 보고 가다 사원에 들렀습니다.
붉은색과 미색으로 조화를 이룬 사원입니다.
<첫번째 사원>
사원의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데요. 딱 보기에도 더워 보이시죠?
그 땐 아이가 상태도 안좋고 무척 더운데다가 사람도 붐벼서
제대로 관람을 하지 못했답니다.
마침 우리가 갔던 그 즈음이
크리슈나의 탄생일 근처였기 때문에
많은 순례객 때문에 입구에만 갔다가 도로 나왔습니다.
수많은 사람한테 떠밀려서... ^^
다음으로 간 곳은 빠갈바바라고 하는 힌두템플입니다.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마치 미니어처 같은 모습을 한 힌두템플이었죠.
크리슈나신을 모셔놓은 곳이라고 하네요.
<빠갈 바바 흰 대리석 사원>
< 크리슈나의 일생을 담은 자동인형극과 여러 사원들 >
흰대리석으로 만든 사원이었는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시원하더군요.
자동인형극이 되어 있어서 크리슈나의 일생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는데
저는 이해를 잘 못하겠더군요.
그곳을 나와서 고윈데블템플, 기타 등등의 템플을 다녔는데
<순례자들의 행진-정말 사람 많습니다.>
날씨가 워낙에 덥고, 아이들은 약간의 탈진을 한 상태라
여행길이 상당히 고생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더위에 작은 아들이 점점 지쳐갑니다.
힌두템플을 돌아보는 것을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시원한 곳을 제공하기 위해 왈라에게 물어보니
브린다원 시내에 에어컨이 있는 식당은 없답니다.
머투라의 특급호텔과 몇군데에 있다고 하더군요.
더위와 복통에 지친 가족을 데리고
다시 머투라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무쿤드 근처의 또 다른 호텔에 에어컨식당이 있다고해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우리의 릭샤 왈라 - 성실하고 친절했음>
호텔식당은 무척이나 깨끗하고 음식맛도 훌륭한 곳이었습니다.
외국인은 통틀어서 우리 밖에 없었죠.
그러다보니 자연히 시선집중이 되고
식당 매니저가 다가와서 친절하게 이것 저것 해결을 해줍니다.
시원한 킹피셔맥주와 함께 식사를 즐겼습니다.
에어컨빵빵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이들은 조금씩 원기를 찾아가더군요.
호텔로 돌아와서 일단 애들을 뉘였습니다.
두어시간 쉬고 난 뒤에 석양에 여무나 강가로 가보려구요.
그냥 호텔에 누워서 머투라의 시간을 모두 소모하기엔 억울하였거든요.
해질녘이 되자 인터폰이 울립니다.
릭샤왈라가 와서 대기중이라고 하더군요.
아까 6시쯤 되어서 다시 오라고 부탁을 했었죠.
이왕 밀어주는 김에 확실하게 밀어주려구요.
오토릭샤를 타고 야무나 강가로 갔습니다.
골목을 돌아서 한참을 들어가자 아그라게스트하우스가 나오고
그 앞에 여무나 강이 펼쳐집니다.
보트를 탔습니다. 물론 비싸게 탔습니다. 흐흐...
정가로는 100루피 안쪽으로 보트투어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두 배 주었습니다. 거기 밖에 배가 없는 줄 알고... 에혀...
사실은 그곳에도 배가 많습니다.
물론 바라나시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구요.
보트에 외국인을 태워보려고 용을 씁니다만
<야무나 강가의 보트, 누워서 편안하게 탈 수 있습니다. 재민이가 살아났습니다.ㅎㅎ>
강가에 외국인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보트를 타고 강심으로 들어가자 가트와 물가의 사람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야무나 강가의 가트의 모습입니다. 바라나시완 달리 조용하고 한산합니다. 재훈이가 아픕니다.>
사공에게 한국인을 태워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들이 오냐고 물어보니 일본인들은 간간히 볼 수 있다 하더군요.
그리고 웨스턴들...
보트를 타고 가는 중 물속에서 뭔가가 팔딱거립니다.
독수리의 공격을 받은 마이나(새 종류) 한 마리가 물에서 허우적대길래
건져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비스켓도 놓아주고 하지만 이놈은 떨기만 합니다.
사공에게 꼭 이놈 살리라고 부탁을 했었죠.
델리로 향하는 열차가 칙칙폭폭 잘도 달려나갑니다.
점점 하늘이 어두워져갑니다.
배에서 바라본 야무나의 석양이 아주 멋집니다.
<가트에서 찍은 석양, 배에서 찍은 석양>
투어를 마치고 배에서 내리려고 하자 브라만이라고 하는 사람이 내 이마에
붉은점을 찍으려고 합니다. 바로 상단막기...
찍히면 100루피는 기냥 나갑니다.
점찍기 싫으면 야무나를 위해서 기부를 하라고 하더군요.
가난한 애들 짜파티 사맥일 돈은 있어도
당신한테 기부할 돈은 없다고 하면서 돌아섰습니다.
눈 마주치면 또 피곤해지니까요.
이거 사공, 브라만인지 사칭하는 이인지 모르지만
똘똘 한통속입니다. 그려...
릭샤왈라는 옆에서 다소 곤혹스런 표정이더군요...
개입할 수도 안 할 수도...
나오는 길에 와인샵에서 위스키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
다시 아까의 호텔레스토랑에 내려서 돈을 줬습니다.
팁을 요구하길래 아까 보트비, 위스키값, 기타 등등에
커미션 있는 것 다 알지만 나 아무말 안했으니
그냥 가는게 어떻겠냐고 하니까
겸연쩍어하면서 잘가라고 하더군요.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난 후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아쉽지만 머투라는 저희 가족이 가장 실망한 곳입니다.
축제가 있다고 해서 갔으나 축제는 없었고
조용한 곳이라고 해서 갔으나 조용한 곳이 아니었고
순박한 곳이라고 해서 갔으나 등치려고 눈이 뻘갰구
게다가 패밀리의 75펴센트가 몸상태가 꽝이었으니까요.
그나마 좋은 식사와 깨끗한 방에서 시원한 휴식으로
큰 놈, 작은 놈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 진짜 작은 시골마을 디그로 갈것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나온 사진에서 본 작은 마을 디그로 갑니다.
아낙네가 물동이를 지고 걸어가는 화려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는데...
빠떼부르시끄리는 디그에 비하면 대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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