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3번째 날
그야말로 숙면을 취했다.
두통이 있어 타이레놀과 배탈로 정로환을 먹어서인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눈을 뜨니 7시.
가볍게 씻고와서 자전거를 끌고 컨딩으로 향한다.
컨딩까지는 불과 15킬로미터 정도?
남부 지역의 바닷가를 끼고 달리는 도로가 멋진 곳이다.
컨딩을 지나서
남만 해수욕장에 도착.
태풍의 영향으로 미친 듯이 치던 파도가 조금은 약해져있었다.
구명 조끼를 입고 해수욕을 즐기는 듯 구명조끼가 널려 있고
해변에는 파라솔들이 많았다.
모래사장도 우리 나라와 비슷한 모래. 풍경도 비슷하다.^^
해수욕장은 좁은 편이었고 파라솔들이 이쁘게 줄을 잘 서 있다.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듯
제트스키와 각종 레저 기구가 눈에 띈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대만 국토의 최남점을 향해서 달린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스쿠터에 짝짝이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짜요우~~!!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서로 지나친다.
제주도 바다 같은 느낌도 난다.
한가한 길을 달린다.
이른 시각이라 단체관광객이 없는 시간대라
도로롤 전세낸 것처럼 신나게 달렸다.
아직 해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그리 덥지도 않다.
컨딩의 랜드마크 닉슨 바위
아랫 입술이 툭 튀어나와 꼭 미국 전대통령 닉슨을 닮았다고
닉슨바위라고 이름지어졌는데
비슷합니까?
앞에서 영화를 찍는 아가씨들.ㅎㅎ
거친 파도를 배경으로 모델 포즈를 취하는 여행객들.
오, 멋진데?
조금 지나와서 본 닉슨바위의 모습입니다.
파도가 제법 거세어서 태평양 가운데 떠 있는 섬나라라는게 실감이 난다.
왔으니까 사진 한 방.
혼자 여행 다니면 안 좋은게 사람이 없으면
사진 하나 남기기가 쉽지 않다는 거...
그래서 요즘은 지팡이 같은 도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나는 실을 곳이 없어서 패쓰.
이런 길 좋다.
딱~!!! 좋다.
여유롭고 시원하고 바람마저 상쾌한데다
공기가 깨끗해서 폐가 완전히 정화되는 느낌이다.
게들이 다니는 길이니 천천히 운전하란다.^^
얕은 고개를 하나 넘어서니 또 좀 다른 느낌의 바다가 보인다.
제주도의 중문 해수욕장 느낌?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가 멋지다.
이 곳이 사진 찍는 포인트인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려다가
사이클슈즈를 신고 모래 사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풍경만 찍었다.
하나 찍어달라고 할 걸.
아침 일찍 도착한 어란비 등대.
사이클은 사무실에 맡겨두고 걸어서 올라간다.
입장료가 있었다.
아직은 사람들이 올 시간이 아니라 조용하다.
잔디밭과 열대성 식물들이 우거져 멋진 풍경이다.
시원하다.
시원한 풍경에 부담스러운 아저씨 하나 투척.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니 등대가 나온다.
등대 아래로는 산책길이 잘 가꾸어져 있다고 한다.
사이클 슈즈로는 장시간 걷기가 힘들다.
게다가 이제 9시가 넘어서니 단체 관광객이 하나둘 씩 들어오는 느낌이다.
대만팔경 어란비.
한자를 우리는 고등학교까지 배워서 어느 정도 쓰고 읽을 수 있는데
이 한자는 어렵다.^^
등대공원 너머러 시원한 태평양이 손짓한다.
포말이 이는 바다를 보니 아직 바다는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보다.
화가 난 바다는 나크리를 일본 본토로 안내했다고 한다.
아베가 자꾸 헛소리를 지껄이니 그런가보다.
큰 해양 침몰 사고로 슬픔에 젖은 대한민국은 피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등대는 9시가 넘어야 문을 연단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문이 닫혀 있어 발걸음을 돌린다.
경치 좋다.
저 멀리 뾰족하게 솟은 어제 팡산 넘어오면서 본 산이 보인다.
저 구간이 어제 제일 힘들었었는데...
휴게소도 없고, 그늘도 없는데다 해는 또 얼마나 작렬했던가...
제발 오늘은 구름아. 해를 좀 가려다오.
나오면서 돌아본 등대.
대만의 선원들은 이 곳을 지나면서 반짝이는 등대를 보고
조국이 가까웠음을 느꼈겠지?
저 아래 한 무리의 여행객이 올라온다.
이제 단체 관광 오픈 시각이다.
서두르자...
언덕을 하나 으쌰 으쌰 올라가니
우측으로 국토 최남점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입구에 내려 자전거를 끌고 표시탑으로 향했다.
이곳은 도보로만 들어오라고 되어 있다.
대만인 커플이 있길래 사진을 부탁했다.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그래도 구도를 잘 잡았네.^^
두 커플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스쿠터로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컨딩에서 스쿠터 대여가 되니까 많이들 빌려서 타는 거 같다.
대만 최남점에 선 애마.
핸들바백에 걸린 덜 마른 양말이 뭔가 좀 꼬질꼬질해 보인다.ㅠㅠ
최남점의 바위 지대는 출입금지.
산호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딱 여기 데크까지만 올 수 있다.
자연을 잘 지켜서 후손에게 잘 물려주기를 바란다.
최남점을 찍고 다시 컨딩으로 복귀다.
그런데 하늘이 심상찮다.
태풍의 후빨인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내리는 비가 시원하고 좋았다.
그리 강도가 세지 않았으니...
잠시후 컴컴해지더니
바가지로 물을 퍼붓는 듯한 비가 온다.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쉽게 그치지 않는다.
마냥 이렇게 있을 수도 없어서 컨딩으로 비를 맞고 달린다.
아, 시원하다.
옷이 젖으니 뭔가 시원한 쾌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폭우가 내리니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다...
헝춘에서 라이딩을 멈췄다.
폭우를 뚫고 가기엔 부담스러웠다.
차들이 지나면서 튀기는 물, 얼굴에 퍼붓는 비.
헝춘 버스터미널에서 자전거 싣고 카오슝까지 점프를 결정.
직원에게 부탁하니 난감해하더니
자기가 아는 기사에게 부탁을 해 보겠단다.
원래 대만은 자전거가 포장되어 있지 않으면
자전거를 싣고 갈 수가 없다.
하지만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불쌍한 행색의 자전거여행객이 안되어 보였는지
부지런히 전화를 하더니 구했단다.
오... 대단히 친절한 사람이다.
씨에씨에를 연발하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카오슝까지 점프를 했다.
그렇게 편안하게 도착한
카오슝은 가스 폭발 사고로 어수선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도시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카오슝 터미널에 내려서 타이난으로 달린다.
목표한 호텔까지는 50킬로미터 정도.
한적하고도 다소 심심한 길을 달려서 타이난에 도착했다.
드디어 타이난을 알리는 표시.
하지만 사실은 20킬로미터 이상은 더 가야 한다는 사실.^^
내가 가는 곳이 부산의 해운대라면 이제 겨우 강서구에 들어섰을 뿐인 것이다.ㅎㅎ
가는 곳이 서울이라면 성남쯤 도착했다고 해야 하나?
가는 길은 너무 더웠다. 남쪽에 퍼붓던 폭우는 윗지방으로 오니 멈춰 있었다.
단조로운 경치의 평지길을 열심히 달려서 타이난의 중심지로 향한다.
중심지에 도착해서
구글맵을 이용해서 호텔을 찾아야 하는데 가민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했더니
역시나 엉뚱한 골목길로 인도한다.
정말 어렵게 찾아갔다.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물어...
나른해진 몸을 끌고 호텔로 들어와 잠을 청하는데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다.
실내화로 통풍구를 80퍼센트쯤 막고 나서야 잠에 빠진다.
대만 4일째
호텔에서 자고, 먹고, 영화 보고, 텔레비젼 보고, 와이파이로 영화 다운 받아보고
컵라면 사다 먹고 하루를 온전히 보냈다.
배가 고프단 느낌이 오고 머리가 좀 맑아진다.
메슥거리는 속도 가라 앉았다.
저녁엔 맥주와 안주를 사서 혼자 실컷 마셨다.
컨디션이 올라왔다.
다행이다. 내일부턴 산악 라이딩이다.
푹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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