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식을 잘 취했던 동네
타이난을 떠나서 자이를 거쳐 아리산을 간다.
물론, 오늘 하룻만에 다 갈 수는 없다.
열차 점프를 이용하기로 했다.
타이난에서 자이까지의 길은 평지인데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비슷한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대만의 열차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기차들이 있다.
자행처? 하고 물어보면 역 직원들이 알아서 표를 끊어준다.
열차로 갈 수 있는 자이까지 표를 끊었다.
대만 열차의 화물칸 모습이다.
자전거를 실을 수도 있고, 다른 기타 화물들도 실을 수 있다.
이렇게 화물이 아무 것도 실려 있지 않아
자전거를 싣게 해 준 모양이다.
편안하게 자전거를 싣고 한 구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갔다.
이렇게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까지 있어서 핸드폰을 충전하면ㅅ
시원한 에어컨 아래 시원하게 자이까지 갈 수 있었다.
자전거 탑승을 허락해준 역 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타이난역의 티켓 부스
대만이나 중국은 한자를 알면 여행하기가 조금 더 편하다.
중국과 대만의 차이는
중국은 간체(한자를 간결하게 만든 글자)를 주로 쓰는데 반해
대만은 번체(한자를 그대로 쓰는 방식)을 사용해서 좀 더 읽기가 편했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자를 배운 세대라서 그런지 더 읽기가 좋았다.^^
내가 청소년 시절이었던 때에는 신문에 글자가 많은 부분 한자였다.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자이역엔 금방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자이역에 내리니 한산하다.
이곳은 아리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아리산으로 향하는 길이 펼쳐진다.
빨리 시원한 높은 고도로 올라가고 싶다.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아서 미니 피자와 아메으리카노.
커피와 피자해서 가격은 9000원 정도인데
맛은 뭐...
그냥 죽지 않으려고 먹었다. 흐흐
아리산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저기 높은 산 중에 하나가 아리산이지 싶다.
대만 들어올 때 구름 사이로 보였던 그 산들이 맞지 싶다.
천천히 오르기 시작.
이곳을 기점으로 오르막이 40킬로미터쯤 된다.
대만 오르막의 특징은 우리나라처럼 무식하게 10퍼센트, 15퍼센트 이런 경사는 없다.
효율성 때문에 오르막길을 짧게 만드는 우리와 달리
대만의 오르막 도로는 느긋하게 돌아가게 설계해서
경사도가 대략 6-8퍼센트 내외고 간간히 10퍼센트 정도의 경사가 나왔다.
초입의 나무들은 야자나무가 많다.
아직도 기온은 열대다. 덥다...
오르막은 더더군다나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든다.
간간히 올라가는 관광버스의 매연 냄새가 역겹다.ㅠㅠ
스쿠터가 지나가면서 내는 굉음 또한 싫다.
힘드니 오만 것들이 짜증이... 흐흐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나무의 모양이 많이 달라져간다.
열대의 야자나무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100미터당 온도가 0.65도씩 내려가니까
고도 1000미터 정도였던 곳이라
이곳 온도는 20도 후반이지 싶다.
그래도 아직까지 덥다.
조금 더 올라왔다.
이제 마을이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고도가 1500미터 지점 즈음으로 보인다.
1500미터 정도 올라오니 구름이 덮어버려서 시원해진다.
기온도 20도 중반으로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다.
하지만 오르막길이라 녹녹치는 않다.
지나가는 차량을 보면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이제 구름 속으로 들어왔나 보다.
전망대에 섰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온 또한 선선하다.
이 즈음이 해발 1900미터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
아리산 풍경구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보인다.
새벽에 아리산 일출을 보기 위해, 또는 리조트 구역에서 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오는 듯 했다.
입구의 직원에게 물으니 입장료 내야 들어간다고 해서
넘어가면서 밥 먹을 곳이 있냐고 물어보니 중간중간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고 말해 주어
좀 더 올라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오르막을 조금 더 올랐다.
24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거 같다.
하지만 고개 정상은 멀었다.
옥산 공원까지 16킬로미터만 더 올라가면 된다.
다행인 것은 경사도가 많이 낮아져서 오르기가 수월해졌다.
아... 길다...
한적한 길과 시원한 공기만이 나의 위로가 되어준다.
대만 여행하면서 하도 더위에 시달렸던 지라
이 시원한 온도가 어찌나 좋던지.
콧노래가 저절로 숭숭 나온다.
한적하다.
게다가 경사도도 5퍼센트 정도로 즐겁에 올라가기 딱 좋았다.
혼자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업힐을 하였다.
열지옥에 시달리던 지난 몇 일의 보상을 충분히 받는 느낌?
해발 2450미터. 오차가 있으니 요 지점이 해발 2500미터 언저리였던 걸로 안다.
옥산공원 입구다. 여기가 끝인 줄 알았다.
16킬로미터를 올라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올 줄 알았던 내리막은 안 나오고 얕은 업힐이 이어진다. 쒯...
올라도 올라도 아직 멀었단다.
토할만큼 업힐을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날씨가 시원해져서 기분 좋다.
한적하게 차도 안 다니니 더 좋다.
오후가 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빠져나가서인지 여유롭다.
그래도 업힐은 힘들다...
드디어 고개 정상이다.
해발 2600미터로 알고 있는데 가민은 2585미터를 가리킨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목적지까지는 67.4킬로미터가 남았다.
40킬로미터 가까운 업힐, 그리고 50킬로미터가 넘는 다운힐.^^
이것을 위해서 달려온 것이다.
이제 내리막질 시이작~~!! 기분 좋다.
쉬다보니 추워져서 윈드자켓을 꺼내 입었다.
아래쪽은 기온 35도를 넘는데 이곳은 추워서 윈드자켓이라니
대만 땅 참 넓네. 아니 참 높네.
중간 중간 보이는 터널.
막힌 터널이 아니고
한쪽은 틔여있고, 한쪽은 막힌 터널이다.
차는 거의 다니지 않다. 이곳은 구름 위쪽이라 그런지 좋다. 산사태가 나면 이 곳으로 피하면 될 듯.
아리산에서 수리향까지 가는길은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인 모양이다.
오를 때와 달리 사진기를 꺼낼 여유가 생긴다.
다운힐이 너무 길어서 중간 중간 쉬지 않으면 내려가기 힘들다.
다행히 룩 프레임은 엔듀런스 모델답게
포지션이 편했고, 다운힐을 오래해도 몸에 부담이 오지 않았다.
이전 프레임보단 확실히 내게 잘 맞다.
다시 구름 속으로 내려온 모양이다.
비가 오다가 말다가 춥다.
윈드자켓을 입었지만 다운힐 하면서 일어나는 바람으로 춥다.
제발 폭우만 내리지 말아다오.^^
중간중간 차를 대어놓은 곳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기 위해
주차를 해 놓은 것들이다.
구름이 꽤 짙은 구간.
이런 구간에서는 비가 내렸다.
22도 정도의 기온에서 비를 맞으니 춥다.
나는 높은산이야. 라고 말하는 듯
고사목들이 인상적이다.
내려오다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난다.
구름은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다.
비가 오니 춥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아까 국립공원 직원에게 물었을 때 올라가면 식사할 곳이 있다고 했는데
휴게소가 나오긴 했지만 식사를 제공하지는 않았었다.
아, 배고프다.
"지단 차오판 먹고 싶어요~~~"
아까 지나치면서 오이랑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파는 곳을 보았는데
거기서 뭔가를 사먹어야 했다. ㅠㅠ
터널이다. 이 사진은 조금 무섭지 않아 보이는데
아무도 없는 곳에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곳을
내려가지 내 바퀴소리가 공명되어 엄청 크게 느껴진다.
심지어 이런 터널이 아닌 진짜 터널이 나왔는데 라이트가 없는 곳이었다.
저기 멀리 하얀 점을 향해서 달리는데 꽤 멀고 무섭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하얀 점만 보고 달렸다.
다행히 사방이 막힌 터널은 하나 밖에 없었다. 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왜 위험한 곳이라고 하는 지 알 것 같다.
산사태가 아주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카오슝에서 바이크호스텔 사장이 말한 것이 맞다.
비 많이 오면 지나가면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배 고픈데 뭐 사먹을 곳이 없다.ㅠㅠ
이곳을 조금 못와서 편의점이 나왔다.
오, 감사합니다.
들어가서 프랑크 소세지 두개와 포카리 1병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더 먹고 싶었지만
오늘 저녁 지단차오판과 맥주 한 잔을 위해 배를 남겨 놓아야 했다.
역시 이곳은 산사태가 심한 곳이다.
곳곳의 산들이 붕괴되어 있다.
왜 이럴까?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예전에 이 지역에서 지진이 있었단 기사를 본 것 같아 검색을 하니
역시나 작년에 지진이 있었다.
6.3 규모의 지진에 이 일대가 초토화가 된 모양이다.
그리고 자주 지진이 일어나 산사태가 일어나는 곳이었다.
그 영향으로 지반이 약해지고 비에 산사태가 더 쉽게 일어나는 모양이다.
절대 비 올 때 이 곳은 지나가면 안 될 거 같다.
어렵게 수리향에 도착했다.
해가 져서 어둑할 무렵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오르막이 길고, 내리막도 길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호텔 주인장이 영어를 아주 잘하신다.
기분좋게 900달러(35000원 정도)에 가장 큰 방을 배정해 주신다.
방도 넓고 좋다.
식당을 물어보니 인근의 식당을 안내해 주셨다.
아들과 어머니가 같이 하는 식당이었는데 주인 아주머니 정말 착하게 생겼다.
아들도 착해 보이고.
지단차오판과 두부탕을 시켰다.
그리고 타이완 골드메달 비어도 한 병.
맛있다.
오늘 오후에 죙일 지단 차오판(계란 볶음밥) 노래를 몇 시간 동안 부르고 왔는데
먹으니 좋다. 이 볶음밥 한 그릇을 위해 120킬로미터를 달려왔다. (^,.^)
시골 마을이라 딱히 할 일도 없다.
캔맥 두 개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지만 정작 한 캔도 다 마저 먹지 못했다.
배도 부르고 너무 피곤했다.
오후 내내 비를 맞은데다가 업힐은 너무 고되었던 때문인 거 같다.
옷들을 세탁하고 에어컨을 켜고 시원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아리산 고개를 넘었다.
아리 아리 아리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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