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느낌 그대로 쓰기위해 경어체를 생략하였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다..무박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처음엔 불가능 할꺼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실행에 옮겨서 성공했다는 말을 뒤이어 들었을때
그것은 불가능이 아닌 또 다른 도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도 했다는데 나라고 못할까..
출발날짜는 2004년 10월 21일 목요일..하지만 그날까지 학교 시험기간이었기에
충분한 준비라이딩도 하지 않았고 자전거를 잃어버려 1달간 라이딩을
못하다가 새로 조립한지 2주도 되지 않았었다. 그래도 21일 저녁 서둘러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용(yong9331)님과 함께 몸을 실었다. 왜냐하면
얕고 짧게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능 할수도
있겠다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밤 11시에 심야버스를 타보긴 처음이었다.
서울도착 예상시간은 새벽4시30분..
5시간 30분을 자야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고 좌석은 아늑하였지만
새우잠을 잘 뿐이었다. 무박라이딩 도전에 대한 설레임과 실패할 수도 있을꺼란
생각때문이었을까.. 사실 무리하게 부산까지 내려오자는 생각은 애초에 용님도 나도 없었다.
그저 도전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비장함이 있었던것 같다.
버스는 도착 예상시간보다 20분 빠른 4시 10분에 강남 버스터미널에도착하였다. 서울새벽날씨는
여름용 반팔져지와 방풍쟈켓만 입은 나에게 쌀쌀하게 느껴졌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나서 용님과 친분이 있는 누님을 만나
설렁탕을 먹고 5시 라이딩은 시작되었다.
새벽시간이라 차들도 거의 없었고 날씨도 페달링으로 열이 오르니 더이상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용님이 앞장서서 달리고 나는 뒤를 따랐다. 서울시내를 벗어나 양재, 과천, 평촌, 수원을 차례로
지나기 시작했다. 수원(Dst 30Km)에 도착했을때 시간이 6시 5분경..생각보다 라이딩속도가 빨랐다.
페이스를 올려 계속 달려야 하는데 수원에서 앞타이어에 철사조각이 박혀 패치를 시켜주고
창용문에 들러 사진 한장씩 찍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하였다.
쭉뻗은 비상활주로에 많은 차들이 지나가기 시작하였고 산넘어로 떠오르는 태양은 너무 멋졌다.
그렇게 멋진 해돋이는 정말 오랫만에 보는듯 했다.
우리는 평택(Dst 71Km)에서 휴식을 한 후 9시경 천안(Dst 91Km)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수원을 지나면서 부터 나의 컨디션이 급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페달링이 느려지고
힘도 나지 않았다. 앞서 달리는 용님과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용님이
나를 기다리다가 다시 함께 달려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10시 45분경 조치원(Dst 126Km)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은 후 바로옆 홍익대 잔디밭에서
낮잠을 자기로 하였다. 용님은 피곤한 기색이 없었으나 난 이상태로 도저히 라이딩이 불가능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30여분을 자고 난 후 다시 출발하였지만 난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버페이스는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용님과의 거리는 자꾸만
벌어질 뿐이었다. 결국 쭉뻗은 국도에서도 보이지 않을정도가 되어버렸다.
머리속에 절망,좌절,실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다른사람과 라이딩을 해도 이렇게 차이가
나본적이 없었다. 지금 이순간이 너무 낯설었다. 떠나기전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나때문에 실패하는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추진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쨌거나 페달질만 하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생각만 하려 노력했다. 시간이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다. 도착만 하면 되는것이다.
오후 1시 대전(Dst 160Km)을 지나고 옥천으로 향하는데 지루한 국도길때문이었을까..아니면 너무
피곤해서였을까...자전거를 타다가 졸기까지 하였다. 용님은 나보다 한참 앞에서 달리고 있었고
난 혼자서 힘없는 페달링으로 가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가 뜬 것이었다.
위험했다. 국도변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존다는건 자살행위와 같았다. 기다리는 용님을 만나 졸았다고
말하자 용님은 말없이 내 페이스에 맞추어 뒤를 따라와 주었다.
오후 3시 옥천역에 도착하여 나때문에 다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옥천역에는 다른역에는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리자 마자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30분 가량 잠을 잤는데 전보다는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것 같았다.
3시 45분에 다시 출발하여 4시 55분 영동(Dst 216Km)을 지나 황간, 추풍령(Dst 230Km)을 지나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7시 우리는 김천(Dst 256Km)에 도착하여 기사식당에서 김치,된장찌개로 저녁을 먹은 후
왜관, 칠곡을 지나 대구(Dst 318Km)에 10시 40분에 도착했다. 장거리라이딩에서 대구는 나에게
별로 가고싶지 않은 도시중에 하나다. 대도시가 다 그렇겠지만 혼자서 서울로 향할때 대구에서
1시간 30분을 허비한 기억이 있다. 용님은 자기가 바로 통과하는 길을 알고 있다고 걱정말라고했지만
결국 휴식하고 빠져나갈때 시간이 새벽12시였다.
경산을 지나 청도로 가기전에 고개가 하나 있다고 하는데 제법 높다고 한다. 대구에서 물어보니
자전거로는 타고 못올라 갈꺼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말은 신경쓰지 않는다. 차로 얼마나 걸린다는
정보가 우리에겐 더 유용했다. 대구를 빠져나가면서 부터 용님의 무릎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용님은 하루최대 장거리가 170Km라고 하였는데 이미 두배정도 달려온것이다. 하지만 용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곳도 아니고 대구를 지나고 있지 않는가..앞으로 갈 길이 훤하게 보이는데 여기서
포기라니..
라이딩중에는 괜찮다고 하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경산을 지나 청도로 가는 국도길은 불이 하나도 없었다. 오직 용님과 나의 라이트만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 가끔 공장같은건물에서 가로등불빛 몇개만 보이다 사라질뿐 지나가는 차들도 없었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적막함마저 드는 분위기였다.
새로닦아놓은 국도가 끝이나고 고개가 시작되었다. 이름이 남상현재였던것 같다. 조금은 길고
꼬불꼬불한 길이었으나 천천히 오르니 별로 힘이 들진 않았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원래 추웠는데 오르막을 오른다고 몰랐던건지는 알 수 없지만 손과 발이
시렵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정도였다.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여보려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새벽 2시 30분경 우리는 청도(Dst 370Km)에 거의 도착했으나 급격히 내려간 기온때문에 라이딩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주위에는 불빛하나 보이지 않았다. 몸은 너무 추운데 쉴곳이 없다니..
어쩔 수 없이 쉴곳이 나올때까지 다시 달려야했다. 손은 얼어서 콘트롤레버를 움직이지 못할정도
였고 페달링으로 몸에 열을 올리는것도 불가능하였다. 아니 빨리 달리면 찬바람이 몸을 더욱 차게
만들뿐이었다. 결국 찾아낸곳은 청도경찰서...우리는 입구에 위병소같은 곳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쉬기로 하였다. 하지만 근무자를 위한 난로도 없었고 그냥 바람만 막아줄 뿐이었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피곤함에 잠이 잠깐잠깐 들긴 했지만 추위때문에 잠이 깬건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렇게 해가뜨는 7시까지 우리는 그 위병소안에 머물렀다. 해가 뜨기시작할 무렵 우리는 위병소를
나와 가까운 기사식당에 들어가 아침을먹고 몸을 녹인 후 7시 50분에 출발하였다.
차가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으나 라이딩이 불가능 할 정도는 아니었다. 1시간이 지난 8시 50분
에 우리는 밀양(Dst 395Km), 진영(Dst 423Km), 김해를 지나는데 지루한 고개가 몇개 나타났다.
거기다 햇살까지 따뜻하여 다시 잠이 몰려와 또다시 졸면서 라이딩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오르막
길을 오르던중 수많은 트럭들의 먼지에 잠이 확 깨어 다시 정신차리고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집이 있는 부산에 들어왔고 부산오장터가 열리는 오후 2시에 맞추어 부산교육대학교
(Dst 474Km)에 도착하여 짧은 여정을 끝냈다.
마치며..
미련했고 무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서포터도 없었지만
그 모든걸 극복하고 성공하였기에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는것 같다.
그런짓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가슴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무언가가
가슴에 남았다면 묻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성취감인지 자신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일의 성공을
내 인생에서 맛보았다는것은 값진 경험임에 틀림없다.
서울->부산 무박라이딩..한번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고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실행에 옮겨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는 필수라는건 꼭 명심하여야 한다.
누구는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후기를 통해서 서울->부산 라이딩에
조금이라도 정보가 된다면, 또 우리와 같은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혹은
우리같은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고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컨디션 난조로 제속도를 내지 못한 나를 끝까지 함께 달려와주신 용님에게 감사드리고,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부산 오장터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다..무박으로..
장거리 라이딩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와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처음엔 불가능 할꺼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실행에 옮겨서 성공했다는 말을 뒤이어 들었을때
그것은 불가능이 아닌 또 다른 도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도 했다는데 나라고 못할까..
출발날짜는 2004년 10월 21일 목요일..하지만 그날까지 학교 시험기간이었기에
충분한 준비라이딩도 하지 않았고 자전거를 잃어버려 1달간 라이딩을
못하다가 새로 조립한지 2주도 되지 않았었다. 그래도 21일 저녁 서둘러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용(yong9331)님과 함께 몸을 실었다. 왜냐하면
얕고 짧게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가능 할수도
있겠다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밤 11시에 심야버스를 타보긴 처음이었다.
서울도착 예상시간은 새벽4시30분..
5시간 30분을 자야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했고 좌석은 아늑하였지만
새우잠을 잘 뿐이었다. 무박라이딩 도전에 대한 설레임과 실패할 수도 있을꺼란
생각때문이었을까.. 사실 무리하게 부산까지 내려오자는 생각은 애초에 용님도 나도 없었다.
그저 도전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비장함이 있었던것 같다.
버스는 도착 예상시간보다 20분 빠른 4시 10분에 강남 버스터미널에도착하였다. 서울새벽날씨는
여름용 반팔져지와 방풍쟈켓만 입은 나에게 쌀쌀하게 느껴졌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구입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나서 용님과 친분이 있는 누님을 만나
설렁탕을 먹고 5시 라이딩은 시작되었다.
새벽시간이라 차들도 거의 없었고 날씨도 페달링으로 열이 오르니 더이상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용님이 앞장서서 달리고 나는 뒤를 따랐다. 서울시내를 벗어나 양재, 과천, 평촌, 수원을 차례로
지나기 시작했다. 수원(Dst 30Km)에 도착했을때 시간이 6시 5분경..생각보다 라이딩속도가 빨랐다.
페이스를 올려 계속 달려야 하는데 수원에서 앞타이어에 철사조각이 박혀 패치를 시켜주고
창용문에 들러 사진 한장씩 찍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하였다.
쭉뻗은 비상활주로에 많은 차들이 지나가기 시작하였고 산넘어로 떠오르는 태양은 너무 멋졌다.
그렇게 멋진 해돋이는 정말 오랫만에 보는듯 했다.
우리는 평택(Dst 71Km)에서 휴식을 한 후 9시경 천안(Dst 91Km)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수원을 지나면서 부터 나의 컨디션이 급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페달링이 느려지고
힘도 나지 않았다. 앞서 달리는 용님과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용님이
나를 기다리다가 다시 함께 달려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10시 45분경 조치원(Dst 126Km)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은 후 바로옆 홍익대 잔디밭에서
낮잠을 자기로 하였다. 용님은 피곤한 기색이 없었으나 난 이상태로 도저히 라이딩이 불가능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30여분을 자고 난 후 다시 출발하였지만 난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버페이스는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용님과의 거리는 자꾸만
벌어질 뿐이었다. 결국 쭉뻗은 국도에서도 보이지 않을정도가 되어버렸다.
머리속에 절망,좌절,실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다른사람과 라이딩을 해도 이렇게 차이가
나본적이 없었다. 지금 이순간이 너무 낯설었다. 떠나기전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나때문에 실패하는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멈추진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쨌거나 페달질만 하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생각만 하려 노력했다. 시간이 중요한
경기도 아니었다. 도착만 하면 되는것이다.
오후 1시 대전(Dst 160Km)을 지나고 옥천으로 향하는데 지루한 국도길때문이었을까..아니면 너무
피곤해서였을까...자전거를 타다가 졸기까지 하였다. 용님은 나보다 한참 앞에서 달리고 있었고
난 혼자서 힘없는 페달링으로 가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가 뜬 것이었다.
위험했다. 국도변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존다는건 자살행위와 같았다. 기다리는 용님을 만나 졸았다고
말하자 용님은 말없이 내 페이스에 맞추어 뒤를 따라와 주었다.
오후 3시 옥천역에 도착하여 나때문에 다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옥천역에는 다른역에는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리자 마자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30분 가량 잠을 잤는데 전보다는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것 같았다.
3시 45분에 다시 출발하여 4시 55분 영동(Dst 216Km)을 지나 황간, 추풍령(Dst 230Km)을 지나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7시 우리는 김천(Dst 256Km)에 도착하여 기사식당에서 김치,된장찌개로 저녁을 먹은 후
왜관, 칠곡을 지나 대구(Dst 318Km)에 10시 40분에 도착했다. 장거리라이딩에서 대구는 나에게
별로 가고싶지 않은 도시중에 하나다. 대도시가 다 그렇겠지만 혼자서 서울로 향할때 대구에서
1시간 30분을 허비한 기억이 있다. 용님은 자기가 바로 통과하는 길을 알고 있다고 걱정말라고했지만
결국 휴식하고 빠져나갈때 시간이 새벽12시였다.
경산을 지나 청도로 가기전에 고개가 하나 있다고 하는데 제법 높다고 한다. 대구에서 물어보니
자전거로는 타고 못올라 갈꺼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말은 신경쓰지 않는다. 차로 얼마나 걸린다는
정보가 우리에겐 더 유용했다. 대구를 빠져나가면서 부터 용님의 무릎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용님은 하루최대 장거리가 170Km라고 하였는데 이미 두배정도 달려온것이다. 하지만 용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곳도 아니고 대구를 지나고 있지 않는가..앞으로 갈 길이 훤하게 보이는데 여기서
포기라니..
라이딩중에는 괜찮다고 하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경산을 지나 청도로 가는 국도길은 불이 하나도 없었다. 오직 용님과 나의 라이트만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 가끔 공장같은건물에서 가로등불빛 몇개만 보이다 사라질뿐 지나가는 차들도 없었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으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적막함마저 드는 분위기였다.
새로닦아놓은 국도가 끝이나고 고개가 시작되었다. 이름이 남상현재였던것 같다. 조금은 길고
꼬불꼬불한 길이었으나 천천히 오르니 별로 힘이 들진 않았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원래 추웠는데 오르막을 오른다고 몰랐던건지는 알 수 없지만 손과 발이
시렵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정도였다. 자판기 커피한잔으로 몸을 녹여보려 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새벽 2시 30분경 우리는 청도(Dst 370Km)에 거의 도착했으나 급격히 내려간 기온때문에 라이딩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주위에는 불빛하나 보이지 않았다. 몸은 너무 추운데 쉴곳이 없다니..
어쩔 수 없이 쉴곳이 나올때까지 다시 달려야했다. 손은 얼어서 콘트롤레버를 움직이지 못할정도
였고 페달링으로 몸에 열을 올리는것도 불가능하였다. 아니 빨리 달리면 찬바람이 몸을 더욱 차게
만들뿐이었다. 결국 찾아낸곳은 청도경찰서...우리는 입구에 위병소같은 곳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쉬기로 하였다. 하지만 근무자를 위한 난로도 없었고 그냥 바람만 막아줄 뿐이었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피곤함에 잠이 잠깐잠깐 들긴 했지만 추위때문에 잠이 깬건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렇게 해가뜨는 7시까지 우리는 그 위병소안에 머물렀다. 해가 뜨기시작할 무렵 우리는 위병소를
나와 가까운 기사식당에 들어가 아침을먹고 몸을 녹인 후 7시 50분에 출발하였다.
차가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으나 라이딩이 불가능 할 정도는 아니었다. 1시간이 지난 8시 50분
에 우리는 밀양(Dst 395Km), 진영(Dst 423Km), 김해를 지나는데 지루한 고개가 몇개 나타났다.
거기다 햇살까지 따뜻하여 다시 잠이 몰려와 또다시 졸면서 라이딩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오르막
길을 오르던중 수많은 트럭들의 먼지에 잠이 확 깨어 다시 정신차리고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집이 있는 부산에 들어왔고 부산오장터가 열리는 오후 2시에 맞추어 부산교육대학교
(Dst 474Km)에 도착하여 짧은 여정을 끝냈다.
마치며..
미련했고 무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서포터도 없었지만
그 모든걸 극복하고 성공하였기에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는것 같다.
그런짓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가슴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무언가가
가슴에 남았다면 묻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성취감인지 자신감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불가능 할 수도 있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일의 성공을
내 인생에서 맛보았다는것은 값진 경험임에 틀림없다.
서울->부산 무박라이딩..한번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고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실행에 옮겨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는 필수라는건 꼭 명심하여야 한다.
누구는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후기를 통해서 서울->부산 라이딩에
조금이라도 정보가 된다면, 또 우리와 같은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혹은
우리같은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고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컨디션 난조로 제속도를 내지 못한 나를 끝까지 함께 달려와주신 용님에게 감사드리고,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부산 오장터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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