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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낙타2006.07.13 13:35조회 수 54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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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하지 않는 축구 중계, 난 매료됐다

지난 6월 10일부터 보름 동안 독일에 체류하면서 적지 않은 월드컵 경기를 독일 TV로 봤다. 그런데 독일 방송의 축구 중계를 보자니 무척이나 따분했다.

캐스터와 해설자가 2인 1조가 되어 쉼없는 달변을 구사하며,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경기를 중계하는 방식에 익숙한 내가 보기에 독일 축구 중계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독일 TV에서는 중계 캐스터인지 해설자인지 구분도 모호한 사람이 중계 자체를 귀찮아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계했다. 전체적인 해설은 고사하고 그저 공을 잡은 선수들의 이름만 가끔 부를 뿐이었다.


[경기상황] 프랑스의 마켈렐레가 상대의 공을 가로채 지단에게 패스를 하고, 공간을 침투하는 앙리에게 지단이 그림처럼 이 공을 패스한다. 그리고 이 공을 받은 앙리는 반박자 빠른 호쾌한 터닝 슈팅으로 득점한다.


우리나라 중계진이 이 장면을 해설했다면 이들의 현란한 발재간을 묘사하느라 쉴 틈이 없었을 것이다. 헌데, 독일 TV의 중계자는 다음과 같이 매우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마켈렐레…지단…앙리…앙리(소리 높게)…골!"

긴장감이 높아지면 톤도 따라 높아지기만 할 뿐 그 어떤 해설이나 수식어도 붙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말고 미드필드에서 양팀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 아예 중계하는 사람은 말문을 닫고 침묵해 버린다.

처음 얼마간은 이런 중계가 따분하기도 했지만 난 이내 이런 중계방식에 매료되어 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주관이 개입된 해설에 휘둘리지 않고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눈으로 보는 축구, 귀가 덮어서야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친절한 해설 탓에 축구의 진짜 매력을 잃고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화면으로 보는 장면은 모두 사실이지만 그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주관적인 해설이 청각을 통해 들어와, 내가 직접 체험한 시각의 사실을 덮어버린다면 우리는 축구를 본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이 되고 만다.

실제로 TV로 본 사람의 말과 현장에서 본 사람의 말이 다르기도 한다. K-리그가 열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경기를 현장에서 본 사람들은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한선수의 놀랍고 성실한 움직임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TV로 중계를 '들은' 팬들은 골을 넣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선수의 경기력을 폄하한다. 더군다나 해설자가 그 선수를 혹평하기라도 했다면 더욱 그렇게 된다.

또 방송 3사가 같은 경기를 중계했더라도 각 방송사의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에 따라 시청자가 제각각 달리 경기를 평가하기도 한다. 중계방송 진행자의 말에 따라 내 눈으로 본 것을 스스로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각의 체험을 청각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정윤수 편집위원(축구 평론가)은 "우리의 중계 문화는 청각이 시각을 방해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축구 중계는 시청자가 마음껏 상상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제공한다"며 "지나친 해설은, 축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으로 전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국내 TV 중계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신문선 해설위원과 차두리 선수의 해설이 수많은 시청자의 청각을 지배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이 내뱉은 말 한 마디에 그토록 흥분하며 후반 31분 이후부터는 제대로 축구를 시청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중계한다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축구를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중계 문화에 사로잡혀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축구를 놓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디오여서 모든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우리 방송도 시청자들이 스스로 축구를 볼 수 있도록 좀 조용해지면 어떨까? 우리 축구팬의 수준은 경기를 충분히 평가하고도 남을 만큼 높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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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사가 딱 내 생각과 같아서 함 퍼왔심다. ㅎㅎ

사실  J 리그만 봐도 해설이 별로 없고 선수 호칭만 하다가 공이 문전에 가거나
결정적 순간에 미친듯이 톤만 높아지고 말거던요. 스페인 리그도 그렇고....
그게 보는 입장에서 훨씬 박진감 있어 좋더라구요.
한번씩 외국 리그 직접 중계하는 것 보면 다들 느끼실 겁니다.

요즘 TV 화면 크고 사운드 좋아져서 볼륨 키워서 경기장의 현장음을 듣고 싶은데
실제로 중계 촬영 할때도 현장음을 더욱 많이 담을려고 하고 있고...
이건 뭐 우리나라 중계는 해설자 목소리가 더 커지니까.... 짜증 양껏 납니다.
그나마 이용수 해설이 차분하이 조용해서 좀 낫기는 하지만....
더 말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옛날 신문선이 MBC에서 할때는 볼륨을 줄이면 경기 보는 맛이 떨어지고
볼륨을 키우면 시끄러워서 경기를 못보겠고 정말 재봉틀로 주둥이 꿰매고 싶더군요.
아,,, 글타고 뭐 특정인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우리나라 축구 중계가 말수를 줄이고
시청자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에만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얘기죠.
뭐.. 축구 중계를 보는 취향이겠죠. ㅎㅎ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날이 많이 덥네요. 힘들 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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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공중파끼리 경쟁이 붙으니 각자의 시청율를 위해 엄청난 해설자등을 등장시키죠.. 라디오로 중계 들을땐 좋기도 합니다만- 축구는 거의 tv시청을 기본으로 하니 상관없을라나요. 이번 월드컵땐 주위가 시끄러워서 어차피 해설이 안들리더군요- 술집이고 거리응원이고 시끄러워서...

    집에서 조용히 tv로 감상할땐 자신의 생각대로 볼 수 있게 조용한 것이 좋겠습니다- 현장감도 있고-

    더운날 힘들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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