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당신 정재윤 作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는 말
그건 아마도 내 경우인 것 같소.
호박꽃을 쏙 빼 닮은 당신
그리고 당신의 풍만한 육체적 구조 덕택에
별 고통도 없이 나아준 세 딸들.
당신의 붕어빵들.
당신은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이오.
당신의 피부는
호박전처럼 쭈글쭈글 부드럽고
당신의 입술은
호박죽처럼 빛은 갔지만 달콤하고
당신의 눈빛은
호박엿처럼 끈적끈적하고
당신의 마음은
좁아 터지기가 애호박 같지만
당신의 모습은 늙은 호박.
어려서부터 호박을 좋아하던 나에게
당신은 천생배필이요, 천생연분이라오.
당신 하나만 바라보아도 호박밭인데
어쩜 딸들도 그처럼 당신을 쏙 뺐는지.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 소굴 속에서
난 무지무지 행복하오.
잠 잘 때도
집이 떠날 듯
큰 코고는 소리와 이 가는 소리로
당신이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당신의 자상함.
당신이 돌아누울 때마다
지진의 진동을 느끼오.
그래서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그 동안 습관된 지진의 고통 덕에
난 별로 두렵지 않소......
매일 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상풍파의 모든 것을
세세히 훈련시켜준 당신.
오늘 또 잠 못 들지만
이 밤
난 뼈저리도록
뼈 무지무지 저리도록 행복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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