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를 타기로 결심한 것은 사실 제 자의만은 아니었습니다. MTB에 먼저 입문한 친한 친구들이 몇달 동안이나 줄기차게 펌프질을 하는 바람에 넘어가 버린거죠. 웨이트트레이닝이나 가끔 하고 골프나 간혹 쳤지만 태생적으로 스피드를 즐기거나 경쟁을 하는 격한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제 자의로는 수백만원짜리 자전거를 살일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MTB를 사기로 하긴 했는데... 어떤 자전거가 좋은지... 어떤 것을 사야 잘샀다는 소리를 들을지... 도대체 모르겠더군요. 다만 기백만원에서 돈천만원이 넘는 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뿐...
자의반 타의반으로 등떠밀려 MTB에 입문하는 처지라 제가 산에서 열심히 탈지 아니면 한강변이나 슬슬 돌아 다닐지도 알수 없었거든요. 로드와 업힐에 강한 하드테일을 사야할지 다운힐에 좋다는 풀샥을 사야할지도 모르겠구요. 왜 사람이 그렇잖아요... 짜장을 먹으면 짬뽕이 먹고 싶고 짬뽕을 먹으면 짜장이 먹고 싶지요. 그래서 저는 짬뽕과 짜장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짬짜면'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했던 예산에서 상당히 오버가 되겠지만 짜장과 짬뽕 두그릇 값보다는 짬짜면 한그릇이 쌀테니...
그리하여 SCOTT GENIUS라는 모델을 관심 깊게 봤습니다. 뒷샥을 간단히 잠글 수 있고 앞샥은 트래블을 쉽게 조정할 수 있으니 하드테일과 풀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저같은 입문자에겐 최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게도 12kg대면 알루미늄 프레임의 하드테일로과 별반 차이도 없구요. SCOTT의 미국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더니 역시나 GENIUS MC시리즈는 ALL MOUNTAIN도 아니고 CROSS COUNTRY도 아닌 이 게임 저 게임 다 뛰는 ENDURANCE(마라톤) 모델로 분류되어 있더군요(GENIUS를 올마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SCOTT 홈페이지에는 RANSOM이 올마로 분류되어 있고 GAMBLER가 다운힐 바이크로 되어 있습니다).
MC-40으로 결심하고 갔다가 결국은 지름신의 출두로 MC-30을 사오고 말았습니다. 그놈의 FOX TALAS샥이 뭔지 계속 눈에 아른거리고 더 비싼 카본 MC-20과 스펙이 거의 동일하고 무게도 별 차이가 없길래...
SCOTT GENIUS의 지오메트리에 따른 특성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SCOTT GENIUS는 시트튜브 높이가 스몰이 16인치, 미디움이 18인치, 라지가 19인치라서 대부분의 자전거보다 0.5인치 정도 큽니다. 그리고 탑튜브가 거의 수평에 가까워서 스탠드오버 시에 낭심이 아슬 아슬 합니다. 제 키가 180cm이고 인씸이 86cm인데 미디움이 간혹 크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탑튜브는 미디움 기준 572mm로 좀 짧은 편입니다. 즉, 롱허리+숏다리의 한국사람 체형보다는 서양인의 체형에 잘 맞도록 설계된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피팅 시에 싯포스트를 부득이하게 잘라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MC-30의 브레이크는 AVID JUICY 5 유압디스크로 제동력은 무난하나 조정을 자주해주지 않으면 소음이 납니다. 덕분에 디스크 소음은 자가정비로 해결하게 되었지요. 앞드레일러는 시마노 LX E-type이고 뒷드레일러는 SRAM X9입니다. 앞 드레일러는 XTR이나 LX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구요. 그러나 SRAM X9 뒷드레일러는 별로 적응이 잘 안됩니다. 자동차로 이야기하면 수동기어를 바꿀 때 전혀 반클러치를 쓰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변속과 동력전달은 정말 확실하게 되지만 좀 거칠다는 느낌이 앞섭니다. 반면 SRAM XO는 X9에 비하여 훨씬 부드럽더군요. 시마노 XT를 잠시 타봤는데 상당히 부드럽지만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뭐... 이건 취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조만간 SRAM XO로 업글하고자 하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이 타오를 것 같네요.
SCOTT GENIUS는 입문자가 타기에 가격적으로 만만한 자전거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한대의 자전거로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자신의 취향을 알고 싶으신 입문자에게는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는 오히려 경제적인 방법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SCOTT GENIUS는 업힐에도 최고는 아닙니다. 다운힐에서도 최고도 아닙니다. 물론 로드에서 역시 최고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전과목 85점이라고 말씀 드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산에서의 성능은 제가 아직 논할 주제가 안되지만, 로드에서 앞샥 트레블을 100mm으로 맞추고 뒷샥 잠그면 꽤 잘나갑니다. 뒷샥을 잠그면 하드테일의 98% 정도까지는 하드해 지기 때문에 2.25의 부담스런 타이어와 휠셋만 좀 더 좋은 놈으로 바꾸면 왠만한 하드테일과 대동소이한 성능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두달 넘어 석달 째로 향하는 생초짜가 쓴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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