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샤워실 설치 여력 없어…정부기관도 열악하긴 마찬가지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 이옥진 인턴기자]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가 자동차 홀짝제를 운영하면서 자전거 출퇴근 등을 권장하는 등 자전거가 고유가를 이기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싶어도 샤워장이나 탈의실 등의 제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자전거 출퇴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서초구 방배동 집부터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모 휴대전화 제조회사로 매일같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준영 씨.
김 씨는 '제대로 된' 자전거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행복한 경우다.
한 여름에도 2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곧바로 회사 샤워실에서 샤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탈의실에서 미리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 입으면 출근준비는 '끝'. 이는 김 씨의 회사가 얼마 전 샤워장과 탈의시설을 마련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씨는 "그전까지 A씨는 회사 근처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 자기 돈을 써가며 정기등록을 해야 했다"며 "공용 샤워시설이라도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 씨 같은 '복지에 철저한' 회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샤워장이나 탈의실을 설치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샤워장 설치에도 돈 천만원 이상은 족히 든다.
취재 도중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회사 운영하기도 힘든데 샤워장까지 설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 정부기관 사정 '열악'…과천청사 샤워실 고작 5개
홀짝제 시행에 맞춰 자전거 판촉행사까지 벌이며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정부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1개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샤워실은 고작 5개 뿐이다. 이용 대상자 공무원은 5천 명이 넘는다. 샤워장도 넓지 않아 보통 10명 정도의 인원만 들어서도 꽉찬 느낌을 받는다. 세종로 청사 역시 샤워시설은 단 3개에 불과하다.
결국 아무리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싶어도 사우나 정기권까지 끊는 등 자기 돈을 써가며 자전거 출퇴근을 할 수는 없는 노릇.
현재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 역 인근에는 공용샤워시설과 무료 락커가 설치되어 있다.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나 락커 사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무료 샤워, 탈의시설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는 한 자전거 출퇴근의 보급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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