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앞. 오후 8시30분쯤 어둠속에서 원색 차림을 한 채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몰려든다. 모두 헬멧과 각종 보호장구로 완전무장했고 자전거에도 붉은색 안전등이 번쩍거린다. 줄지어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왔지만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산악자전거 동호회 와일드바이크(www.wildbike.co.kr)소속 회원 20여명이 참여한 ‘번개모임’현장. 회원 대부분이 직장인인 탓에 평일인 이날 일과가 끝난 뒤 오후 7시30분쯤 잠실선착장에서 만나 한강둔치도로를 거쳐 국립극장 앞까지 달려왔다. 여기에서 남산도로를 타고 팔각정까지 올라간 뒤 남산도서관쪽으로 내려가 성북동까지 달려갈 예정이다.
“오늘 라이딩은 ‘관광’수준이죠. 산악자전거는 험난한 비포장 산길을 오를 때 비로소 매력을 만끽할 수 있지만, 멋진 야경과 함께 하는 도심 한복판의 남산코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이날 ‘번개모임’을 주선한 고동우(39·서울중앙병원 원무계장)씨는 산악자전거의 매력을 ‘일탈’이라고 설명한다. 고씨가 말하는 일탈이란 공간적인 일탈보다는 정신적인 일탈을 의미한다. 산을 오르며 체력을 밑바닥까지 소진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정신의 평화’를 맛본다는 것이다. 국립극장 앞에서 잠시 전열을 재정비한 회원들은 줄을 지어 남산도로를 오른다.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모두 여유있게 페달을 밟는다. 마치 평지를 달려가는듯 가벼운 모습이다. 가파른 길에서도 모두들 너무 가볍게 달려가니 문외한의 눈에는 마치 자전거에 모터가 붙어있는 것같은 착각마저 든다. 언덕길이 길게 이어지면서 취재 차량조차 3단 주행이 어려워 2단으로 시프트다운을 해야했지만 이들이 탄 자전거는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남산 중턱을 넘어서면서 라이딩을 하는 회원들의 왼쪽 어깨쪽에 서울도심의 야경이 걸렸다. 한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마치 불붙듯 휘황하다. 눈에 보이는 도로는 온통 파도처럼 밀려가는 퇴근길 차량으로 가득찼다.
남산 정상입구 주차장.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여기에서부터 팔각정과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까지는 그야말로 걷기조차 힘든 오르막. 여기에서 몇몇은 탈락하지만 대부분의 회원은 양쪽 페달을 밟고 힘을 다한다. 정상에 도착. 차를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이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온 자전거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더없이 상쾌합니다. 이런 기분에 자전거를 타지요. 여러가지 운동을 해봤지만 이만한 운동이 없습니다.”
이날 번개모임에 참여한 회원중 가장 연장자인 이태등(52)씨의 자전거 예찬이 시작됐다. 마니아중의 마니아로 꼽히는 이씨는 매번 산악자전거 경기 때면 빼놓지 않고 출전해 상위권 입상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실력파다.
남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회원들은 땀이 식을세라 남산도서관쪽 내리막 길을 달리는 ‘다운힐 코스’로 향했다. 일제히 달려 내려가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고층건물의 숲과 편안한 ‘탈 것’들의 홍수 속에서도 자신의 육체와 근육의 힘만으로 산을 오르는 건강함, 바로 ‘편안함으로부터의 일탈’이 느껴졌다.
마창진 야간 바이크 준비 해야겠습니다...다음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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