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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하셨나요??

........2002.05.15 01:27조회 수 16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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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소화제 임돠^^


[ 외국인 남편 한국어 가르키기 ]


한국말로 숫자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걸 새삼스럽게
실감했던 적이 있다.
숫자가 뭐 힘드냐구 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그렇게 말하시는 그대, 지금 당장 소리내서 자기 집 전화 번호
영어로 말해보숏!!
쉽게 말했다면.........
이번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영어로!!!!!!!
역시 쉽게 말할 수 있다면.......... -_- 그럼, 울 신랑이 문젠가?
아니야, 한국말이 힘든 걸 꺼야 ...... -_-;;


......................



( Lesson 1 )


니나: Honey, 오늘은 숫자를 배우는 날이야
신랑: 왜?
니나: 왜가 어딨어, 그냥 내가 정하는 거지
신랑: 하지만 노랜 이제 안 가르쳐 줘?
니나: 아침마다 시끄러워서 싫어..... -_-


우선 손가락을 꼽아가며 하나, 둘, 셋,... 하고 가르쳐주었다.


신랑: 하나, 두, 쎄엣, 넷, 타솟, 요솟.....
니나: 잘 했어.... 그럼 thirteen 은 뭐지?
신랑: ........ (고민, 고민......) 욜 쎄엣!!!
니나: 아이구, 이뻐라..... (-_-)


외우기를 잘 하는 신랑은 처음 가나다를 가르쳤을 때처럼 숫자도
쉽게 깨치는 듯 했다.
그러나 숫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았으니......




( Lesson 2 )


하나, 둘, 셋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신랑은 일상에서도 거리낌
없이 숫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랑: 니나, I want 하나 candy..... (-_-)


뭐, 문법상으로는 말이 안 돼지만 그런 데로 들어줄 만 하다.


니나: 오늘이 며칠이더라?
신랑: I know!!!! October 다섯!


이건 아닌데.......
생각해보니 달력 읽을 때는 하나 둘 셋이 아니고 일 이 삼이라는
걸 안 가르쳤다.


니나: 있쟎아, 숫자를 꼭 하나 둘 셋으로 읽는 건 아니야
신랑: 왜?
니나: 그냥 그래.... 달력은 다르게 읽어
신랑: 노래 가르쳐 주기 싫어서 숫자만 자꾸 하는 게지? (-_-;;)
니나: 아씨, 지꾸러....... (인간아, 음치답게 자중해라, 자중....... -_-)


아라비아 숫자를 써 놓고 일 이 삼 사를 가르쳤다.
신랑은 따라 읽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랑: 그럼 언제 일, 이, 쌈 하구 언제 하나, 두, 쎄엣 하는지 어떻게 알어?


괴롭다...... 누구 아는 사람 있음 알려주쇼.....
언제 다르게 읽는다는 법칙이 있는지.......


니나: 몰라. 하여간 달력은 일 이 삼 사로 읽어. 알았지?
신랑: 오케이........... 하지만 이상해........




( Lesson 3 )


일 이 삼 사로 달력 읽는 연습을 열심히 하던 신랑은 역시나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신랑: 니나, Right now, the time is 싸시 오분......


앗, 시간은 달력과 다르게 읽는다는 게 다시 떠올랐다.....
미치겠네.... 레슨 또 해야하쟎아...... -_-


니나: 잠깐만..... 잘 하긴 했는데 사시가 아니구 네시라고 읽는 거야.....
신랑: 어, 그래? time 은 하나 두 쎄엣, 이구나......
니나: 그렇지.....
신랑: 그럼 지금은 네시 다섯분?


악, 돌아버리겠다!!!
도대체 누가 이 따우로 시간을 읽기 시작한 거야!!!!!!!


니나: 그게 아니라 time 은 하나 둘 셋이구 minute 은 일 이 삼으로 읽어.....
신랑: ????????????????
니나: 그냥 그렇게 알아둬......
신랑: 왜 그런 건데?
니나: 몰라, 나 지금 막 승질나기 시작했으니까 건들지 마...... (-_-)




( Lesson 4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던 때였다..... (작년 이맘 때 쯤이로군....)
신랑과 함께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가기로 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정말 대단하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은 11월 4번째 (이런, 이젠 나까지
헷갈리는군..... -_-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 끝나면서
시작한다.....
그러니까 거의 한달 정도를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다니며 보내게 되는 것이다.


니나: 선물 받을 사람 명단 적은 거 있어?
신랑: 응. 일 이 쌈, 싸........ 우선 친척 쉽 일 사람......


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 불굴의 의지여......
그렇지만 이젠 대견한 마음은 간 데 없고 ㄱ 하고 ㅋ 가르칠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해서 두려워진다......


니나: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저기.... 사람은 하나 둘 셋이야...
신랑: 아, 그래? 욜 하나 사람......


아니, 생각지 못했던 복병이다..... -_-


니나: 그럴 때는 열 한 사람이라고 해
신랑: 왜?
니나: 몰라..... 하나 사람, 둘 사람, 셋 사람이 아니고 한 사람, 두 사람.....
신랑: 장난이야, 뭐야?!!!!!!


신랑의 인내심이 드디어 바닥이 났다........
열심히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틀리게 되자 드디어 불굴의
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니나: 내가 뭣하러 이런 장난을 해?
신랑: 그럼, 숫자를 그렇게 맨날 다르게 읽는 언어가 어딨어?
니나: ..........( 흑흑흑, 나도 괴롭다......) 여?어....... -_-
신랑: 말도 안 돼....... Ball, bean, zero, 이런 건 몽땅 콩으로 읽잖아!
니나: ............. (두려워 했던 결과가 오고 있구나.....-_-)
신랑: 근데 똑같은 one, two, three 는 왜 다 다르게 읽어?!!!!!
니나: 그냥 외우면 안 돼? 왜케 따져?
신랑: 관둬!!! 숫자 연습 이제 안해!!!! 괜히 노래 가르쳐주기 싫으니까.....
니나:............(-_- 인간아, 말을 말자......)




( Lesson 5 )


숫자를 안 가르치게 돼서 편한 건 어쩜 신랑이 아니라 나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연습을 그만 두면서 외웠던 숫자들은 급속도로 잊어가기
시작했던 신랑이.........
다시 숫자 외우기에 돌입하는 계기가 있었으니.......


평화로운 신새벽....... 오전 11시....... -_-
귀마개를 꽂았으니 뽀뽀뽀 노래도 들리지 않았고 안대를 했으니
옆에 와서 알짱거리며 이루나, 엉?을 하는 신랑의 간지러운 모습을
볼 일도 없었다.......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미인은 잠꾸러기니라..... (-_-) 하고
귀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을 때....,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침대가 흔들리더니 엉덩이 위로
뭔가가 와장창 떨어졌다.


니나: 악! 뭐야!


황급히 안대를 벗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신랑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베개로 날 내려치고 있었다.


신랑: 한 대요~! 두 대요~!
니나: 뭐 하는 짓이야!!!!!!!
신랑: (완전 무시.....) 한 대요~! 두 대요~! 이루나~! 빨리요~! 한 대요~! 두 대요~! 이루나~!.....(-_-)


또다시 한국 방송이 주범이다......
사극에서 곤장을 치는 장면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 분명했다......


니나: 할려면 똑바로 해! 한 대, 두 대만 계속 하냐?
신랑: 몰라요~! 한 대요~! 두 대요~! 이루나~! 엉덩기~! 놀푸요~! 한 대요~! 두 대요~!........ (-_-)


곤장치는데 재미를 들인 신랑은 그 후로 다시 숫자 연습에 정진했다.
달력도, 시계도, 전화 번호도, 생일도........
다 못 읽는다, 아직은....... (-_-)
그저 곤장 치는 법만 한 대부터 스무 대, 서른 대, 마흔 대에
이르기까지 마구마구 범위를 늘려가고 있을 뿐이다...... -_-;;


신랑은 언제쯤 제대로 된 숫자를 배우려 들까나...... -_-
난 언제쯤 평화로운 신새벽을 맞이할까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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