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私的 호기심 지나쳐"
해외여행을 갔다오면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이 어땠냐"고 묻기 전에 "비행기 값이 얼마였냐"고 묻는다. 산악자전거 타기가 나의 취 미인데, 사람들은 "기분이 얼마나 좋으냐"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기 보다 "이런 자전거는 몇 백만원 하냐"고 묻는다. 최근 디지털카 메라를 샀는데 가장 먼저 묻는 게 가격이다. 성능은 아예 뒷전이다.
가끔 택시를 타면 기사아저씨가 "한 달에 얼마 받냐"고 대놓고 물어 본다. 참 우습다. 여행비용, 자전거 카메라 값을 물어보는 것은 대수 로운 일이 아니지만, 월급을 물어보는 것은 한국에서 5년 동안 살고 있는 나에게도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되는 것 중 하나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것을 묻는 것은 서양에서는 에티켓에 크게 어 긋나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실례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알면서도 그런 것들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한국사람들의 호기심 은 참 유별나고 직설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돈 액수를 알고 싶으면 아주 부드럽게 물 어본다. "Would you mind if I ask you how much you paid for that? " 그렇지만 한국사람들은 단도직입으로 묻는다. "몇 만원짜리냐?" " 원고료가 얼마냐" 같은 질문은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그런데 재미있 는 것은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이런 질문을 곧잘 한 다는 것이다. 월세, 보증금, 월급 등을 거리낌없이 물어온다.
그러면 "아, 저 사람은 한국에 온지 오래됐구나" 짐작하는데 거의 틀 리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돈에 대한 궁금증만이 아니라 다른 일에도 호기심이 많은 것같다. 자전거 펑크가 나 수리를 할 때면 주변에 사 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구경한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는 것은 서양에서는 큰 실례이다.
얼마전에 길거리에서 학생과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 다가 우리를 보고 걸음을 멈추더니 아무 말없이 계속 쳐다보고 있었 다. 그래서 "왜요?" 하니까 아무 말없이 가버렸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번번이 기분이 나쁠 정도로 불쾌하고 적응이 안된다. 또한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하철을 타면 모르는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러면 "저 신문 읽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무안 할까" 하는 생각에 내가 되레 미안한 기분이 든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도 실례이다. 게다가 한국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항상 나이가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물어온다. 캐나다에서도 나이 물어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한국에서처럼 나이와 결혼을 관련 짓는 게 우리 사고방식과 다르다.
5년 동안 살면서 한국과 한국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하나씩 이해 가 늘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너무 지나친 관심의 표현은 삼가줬 으면 좋겠다.
론 샤프릭(Ron Schafrick)은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의 콘코르디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97년 한국에 처음 와 현재는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주말마다 관악산 북한산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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