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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2003.05.25 02:23조회 수 14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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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산을 품어 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이다."



물에 어린 산그림자를 보고 어느 노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예지와 깊은 사유가 담긴 한 마디는 오늘의 나를,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학력 인플레로 지식은 깊어졌으나, 인성 디플레로 한없이 탁해진 세상은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해묵은 고전으로 방치한다.



딸아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포틀랜드에서 길을 잃었다.

여름날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한 시간 가량 헤매던 끝에

어느 집 뜨락에 있는 흑인 여자에게 길을 물었다.

그녀는 급히 집안으로 안내하여 땀을 식히게 한 뒤

직접 차를 운전하여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딸아이가 고마움에 성의를 표시하고자 했으나,

여자는 오히려 '봉사할 기회를 주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주고 받음의 의미가 달라지고 고마움의 주객이 전도된 가운데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맑고 순수했다고 한다.




딸은 그녀로부터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희생과 봉사,

- 순수한 사랑의 실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알았고,

미국인에 대한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우리는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의

오복(五福)을 행복의 필수조건으로 꼽고,

그것은 숙명적으로 타고나거나 찾아온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복은 받는 것으로 알고

그 결과를 위하여 기원하는 형태의 소극적인 기도법을

최선의 희구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복은 '짓는 것'으로, 끝없이 노력하고 실행하여

스스로 창조해야만 소유할 수 있다.

그 적극적인 방법이 타인을 향한 봉사와 희생, 순수한 마음인 조건 없는 사랑이다.




맑은 호수만이 하늘과 구름, 산을 품어 안을 수 있듯이,

순수한 마음은 가난한 사람, 상처 받은 사람, 병든 사람도 보듬을 수 있다.




텔레비전에서 마약왕 쿤사가 이끄는 고산족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어두운 표정에 번쩍이며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북유럽과 중미의 몇몇 국가의 국민은 은은한 미소와 순한 눈을 갖고 있다.

카리브 해안에 연한 마야 문명의 발상지 근처의

브라질 원주민들의 눈망울은 크고 맑고 순박하다.

그들의 눈빛엔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 향수,순수성이 담겨 있다.




아쉽게도 나는 우리의 얼굴에서, 나의 눈빛에서 그러한 순수성은 날려보냈는지.

야비하리만치 번뜩이는 어느 고산족의 눈빛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기에 부당한 행복에 곁눈질하고,

공인(公人)은 사욕에만 눈이 어두우며,

우리는 그러한 현상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비굴함에 대해

인간적 모멸감을 갖기보다 스스로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투명하게 사는 것. 순수하게 사랑하는 것.

지순하므로 파생될 수 있는 상처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순수라는 이름의 사랑법

- 조건 없이 나를 낮추고 계산을 지워버리는 것으로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인생의 방식이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는 해발 - 212m로,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호수다.





- 이옥자 「순수, 그 사랑법」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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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글쓴이
    2003.5.26 08:40 댓글추천 0비추천 0
    갓난애의 눈망울도 맑은 수정과 같이 반짝이는 순수...
    나의 눈은 오염에 찌든 욕망의 덩어리?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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