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가 중국 소비패턴 바꿨다  
[중앙일보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남북향(向)의 아파트, 다소 불편하더라도 숲이 있는 교외의 집, 세련된 자전거, 공기 정화기능을 갖춘 에어컨, 자가용….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겪은 뒤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들이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사스형(型) 소비패턴이다.

성수기에는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반 에어컨은 올해 4월 이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공기정화 기능을 갖춘 에어컨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아파트도 통풍이 잘된다는 이유로 남북 방향으로 창문이 면한 곳이 선호된다.

교통체증 때문에 기피되던 베이징시 외곽의 아파트들도 공기가 좋다는 이유로 요즘에 새삼 각광받고 있다.

자전거 이용이 일반화된 중국에서 택시와 버스가 사스의 전염경로로 인식된 뒤부터는 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야윈춘(亞運村:아시아선수촌) 등 베이징의 중고 자동차 시장에는 자가용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평소의 배 정도로 늘어났다.

사스 확산사태 이후 기업경영과 정부의 개발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전염 위험성이 높았던 국내선 비행기들은 승객이 4분의 1로 줄자 차제에 만성적인 비효율.고비용 구조를 바꾸자며 수술에 나섰다.

여객기 대신 화물수송기 수를 늘리고 여객기 운항횟수와 노선도 일부 변경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도로건설 등 외형적 성장만 추구했던 지방정부의 전시적 행정도 중앙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릴 태세다.

중국 경제가 사스로 내실을 얼마나 다져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