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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좋은 詩 한편 ---- 된장이 옮김

doenjang2003.08.08 16:19조회 수 13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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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싶다 ------- 이기철

   산들이 양떼처럼 엎드린 골을 지나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싶다
  귀 속에 해바라기를 피워놓고 기다리는
  박꽃 같은 사람들을 찾아
  이 세상 가장 순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우체부가 되어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페달을 밟고 싶다
  새록새록 숨쉬는 싸리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둔덕에 피어오르는 자운영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싸락눈 같이 흰 꽃들과도 눈맞추는
  우편배달부가 되어 살고 싶다
  살구꽃이 치약처럼 피어나고
  햇볕이 타월처럼 빨랫줄에 걸리면 더욱 좋으리라
  두 달치 월급을 받지 않아도
  마음 그리 야위지 않고
  가다가 돌멩이에 눌린 풀잎 하나도 일으켜 놓고 가는 사람
  도랑물을 건널 때 피라미들이 발목을 간지리면
  마음은 더욱 즐거우리라
  엉겅퀴 새 잎 돋는 산 구비를 돌면
  거기 채송화에 물 주던 손을 놓고 빨간 자전거를 바라보는
  새댁도 있으리라
  사립문에 기대서서 내가 전해주는 하얀 편지봉투를 받아드는
  새댁의 얼굴에는 아직 홍조가 남아 있으리라
  편지를 받아 든 새댁의 손이 무처럼 희리라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녀의 눈썹 사이에 번지는
  근심까지도 읽을 수 있으리라
  그러면 내 그녀 대신 그녀의 근심 몇 자 적어
  아직도 우엉 밭에 물 주고 있을 친정 어머니께 전하리라
  그때의 자전거 바퀴 자국은 소낙비가 올 때까지는
  지워지지 않으리라
  산그늘이 길을 덮을 때까지는
  새댁의 눈에 빨간 자전거가 지워지지 않고 있으리라
  낡은 가방에 든 편지들은
  저마다 닿고 싶은 대문이 있으리라
  대문에 편지가 꽂힐 때마다
  집들은 하얗게 웃고
  처마들은 더욱 나즉해지리라
  그때마다 보자기 만한 뜰에는
  아기 입술 같은 채송화가 피리라
  들꽃처럼 따뜻하고 햇빛처럼 환하게 사는 길이
  거기 있음을
  빨간 자전거를 타고 모롱이를 돌아보면 알리라
  갈 때 무거웠던 편지 가방 돌아올 땐 기쁨으로 가벼워지리라
  어깨에 내리는 저녁 햇살이 산새처럼 정겨운,
  노래하지 않아도 온몸이 노래로 적셔지는,
  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우체부가 되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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