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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빚기 경연대회" (신문사설)

빨래터2003.12.30 22:43조회 수 1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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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내용인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찬찬히 읽어보십시요.


삶은 선택의 여정이다. 큰 길, 작은 길, 오솔길, 원하지않아도 숱하게 많은 길이 한 인간이 살아가는 데 놓여있다.

어느 길을 택하냐에 따라 작게는 개인 삶의 모양이 달라지고, 크게는 그 개인이 역할하는 사회의 모양이 달라진다. 그냥 저냥 살아가는 듯해도, 우리는 저마다 인생의, 사회의, 국가의 그릇을 빚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릇빚기 경연대회’는 출발부터 불공정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평등하여, 저마다 생긴 모양이, 당장 누릴 경제적 규모가 다르다. 다름은 곧바로 차별이 되어 갖가지 형태로 바른 삶에 끼어든다. 누구나 곱게 멋지게 그릇을 빚고자하지만, 결코 뜻한대로 잘 빚지 못한다. 흠결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중도에 포기해버려 아예 그릇의 형태를 갖추지 못할 수도 있다.

삶은 선택의 여정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인 것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게임의 규칙을 저버린다. 때로 아예 ‘삶’이라는 게임의 장(場)을 박차고 나가기도 한다. 대개의 인간은, 출발선이 불공정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주어진 범위에서 규칙을 지키고자 한다. 개중엔 또 공정한 방식으로는 좋은 그릇을 못 빚을 것 같아서 반칙을 쓴다. 사소한 반칙도 있지만, 판을 엎어버리는 반칙이 되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안에 그릇을 빚다가 어느 순간 ‘땡’하고 종료신호가 울리면, 그릇빚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신호울리기는 말그대로 ‘오야(하늘)’마음이다.

하여, 삶이란 언뜻 여기기엔 참으로 불공정한 게임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그러하고, 그릇빚기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 그러하고, 시간예측을 어떻게 하여 시간을 나누고 쪼개어 쓰느냐에 따라 그릇모양이 달라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참으로 중요한 덕목도 같이 주어진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그것이다. 그릇빚기를 망쳐놓고선 하늘에게, 타인에게 책임을 모조리 떠넘길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럼에도 사람들은‘가지않은 길’을 들먹이며, 그릇을 제법 잘 빚어보려 했는데, 다른 길을 갔기 때문에 망쳤다고들 한다. 누군 그렇게 하고싶어 했냐고, 어쩔 수 없었노라고. 남 탓하기 좋아하는 부류다.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건 자신이 더 잘 아는 건 물론일테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은 이처럼 ‘순간의 선택’이 그릇빚기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보여준다. 청년 영호가 망가지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요소는 그의 선택이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그가 순임과의 첫사랑 연정을 품은 소풍장소에서 외치는 “나 돌아갈래”라는 절규가 더없이 안타까운 건 인간군상의 자화상과도 같아서 일 것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돌아갈 순간은 이미 많이 있었건만, 길이 아님을 깨닫고 돌아가거나 비켜갈 순간은 있었건만 그는 그러지않았다. 오히려 잘못된 순간의 선택이 체세포분열하듯 자기확장을 거듭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너무 개인의 선택만 강조했는가. 개인의 망가짐엔 그 사회도, 국가도 크게 한몫하지 않느냐고 반박할 이도 있겠다. 맞는 말이지만, 사회나 국가 탓만 하기엔 자신의 생을 너무 무임승차 시키는 게다. 끊임없이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게 인생이거늘,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어쩔 수 없었노라 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작금의 이 시대, 여론에 무임승차하는 것이 진리이자 살 길인 것처럼 되어있는 풍토가 심히 우려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다. 삶이 어찌 희망차기만 하겠는가. 더러 돌부리에 넘어져 회한도 쌓인다. 그래도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혹여 잘못 들었더라도 잘못을 정당화하려 헛된 힘쓰지말고 돌아가야한다. 그것이 그나마 제대로 그릇모양을 갖추는 길이다.

독자제위께선 2003년 얼마큼 그릇을 빚으셨는가. 잘 빚으셨는가 망치셨는가. 회한이 들더라도, 그런 깨달음이 있다면, 아직 늦지않았으니 2004년의 ‘그릇빚기 경연대회’를 잘 치르시길 바란다.



경남도민일보 박정희(문화생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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