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 드디어 정복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게시판에 올린 번개 공지를 보니까 괜시리 또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까운 검암산에 갈까 아니면 여항산에나 가 볼까... 날씨도 많이 풀려 라이딩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고...
그래서 용가리는 한우산으로 최종 목표를 정하고 무작정 도전해 보기로 했지요.
첨엔 전에와 같이 차량 이동 후 의령여고에서 출발하려 했으나 이왕 나선 거 아예 여기서 잔차로 함 도전해 보자고...
마눌의 걱정스런 눈빛을 뒤로 하고 그렇게 나섰지요.
달린 지 한 40분 정도 되었을까... 드디어 의령읍에 도착, 그리고 가까운 카센터를 찾았지요.
왜 카센터냐고요? 여기까지 오는 내내 체인과 드레일러에서 잡음이 많이 나서 보약 좀 먹여 보려고 그랬습니다.
다른 잔차 가게에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카센터가 눈에 더 많이 띄어 거기로 들어가 윤활제와 WD40으로
임시 방편으로 조치를 취해 놓고 다시 달렸더니 아예 잡음이 안 나더군요...^^;;
다시 얼마쯤 달렸을까... 난데없이 잔차가 풀샥이 된 느낌...
수상쩍어 아래로 쳐다 봤더니 뒷 타야가 완전히 광폭으로...ㅠ.ㅠ
빵꾸였던 것입니다. 겨우 여기까지 달려 왔건만 다시 되돌아 가야 하나...
가지고 있던 응급 팻치와 본드도 추운 날씨탓에 꽁꽁 얼어 있고...
이럴 때 만약 바람개비 행님이 계셨다면 좋았겠지만...
그래서 다시 의령읍으로 가서 가장 가까운 잔차방을 찾았지요.
가게 사장님은 점심 드시러 가셔서 직접 모셔와 사정을 설명하고 사장님의 능숙한 손 놀림...
그런데, 뜨~~~~~악!!!
그 많은 공구 중에 제일 무식하고 큰 놈의 일자 드라이버를 꺼내시더니
그 걸로 림을 이리저리 사정없이 후벼 파시다니...ㅠ.ㅜ 옆에서 차마 못 쳐다 보겠더군요.
작년 제 아들 놈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신출 간호원이 혈관을 못 찾아 주사 바늘로
이리저리 쑤시던 그 느낌과 너무 같은 장면이랄까...
그나마 좀 하신다고 앉아 계시더니 이번엔 선수 교체... 고무 장갑을 끼고 나오신 사모님이 직접 시범을...
빵꾸는 한 5mm 정도 되는 가시가 원인이었고 사모님은 쇠톱 날로 긁어 대시더니 그 곳에 오공 본드로 떡칠을...
그리곤, 마지막으로 고무 패치로 떡 붙이시더니 튜브를 장판에 대시고 플라이어로 마구 두들기시더니
"이제 됐어요. 근디 바람 넣는 게 안 맞으니 우짜노?"
펌프는 맞는 게 없어서 제 잔차에 달린 휴대 펌프로 쑥쑥.... 용가리 팔 힘 다 빠지뿌고...^^;;
겨우 바람 다 넣고 잠시 고민... 괜찮을까...괜찮겠지, 뭐...
그래도 미심쩍어 아예 가게에서 펑크 수리세트를 단돈 5천원에 구입했죠. 뽀나스로 쇠톱까지...^^
다시 막달렸습니다. 속도계는 추운 날씨 탓에 아예 작동을 안하고 그냥 느낌상으로 시속 한 20km정도 될까...
마침내 갑을 마을에 도착해서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한우산의 위용을 디카에 담고 다시 출발....
드디어 임도에 접어들자 모든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슬슬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쯤 올랐을까 전에 프레임 찍어 먹은 바위를 지나서 양성 삼거리라는 곳에 도달하였죠.
산 능선으로 잘 나있는 임도를 얼마쯤 올랐을까... 드디어 눈 앞에 한우산 정상이 보이는 것입니다.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였고 그렇게도 이 용가리에게 실패만 안겨 주었던 한우산이 저를 품에 안아 주더군요...^^;;;
감격스런 순간 이었습니다. 저 멀리 용가리의 집도 보이고 날씨가 맑을 때는 지리산도 보인다더니 정말 그대로였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지리산도 보이고 황매산도 바로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더군요.
다시 배경을 몇 컷 찍다가 우연히 발견한 응아... 도대체 언 넘이 이런 곳까지 와서 이런 행패를....
피하려다가 바로 눈 앞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 이런 곳에 웬 세종대왕님 두 분이 포개어서 누워 계신단 말입니까?
앗싸~~~ 재수~~~^^ 근데 혹시... 하고 주위를 다시 두리번...
앗!!! 저기도 한 분!!! 으아~~~~ 용가리 심봤따~~~~~~
여러분은 상상이 갑니까? 이런 곳에서 돈을 주울 거라는...
너무 기쁜 맘에 막달려 몇 분께 바로 문자 서비스....ㅋㅋㅋ
정말 힘들게 다시 찾은 한우산이 저에게 이런 행운을 안겨 주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고맙다...한우산아...
원래 한우산의 지명 유래가 여름에도 찬 비가 내린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워져 왔다지만 이 용가리는
오늘 다르게 해석 좀 하려고 합니다. 한우산( 寒雨山)에서 한우(韓牛 , Korean native cattle)산으로...ㅋㅋㅋㅋ
용가리가 소띠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우산과 그렇게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밤비(용가리 처자식...-_-;;)들이 있는 곳으로...
아예 먹통이 되어 버린 속도계(고양이 눈깔.. 선 없는 2...)는 스톱 워치로 동작시켜 무용지물이 되어 시간과 거리는
정확한 데이터가 안 나왔지만 대략 80km에 한 6시간 반만에 겨우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산은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고... 오늘 이 용가리는 목표 달성 했습니다...^^;;
p.s: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리고 찍어 온 사진도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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