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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을 읽어라 (박 정희 논설위원)

빨래터2004.03.17 19:59조회 수 14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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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사설" 입니다.
간혹 답답한 맘을 이런 사설을 통해 위안을 받아 봅니다. 글고 무슨 말을 해야될지도...?
빼곡히 쒸여져 눈이 아프지만 한번쯤 읽어 보시라고....



국민들의 온 감각이 정치에 쏠렸다. 일상의 먹고사는 일을 하면서도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걱정하며 평론을 쏟아내고, 행동하며, 울분한다. 지금의 정국을 어떻게 읽어내고, 판단하여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인가를 두고 논란도 분분하다.
개인의 작은 일을 판단함에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일이 풀린다. 예측가능한 해법도 나온다. 탄핵정국을 읽어내는 데에도 그런 냉철한 진단이 요구된다.


                                                            탄핵정국 냉철한 진단 요구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단하는 ‘전문의’가 한둘이 아니다. 각기 원인을 달리 찾고 처방도 달리한다. 대화가 될 리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땅덩이리에 살되 각기 귀 꽉꽉 틀어막고 다른 언어를 쓰는 꼴이다. 탄핵안을 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제껏 그래왔듯 노 대통령 자체를 문제삼는다. 리더십도 없고, 가볍고, 그로 인해 1년간의 국정이 파행됐고, 민생조차 못챙겼으니 나라가 엉망이었다, 게다가 총선앞두고 중립성까지 잃었으며, 사과조차 않으니 대통령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라고.
반면 온몸으로 탄핵안을 저지하며 절규했던 열린우리당은 설마설마했는데 가결시키다니 제정신이냐, 역사의 후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폭거다, 봐라 국민이 가만 있지않는게 몸으로 느껴지지 않느냐 한다.
대통령은 이 시점 별 말이 없으나 지금까지의 기자회견 등에서 나온 말과 행동을 종합해보면 대충 이런 속내를 갖고 있을 테다. 나더러 자질없다고 그랬느냐, 언제 대통령으로 인정을 해주기는 했느냐, 말한마디 행동하나에 시비걸지 않았느냐, 게다가 거대언론이 훈수까지 두면서 태클을 걸어오니 도대체 무슨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겠느냐, 거대야당이 발목잡아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고싶지는 않다 라고.
탄핵안이 가결되고, 탄핵무효라 외치는 국민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탄핵특수를 노렸던 야당은 당황했고, 또 서둘러 추가로 처방한다.
말끝마다 국민을 들먹이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사유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란다. 70%가 넘는 국민이 탄핵가결을 반대한다고 하니, 이번엔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을 들먹인다. 내친 김에 한나라당은 독설가로 이름난 전여옥씨를 대변인으로 맞아들여 보수층 껴안기에 적극적이다.
이땅 여론을 들었다놨다 할 정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거대언론은 너무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여들자 아서라 하면서 여론 잠재우기에 바쁘다. 나라가 수상한데 무슨 단체행동이냐, 이럴수록 자제해야 성숙한 국민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다, 한번 생각해봐라 사실 원인제공은 다 대통령이 하지 않았느냐, 사과만 하면 만사해결될 일을 자초한 게 대통령아니냐, 그러니 자업자득이다, 국회가 법대로 한 일을 두고 국민이 이러면 쓰나, 하는 요지의 칼럼과 사설을 연일 도배하고 있다.


                                                              곪은 상처의 결정판


참으로 앞뒤가 맞지않는 건 야당과 거대언론의 ‘국민에 관한’논리다. 사활걸고 탄핵안가결시킨 주요 목적이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 해놓고, 막상 그들이 말끝마다 애지중지 들먹이는 그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목소리엔 귀를 꽉 틀어 막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국민을 걱정하는 양 립 서비스를 하건만,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일반국민은 분명 다른 모양이다.

국민들은 목터지게 외쳐댄다. 탄핵은 안된다, 우리 다수가 뽑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럴 순 없다, 역사를 두려워하라, 당신들은 대통령 자질을 문제삼을 자격이나 있나, 소가 웃을 일이다 라고.

기실 지금 정치판은 곪은 상처의 결정판이다. 곪은 상처는 터뜨려야만 새 살이 돋는다. 곪은 곳이 끝내 짓무르고 말지, 새 살이 돋을 지는, 상처를 어떻게 돌보느냐에 좌우된다. 그 상처치유는 일부의 정치권이나 언론이 아닌, 행간을 잘 읽어내는 국민다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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