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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에관한짧은이야기..

또바기2004.05.01 00:00조회 수 466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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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잘다녀오시고안전라이딩하세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유명해 졌더라”라는 말이 어디 사람에게만 적용되겠는가. 땅이나 산 심지어 나무나 돌까지도 어느날 갑자기 유행이 휩쓸듯 그렇게 이름을 얻어 날린다. 그러나 거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명성이 점차 낡아져서는 우리의 기억 뒤편 망각의 늪 속에 가라앉는 경우도 많다.

울산과 창원이 60~70년대 개발의 견인차로, 분당이 90년대 신도시로 이름을 드날렸고 지금은 한밭벌이란 이름이 엑스포를 맞아 전국을 휩쓸고 있다. 하기야 이름이나 명성을 주었다가 뺏는 것 자체가 사람들 일상의 행위요 그들이 꾸며내는 것이라 대수로울게 없다. 즉 이런 현상은 삼라만상에 비교하면 강변의 한점 모래알보다 작은 사실일진대 사람들은 시간도 환경도 무시한 채 호들갑을 떤다. 마치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착각을 한다.

해발 640m의 천주산(天柱山)은 창원과 마산의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낯이 설었던게 사실. 그런데 이 산이 올해 들어 갑자기 어느날 유명해 지는 고속도로를 탄 것처럼 산악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93년은 마치 천주산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부산 경남 사람들의 입에 스스럼 없이 자주 오르내린다. 부산지역 일간신문의 등산안내란에 한달에 한두번 정도 등장하자 산꾼들은 갸우뚱거리면서도 천주산을 되물어 본다. 천주산은 사람들의 신바람에 따라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게 아닐까.

수돗물이 나빠지자 약수를 얻으려는 도시민들이 절이나 샘터를 찾아나섰고 이들은 물도 뜨면서 아침 조기등산도 하는 1석2조의 건강관리법을 개발, 이를 주변에 확산시켰다. 산중턱까지만 가던 발걸음이 공휴일이나 일요일을 맞아 정상까지 확대되고 그러다보니 정상에서 보는 이 땅의 경치에 감격하고 그래서 그 다음에는 보통날의 아침에도 무리를 해서 정상을 오른다. 이런 연유로 천주산은 사람과의 교감으로 정을 나누고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건너면서 천주산의 아름다움도 더 큰 메아리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정상을 오르던 발걸음은 분주히 그 부근의 길들을 새로운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같지 않으리라.” 천주산은 이래서 우리들과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

   천주산을 오르는 길은 천주사에서 시작하는 것과 외감부락을 들머리로 잡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천주사코스는 아침 약수를 뜨고 정상도 오르는 1석2조의 단조로운 조기등산 길이고 외감부락의 경우는 계곡을 끼고 가거나 풀숲을 뚫고 능선을 올라서는 잔재미가 촘촘한 그물같이 짜여 있어 등산할 만하다.

   경전선 철길(창원시 북동)을 가로건너 마금산 온천으로 뻗어간 1045번 지방도는 왼편에 천주암 안내판을 남겨둔 채 치달아 창원군과 창원시를 알려주는 간판이 마주보고 있는 고개에 이른다. 내리막길 따라 좌우의 경치에 정신을 쏟고 있는데 왼편에 외감을 알리는 표석이 서있다. 이 길로 접어들면 포장된 길은 오른편 차창에다 마을을 띄워둔 채 가장자리를 빙돌아 벚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가 시야를 차단하는 곳으로 진입한다. 이 때쯤 안내간판이 나타나고 직진하는 도로엔 차단봉이 가로막아 차가 더 진행할 수는 없다. 무성한 잎들로 뒤덮인 벚나무랑 다른 나무들이 습기를 잔뜩 덮어쓴 채 여름을 추스른다. 자욱하던 안개가 조금씩 물러나자 서서히 계곡을 뒤덮은 즐펀한 숲이 양쪽 산기슭 때문에 무척이나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물소리와 나뭇잎을 스치는 안개는 장마로 뒤덮인 우리나라 여느 골짜기나 똑같지만 차 시동을 끄자 태고의 조요를 계곡의 물흐름 만이 간간이 흔들어 놓는다. 요란한 형상의 바위나 빼어난 암봉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이곳은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경치가 있다. 어릴 때 우리가 자주 찾았던 고향마을에서 가장 아끼던 골짜기-그것이 큰골이라도 좋고 새미골이라도 좋다. 동네 어른들이 가장 경치가 좋다고 칭찬에 입술이 마르던 마을의 소문난 곳-바로 그 입구에 서있는 것 같다. “아니 이런곳에 이런 진실된 풍경이….” 말을 삼키며 사방을 몇 번 돌아다보게 된다. 보통의 경치이면서도 감히 손댈 수 없는 기품을 지녀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해 카메라를 살짝 배낭에서 꺼내 조용하게 비구름의 이 강산을 담아본다.  여기가 달천. 천주산을 더욱 올라가야할 산으로 만드는 골짜기이다. 그리고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 곳은 벚나무 동산. 장마가 계속 중인데도 저쪽 계곡가엔 텐트가 여러 동 쳐져 있다. 벌써부터 여름에 젖어있는 야영족들이 무척 부럽다. 오랜만에 흠씬 느끼는 우리들의 잃어버렸던 계곡에 하룻밤이라도 안겨보는 맛,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기회가 없구나.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300년전 조선조 유림의 거목 문정공 미수 허목(文正公 眉瘦 許穆)이 쓴 `達川洞'이란 각석(刻石)이 있고 또 그가 거처하던 곳에 있던 구천(龜泉)이란 우물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하는데 온통 숲과 구름이라 더더욱 알길이 없고 안내간판에만 허목선생에 대한 설명이 있다. 또 지도상에 나타나있는 허미수신비각도 이 부근 같은데 이른 아침인 때문인지 물어볼 사람조차 없다. 유림의 거목까지 이곳에서 살았다하니 지금의 달천은 옛날보다는 많이 변했겠지만 그래도 보통이면서도 보통 이상의 친근함과 설렘을 주는 한국적인, 몇 안되는 계곡 중의 하나이리라.

   큰길은 가다가 왼편으로 가닥이 나있지만 큰길을 등산로 삼아 걸음을 옮기면 길은 좁아지면서 달천을 건넌다. 처음 대하는 달천은 암반도 좋지만 계류도 맑아 두손을 모아 물 한 움큼을 마셔본다. 어제 그제 그렇게 비가 내렸는데도 물맛은 대단히 시원하다.

   왼편에 관리사무소같은 잘지은 집을 지나친 뒤부터 본격적으로 풀속길이라 앞에 선 사람은 풀을 헤치며 길을 확인해야 할 정도다. 오른편의 달천 그 너머 산기슭은 온통 너덜겅인데 칡넝쿨이 절반 이상을 덮었다. 풀에 묻은 물기 때문에 우리는 곧 옷이 젖어 우의를 꺼내 입는다. 길은 한참뒤 또 두갈래인데 왼편이 능선으로 향한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큰나무들은 없고 조림을 한 키작은 나무와 나무 만큼 자란 풀이 무리를 지었는데 계곡도 아닌 채 그저 비스듬히 고개를 향한다. 길 옆 제법 큰 소나무(정자나무 생김새) 밑에서 땀을 닦고 입을 다신다.

   달천에 취했던가, 안개구름 때문인가. 수통에 물 담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만 이곳까지 왔다. 이제 되돌아가 물을 넣어올 수도 없으니 물천지인 이곳에서 물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능선과 기슭이 거의 조림목인 것을 보면 수삼년전에 산불이 난 것을 뒷받침하고 이 때문에 풀도 이렇게 왕성하게 자랐음이 틀림없다. 흙길이 풀속에 덮였고 장마철이라 미끄럽기 때문에 발끝을 대단히 조심해야 하고 이 길은 여름철엔 오를 때보다 내릴 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봄에 나무와 풀이 자랄 때엔 이곳이 더욱 정감어린 추억을 줄 것 같다.

   별로 크지 않은 나무와 그 사이의 풀밭이 던지는 연초록 물결은 대단한 색의 일렁거림을 보여줄 것이다. 또 이곳이 불난 자리가 틀림없다면 고사리와 각종 산나물도 많으리라. 한여름인 지금 곳곳에 크게 자란 취나물과 고사리가 자주 눈에 띈다. 고개에 오르니 등산로는 네갈래로 우리가 올라온 맞은편은 천주암으로 가는 길이고 왼편(동쪽)은 1045번 도로쪽의 봉우리, 오른편은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이다. 여기는 방화선까지 겹쳐 아예 풀이 무리져 자라는 풀천지이다. 달천 벚꽃동산에서 여기까지는 약 1시간 길인데 비옷을 입지 않은 일행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흠뻑 젖었다. 정상을 향한 첫째 봉우리에 올랐건만 정상은 구름속에 묻혔고 작은 봉우리 부근은 헬기장이 하나씩 있는데 넷째 헬기장을 지나자 바로 천주산 정상이다.

   한여름 햇볕이 쏟아지면 고개에서 정상인 이곳까지 땀깨나 흘려야겠고 한낮에는 숲이 없어 등산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꼭대기엔 2개 산악회가 나무로 정상비를 만들어 세웠는데 그중 하나는 `해발 637m'를 표기했고 지도(1:50,000)는 640m를, 〈산〉지(93년 6월)는 천주산을 638^8m의 주봉과 646m의 상봉으로 나누어 표시해 높이가 일치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나는 1:50,000 지도의 해발을 적용함).

   안개로 잔뜩 덮였던 창원과 마산이 한꺼번에 얼굴을 드러내자 구름을 걷어내고 보는 도시는 깨끗하고 싱싱하다. 산상에서 도시의 또다른 모습에 취해 있는데 어느새 구름이 눈앞을 가린다.

   천주산은 동~남이 창원시, 남~서가 마산시, 동~북은 창원군, 북~서는 함안땅이라 드물게도 정상에서 4개 시군이 만나고 있다. 천주산(天柱山), 즉 하늘의 기둥산인 만큼 4개 지역의 경계를 분할하고 4개 지역을 만나게 하는 기둥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무가 없는 정상은 밋밋해 멋도 없지만 마산 저쪽의 남해바다가 구름을 떨치고 나타난다. 뒤편으로는 산의 연속이지만 동서남북 군데군데서 마을과 도시가 눈길을 끈다. 〈산〉지에서 천주산 상봉으로 천주산 정상 바로 뒤편의 봉우리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것도 1대 50,000 지도와 다르다. 단지 천주산~작대산 종주등산로의 천주정상에서 만나는 첫째 봉우리로 외형상으로도 660봉의 호위봉 같이 느껴 진다. 천주산 하산은 올라온 길을 되돌아가 고개에서 천주암을 가는게 가장 손쉽고 작대산까지 종주는 여름엔 길이 자세치 않아 삼가는게 바람직스럽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9푼쯤에 왼편(남쪽)으로 향한 길과 저 아래편 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왼편길은 마산시 구암동이나 창원시 소계동으로 향하는데 정상에서 골짜기까지 떨어져 경사도가 대단할 것 같다. 고개에도 남쪽 길이 있는데 정상의 남쪽길과 합칠 것 같으며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뚜렷하다. 이 길은 역시 풀속에 묻혔지만 그래도 걸을 만하다. 두어번째 봉우리에서 북서능선과 남서능선으로 나뉘는데 북서쪽은 함안 칠원면, 남서는 마산행으로 길은 남서능선이 더 뚜렷하다. 이 길을 택할 경우 구암동이나 합성동으로 내려가는데 구암동의 경우 천주산 정상을 내내 쳐다볼 수가 있다. 나는 구름이 벗겨진 정상은 아닐지라도 구름이 3분의 1만 가린 꼭대기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목에 걸고 하산을 했지만 정작 그 산을 담는데는 실패했다. 아무리 하늘 마음먹기라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흐린 날씨 장마날씨에 물을 준비하지 않는 탓에 빵을 먹으며 몇 번이나 살구생각을 해야 했다(오이 2개가 큰도움을 주었지만 물 많은 이 때 물 때문에 고생을 하다니).

   무학산 정병산 장복산 용지봉 등 주변 산들이 너무 소문나 있고 또 등산객, 유산객들이 거의 그쪽으로 쏠려버린 때문에 천주산은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다. 힘들지 않으면서도 원만한 산능선과 땀을 적당히 흘리게 만드는 정상까지의 봉우리가 부드럽게 중심을 향해 모여 있다. 바다와 도시와 겹쳐진 산물결과 도시주변의 농경지가 거울처럼 환하게 드러나는 조망은 주변의 유명산들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거기다 달천계곡의 수더분한 아름다움이 산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편하게 한다. 앞으로 등산인들의 발걸음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우리가 등산을 하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정상은 하늘의 기둥산〔天柱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시내에 와서 목욕탕에 들어가면서 본 천주산은 그때서야 겨우 그 모양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천주산 등산은 이 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양미재 → 작대산 → 종주등산이나 양미재 → 구곡사 →함안 칠원면 등산로도 산길이 드러나는 봄, 가을에 찾아가 볼 만할 것 같다.

   전문등산인 성낙건씨의 〈산〉 지 기고 가운데 남녘의 산 천주산(93년 6월 앞의 글에 일부인용)에 대한 묘사를 그대로 옮기며 등산기를 매듭짓는다.

             「봄이 되면 돌 돌 돌 반석위를 굴러내리는 달천계곡의 맑은 물과
            어울린 수백그루의 벚꽃터널, 정상과 능선을 뒤덮은 억새풀의 물결,
            주봉의 북동쪽 사면을 연분홍으로 채색한 진달래밭, 천주산 구곡사
            달천암 신불사 등의 고찰, 띄엄띄엄 놓여있는 바위와 소나무들의
            청정한 어깨동무도 좋지만 아스라히 잠겨 흐르는 낙동강, 철새들의
            낙원인 주남저수지와 김해들녘의 아늑함, 마산과 창원시가는 물론
            남녘 바다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쾌감, 정병산 용지봉 불모산
            장복산 무학산 서북산 여항산 등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부드러운
            등선을 그리며 달리는 전망, 산등성이 여기저기서 아낙네들의 나물
            뜯는 정겨운 풍경 등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고루 갖춘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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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음..존 등산기군요..
    위에 성씨가 말하는 위에 모던 봉우리 (정병.용지.불모....
    불모는 아니군요...장복.무학.서북.여항) 가 바로
    낙남정맥줄기이군요...즉 지리산에서 김해 신어산까지의
    산줄기...물론 산애기야 많았어니...고개얘기 좀 할까요
    김해에서 이곳(천주)까지 산능선을 타고 오는데도 많은
    고개를 지나지만 우리지방인근에 있는고개를 소개하면
    우선에 남해고속도로 냉정ic의 장고개..장유휴개소바로옆...그리고는 도계뒤편의 신풍고개...북면즉 천주의
    굴현고개..그리고는 두척의 마티고개..대곡산의 쌀재고개..서북밑 봉화의 한치..일명 개나리고개(?)...
    이런고개들을 자동차로 혹은 잔거로 수없이 넘어다늘을것입니다..위에분 말씀같이 고개이름이라도 알고넘는다면...한결 쉽고 얘기거리가 있지않을카 싶어소개합니다...
  • 짧은기 아이구만...ㅎㅎ
    여튼 좋은 글 잘~~~ 읽고 가네...^^
    참, 여러분~~ 즐건 주말되세요~~~~
  • 그득한 내용이 담겨있군요...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깨끗한 계곡과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 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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