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면 10여 차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해외 원정까지 다니는 K씨(45). 무릎관절이 망가져 인공관절을 갈아끼운 뒤 의사의 만류에도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과는 1년도 채 못돼 재수술로 이어졌다. 인공연골이 깨지고, 관절을 박은 뼈에 금이 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 무엇이 그를 신체적 고통까지 감내하면서까지 운동을 하도록 내몰았을까.
스포츠 인구가 확산하면서 '죽자 사자'운동에 매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운동 양과 시간에서 운동선수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나 운동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운동중독증(의존증)은 무엇이며, 내게 맞는 적절한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 운동중독은 왜?
'운동을 하면 행복하다?' 운동은 인체의 반복 행위인 만큼 노동처럼 고통과 지루함을 수반한다. 그런데도 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이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미국에서 운동 붐이 일어난 1970년대 초. 이전까진 특별한 목적 없이 혼자 달리는 사람은 범죄용의자로 의심받기까지 했다.
연구 결과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몇 가지 생리적 배경이 밝혀졌다. 첫째는 격렬한 운동 후엔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 특히 우울증이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에게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 둘째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일명 '엑서사이즈 하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장거리 주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달리기를 시작해 30분쯤 지나 뇌의 생화학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마약을 한 것과 같은 행복감이 찾아온다. 뇌에서 아편.모르핀과 같은 구조와 기능을 가진 오피오이드 펩타이드(엔도르핀.리포트로핀.다이놀핀 등)가 분비돼 통증을 감소시키면서 감정을 고양시킨다는 것.
◆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의존증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등산 또는 매일 3㎞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 이런 의존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안될 뿐이지 상태는 마약보다 심하다. 운동을 거르면 불안.초조.신경과민.불쾌감이 생긴다면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간 사람이다. 상태가 더 악화하면 운동이 일상생활의 중심이 된다. 과사용 부위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대도 운동을 계속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운동에 탐닉한다. 궂은 날씨나 위험한 환경에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성.
문제는 운동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운동강도를 계속 높여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 할수록 강도와 시간이 길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의존증은 모든 운동종목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은 역시 달리기. 상대가 있는 운동은 일정한 룰이 있고, 경기 내용도 상대적이지만 달리기는 자신과의 기록 싸움이기 때문. 운동목표(거리×시간)를 정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록을 경신한다는 점에서 가장 격렬한 운동이다.
◆ 내게 적당한 운동은
운동중독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우선 지루하고 고통스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운동을 하지 않아 성인병에 걸리는 것보다 운동 부작용이 오히려 이롭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과유불급의 부작용을 줄이고 이점만을 취하려면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할까.
첫째는 자신의 운동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스포츠 선수 또는 비만을 개선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주 3~5회, 1회에 1시간 이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날에는 휴식일을 두거나 운동 강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둘째는 운동종목을 바꿔보는 것이다. 달리기만 하던 사람은 근력강화 운동이나 수영 등 다른 종목을 섞어보자. 최근 몸짱 아줌마 열풍 때문에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습관. 근육은 운동 후 48시간 쉬게 해야 피로도를 줄이고, 볼륨도 커진다.
셋째는 몸의 경고 증상에 귀 기울이라는 것. 운동중독에 빠지면 인대가 늘어나고 뼈에 무리가 가도 운동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린다. 결국 피로골절까지 간 뒤 운동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넷째, 과훈련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훈련증후군이란 평상시 부하로 운동을 해도 경기성적은 떨어지고, 만성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 이때 '정신력으로 극복하자'며 강박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망치는 길이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스포츠 인구가 확산하면서 '죽자 사자'운동에 매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운동 양과 시간에서 운동선수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러나 운동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운동중독증(의존증)은 무엇이며, 내게 맞는 적절한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 운동중독은 왜?
'운동을 하면 행복하다?' 운동은 인체의 반복 행위인 만큼 노동처럼 고통과 지루함을 수반한다. 그런데도 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이들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미국에서 운동 붐이 일어난 1970년대 초. 이전까진 특별한 목적 없이 혼자 달리는 사람은 범죄용의자로 의심받기까지 했다.
연구 결과 운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몇 가지 생리적 배경이 밝혀졌다. 첫째는 격렬한 운동 후엔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 특히 우울증이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에게 이런 현상은 뚜렷했다. 둘째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일명 '엑서사이즈 하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장거리 주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달리기를 시작해 30분쯤 지나 뇌의 생화학적인 변화가 생기면서 마약을 한 것과 같은 행복감이 찾아온다. 뇌에서 아편.모르핀과 같은 구조와 기능을 가진 오피오이드 펩타이드(엔도르핀.리포트로핀.다이놀핀 등)가 분비돼 통증을 감소시키면서 감정을 고양시킨다는 것.
◆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의존증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등산 또는 매일 3㎞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 이런 의존성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안될 뿐이지 상태는 마약보다 심하다. 운동을 거르면 불안.초조.신경과민.불쾌감이 생긴다면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간 사람이다. 상태가 더 악화하면 운동이 일상생활의 중심이 된다. 과사용 부위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러대도 운동을 계속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운동에 탐닉한다. 궂은 날씨나 위험한 환경에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성.
문제는 운동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운동강도를 계속 높여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계속 할수록 강도와 시간이 길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의존증은 모든 운동종목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은 역시 달리기. 상대가 있는 운동은 일정한 룰이 있고, 경기 내용도 상대적이지만 달리기는 자신과의 기록 싸움이기 때문. 운동목표(거리×시간)를 정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록을 경신한다는 점에서 가장 격렬한 운동이다.
◆ 내게 적당한 운동은
운동중독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우선 지루하고 고통스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운동을 하지 않아 성인병에 걸리는 것보다 운동 부작용이 오히려 이롭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과유불급의 부작용을 줄이고 이점만을 취하려면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할까.
첫째는 자신의 운동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스포츠 선수 또는 비만을 개선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주 3~5회, 1회에 1시간 이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날에는 휴식일을 두거나 운동 강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둘째는 운동종목을 바꿔보는 것이다. 달리기만 하던 사람은 근력강화 운동이나 수영 등 다른 종목을 섞어보자. 최근 몸짱 아줌마 열풍 때문에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습관. 근육은 운동 후 48시간 쉬게 해야 피로도를 줄이고, 볼륨도 커진다.
셋째는 몸의 경고 증상에 귀 기울이라는 것. 운동중독에 빠지면 인대가 늘어나고 뼈에 무리가 가도 운동을 계속해야 직성이 풀린다. 결국 피로골절까지 간 뒤 운동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넷째, 과훈련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운동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훈련증후군이란 평상시 부하로 운동을 해도 경기성적은 떨어지고, 만성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 이때 '정신력으로 극복하자'며 강박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망치는 길이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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