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식도락을 즐기는 축에 들어갑니다. 그 동안 왈바 맛길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아 약간 아쉬웠는데 이번에 박공익님이 게시판지기를 맡으셔서 자못 기대해봅니다.

국수, 우동, 메밀국수집을 몇 군데 소개할까 합니다.

한군데는 자출사를 통해 많이 소개되었죠. 행주산성 근처에 있는 국수집입니다. 찾기 쉽습니다. 그냥 행주산성 근처 터널 나오기 바로 직전 길가에 있습니다.
그다지 훌륭한 맛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기본은 충실한 맛입니다. 무엇보다 양이 푸짐합니다. 처음 시킬 때 양을 많이 달라고 하면 된다고 해서 양을 많이 주세요 했더니 세상에 이렇게 많이 주는 국수집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괜히 많이 달랬나 싶을 정도로 많이 주더군요. 가격도 착합니다.

두 번째는 합정동 로터리에서 망원동 쪽으로 첫 번째 사거리 중소기업은행 주차장에 문을 연 포장마차입니다.
우연히 길을 가다 사람들이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인산인해, 줄을 서 있길래 신기해서 가봤습니다. 밤 9시 이후에 가셔야 우동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30분 이상 기다린 다음에. 생긴지 얼마 안 되는 거 같은데 매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격은 3,500원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비싼 포차 우동은 처음 봅니다. 맛은 대단히 훌륭합니다. 약간의 김치 국물로 맛을 내고 우동처럼 쑥갓을 잔뜩 넣어주는, 면발은 칼국수도 아니고, 우동도 아닌 그 중간입니다. 아주 간단한 레시피인데도 이렇게 훌륭한 우동이 탄생하는군요. 저는 한 번 맛을 봤으니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작정입니다. 아무리 맛이 훌륭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비싼 건 딱 질색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포차 우동> 같은 단순하고 간단한 한가지 메뉴로 떼돈을 쓸어 담는 것을 한번 구경, 또는 맛보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널리 알려졌지만, 서울 시내에서 국수 한 그릇 먹으려면 제일 좋은 곳은 황학동 시장에 있는 멸치국수이죠. 여러 군데 있지만 가장 훌륭한 맛은 딱 한군데이죠.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저는 황학동 시장에서 간판도 없고, 약도도 설명하기 곤란한 바로 그 멸치국수집과 바로 그 칼국수집을 자주 이용합니다. 가격은 두 군데 다 2천원이죠. 맛도 훌륭합니다. 이런 건 자세한 약도에 대한 정보 없이도 가보면 알 겁니다. 모르면 묻거나, 인터넷 검색해보시면 되겠죠.

메밀집은 교보문고 근처 집이 지리적 여건 상 유명한 거 같은데 맛은 유명세에 비해 별로이죠. 남대문 시장 근처에 분식집이 있죠. 이곳도 유명한 집입니다. 가격은 상당히 비쌉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메밀 소바 한 그릇 먹으려면 이만한 집은 드문 곳이죠. 약간 짠 맛이 흠입니다.

우동집은 한국인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지만 제대로 된 일식우동 한 그릇 맛보려면 동부 이촌동 지하 상가에 있는 바로 그 우동집이 최고죠. 완벽무결점인 일본 맛입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나오키 상이 이대 입구 시장에 문을 연 일식우동집도 유명하죠. 일본에서 우동집을 하시는 아버지의 맛을 고스란히 이동시킨 점이 훌륭하죠. 이 집도 완전 일본식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제대로 된 일식우동 맛보려면 딱 이 두 군데뿐입니다. 나머지 일식우동 간판을 내건 집들은 모조리 허접, 흉내만 낸 우동 맛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우동집은 아무래도 시청 앞, 덕수궁 근처 바로 그 우동집일 겁니다. 천원이 더 비싼 반면에 뜨거움이 오래 지속되는 돌솥우동보다는 그냥 평범한 냄비우동이 좋습니다.

끝으로 글을 쓰다보니 부산의 할매회국수집이 간절하군요. 변했다지만 아직도 그만한 고추장 맛을 내는 회국수집은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고추장 다섯 숟가락 퍼넣습니다. 알만한 분은 아실 겁니다.

간판에 대한 정보나 자세한 약도가 없는 점 용서하세요. 인터넷 검색해보시면 다 나오는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