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후기를 안쓰는 이유는 사람 이름을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초면에 '그때 그 빨간 헬멧 쓴 짝궁둥이인 분'으로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런 내가 왜 이런 후기 비스므레한 걸 쓰느냐?
어제 바꾸리님이 헤어지기 직전까지 후기 쓰라고 노래부르며 보낸
간절한 눈빛 때문에도 그렇고 어쨌거나 말바짱인데 첨엔 말 좀
들어주자 싶어서다. 히히.
이상하게 잔차타기 전날이면 꼭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그저께도
예외가 아니어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코스를 순례하게 되었다. '내일
산에 가야 하는데..' 따위의 소리는 아니함만 못하므로 얌전히 앉아
평소처럼 망가짐.
아침에 싱그러운 술냄새를 풍기며 율동공원에 도착, 8시 10분부터
맹산 라이딩을 시작했다. 연수원쪽으로는 첨 올라가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길이 가파르고 돌무더기도 많았다. 전체 업힐의 반정도는
끌고 올라갔지 싶다.
업힐 내내 떠오른 생각 : 역시 가벼운 자전거가 끌기에도 유리해.
막판 계단을 힘겹게 올라 거북쉼터에 다다랐는데, 이미 먼저 와 계신
잔차인이 있었다. 오늘 번개에 새롭게 등장하신 김태호 선생님이셨다.
말바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렸더니 함께 타기로 하심.
평소같았으면 널부러져 쉬다 못해 졸음이 올 정도로 삐댔겠지만, 이날은
아홉시 반까지 손님을 맞아야 하므로 좀 빡세게 내려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바이크리님은 가방에서
오랜지,복숭아(자두?) 등등을 꺼내 나눠줬고 우리는 첫 말바 번개가
얼마나 널널할것인가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떠들어댔다.
기념사진까지 박고 드디어 출발!
알려나 모르겠지만 태제고개 넘을때까지 내가 선두 서기로 했는데
빡세게 타시는 분들이 연신 추월해 간다. 어째 말바의 기본취지에
반(反)하여 물을 흐리는 불순세력이 있는 거 같다. 주초의 무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찌어찌 해서 임도 입구의 슈퍼 앞에 집결했다. 마일드 바이크
첫 번개의 첫 휴식 답게 쉬는 것도 인상깊었다. 헬멧 장갑 다 벗고
배낭까지 풀어제끼고 널부러저서,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과일을
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벌써 쮸쮸바를 사 온다.
" 쮸쮸바는 500원 짜리랑 300원 짜리가 있슴다~.
500원 짜리 드실 분~! 선착순임다~! "
순식간에 500원짜리 쮸쮸바가 떨어지자 보급병이 다시 외친다.
"이제 300원짜리밖에 없슴다. 300원짜리는 1인당 두 개 씩임다~!"
이때 사람들 눈빛을 보니 ... 말바 사람들 맞나 싶다.
긴 휴식이 끝나고 드디어 업힐 시작. 최근 비가 많이 와서인지 길
상태가 별로다. 자전거에서 안내리는 데 만족하고 삐질비질 올라갔다.
중간에 대충 한번 쉬고 문형산 정상 P턴의 모가지 부분에서 집결해
간식을 까먹기로 함.
근데 선두에 계신 몇분이 말려도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우리는 간식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만 내려가라고 협박했지만 소용없었다.
잠시후 바꾸리님이 도착해서 우리는 이 문제로 잠깐 고민했는데, 말바
기본 이념을 저버린 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고
간식을 깠다. 아...이때 쏟아져 나온 간식이라니!!!
(배경음악 : 환희의 송가)
널널의 축제요. 모든 초보가 마음속에 그리던 말바의 구현이었다.
이때 나온 간식은 바꾸리님이 아침에 준 자두,오랜지, 오이 외에도
모나카, 바나나, 사과, 초밥, 젤리, 사탕 등 여느 번개에선 볼 수 없는
진수성찬이었다. (초밥은 그 이전에 먹었던가? 하도 많이 먹어서
뭐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힘들다.)
시간이 갈수록 배가 고파야 정상인데 어째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배가 부른지 모르겠다. 잔타 타는것보다 오이 먹는 게 더 힘들다는
얘기도 들렸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선두랑 후미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여기저기 미아가 생겼다. 특이한 것은 미아가 주로 선두라는 것.
나는 미아를 '먹을것 혹은 그것을 지닌 무리에게서 떨어 지는 것'
으로 정의한다. 앞이냐 뒤냐, 혹은 어느쪽이 다수냐는 상관 없다.
누군가 말했듯 미아 방지를 위해 앞서가는 사람들이 길따라 비스켓
부스러기라도 흘리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뒤에서 집어먹으면서
쫓아 오고...
이럭저럭 문형산 다운힐을 마치고 가겟집에서 얼음수박을 먹음.
솔직히 지난번 먹었을때보단 맛이 덜했지만 짱돌님 말대로 이거 먹은
다음엔 다른데서 수박 못 먹겠더라..
한참을 널부러졌다가 땡땡이 번개에 참석하는 팀을 보내고(이 사람들이
오늘 말바 물 흐린 사람들이다) 맹산으로 향했다.
온로드 업힐은 업힐도 업힐이지만 땡볕에 아스팔트를 달리는 게 더
지겨웠다. 별 무리 없이 떼부자네 별장에서 재집결.
짱돌님이랑 내가 틈만나면 광고하던 맹산 싱글이 시작됐다. 워낙
좋다고 떠들어서인지 기대를 많이 하셨을텐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정말 맹산 다운힐은 '이야호~~"소리가 절로 날 만큼 신난다.
크게 어려운 곳도 없구. 단지..
내가 맹산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려올때마다 넘어지던 곳이
배드민장 근처 돌무더기 다운힐인데, 아침에는 부담스러워서 끌고
내려 왔더랬다.
하지만 이번엔 운좋게 안넘어지고 내려왔지비...
남몰래 혼자 뿌듯해 함.
전원 별 무리 없이 하산하여 점심으로 칡냉면을 먹고 해산했다.
##
이번 첫 말바 번개에서 사람들이 무얼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라이딩이 너무 시시했다고 느낀 분도 있을테고, 말만
말바지 이 번개 역시 빡세다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우린 빡센 번개, 읽어보면 겁나는 후기 사이에서 초보자들도
맘 편히 모일 수 있는 번개를 만들려 애썼고,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
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말바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전적으로 어제 오셨던
여러분같은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며 씰데없이 긴 후기를 마친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타느라,먹느라..)
초면에 '그때 그 빨간 헬멧 쓴 짝궁둥이인 분'으로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런 내가 왜 이런 후기 비스므레한 걸 쓰느냐?
어제 바꾸리님이 헤어지기 직전까지 후기 쓰라고 노래부르며 보낸
간절한 눈빛 때문에도 그렇고 어쨌거나 말바짱인데 첨엔 말 좀
들어주자 싶어서다. 히히.
이상하게 잔차타기 전날이면 꼭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 있다. 그저께도
예외가 아니어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코스를 순례하게 되었다. '내일
산에 가야 하는데..' 따위의 소리는 아니함만 못하므로 얌전히 앉아
평소처럼 망가짐.
아침에 싱그러운 술냄새를 풍기며 율동공원에 도착, 8시 10분부터
맹산 라이딩을 시작했다. 연수원쪽으로는 첨 올라가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길이 가파르고 돌무더기도 많았다. 전체 업힐의 반정도는
끌고 올라갔지 싶다.
업힐 내내 떠오른 생각 : 역시 가벼운 자전거가 끌기에도 유리해.
막판 계단을 힘겹게 올라 거북쉼터에 다다랐는데, 이미 먼저 와 계신
잔차인이 있었다. 오늘 번개에 새롭게 등장하신 김태호 선생님이셨다.
말바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렸더니 함께 타기로 하심.
평소같았으면 널부러져 쉬다 못해 졸음이 올 정도로 삐댔겠지만, 이날은
아홉시 반까지 손님을 맞아야 하므로 좀 빡세게 내려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바이크리님은 가방에서
오랜지,복숭아(자두?) 등등을 꺼내 나눠줬고 우리는 첫 말바 번개가
얼마나 널널할것인가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떠들어댔다.
기념사진까지 박고 드디어 출발!
알려나 모르겠지만 태제고개 넘을때까지 내가 선두 서기로 했는데
빡세게 타시는 분들이 연신 추월해 간다. 어째 말바의 기본취지에
반(反)하여 물을 흐리는 불순세력이 있는 거 같다. 주초의 무리라고
불리기도 했다.
어찌어찌 해서 임도 입구의 슈퍼 앞에 집결했다. 마일드 바이크
첫 번개의 첫 휴식 답게 쉬는 것도 인상깊었다. 헬멧 장갑 다 벗고
배낭까지 풀어제끼고 널부러저서,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과일을
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벌써 쮸쮸바를 사 온다.
" 쮸쮸바는 500원 짜리랑 300원 짜리가 있슴다~.
500원 짜리 드실 분~! 선착순임다~! "
순식간에 500원짜리 쮸쮸바가 떨어지자 보급병이 다시 외친다.
"이제 300원짜리밖에 없슴다. 300원짜리는 1인당 두 개 씩임다~!"
이때 사람들 눈빛을 보니 ... 말바 사람들 맞나 싶다.
긴 휴식이 끝나고 드디어 업힐 시작. 최근 비가 많이 와서인지 길
상태가 별로다. 자전거에서 안내리는 데 만족하고 삐질비질 올라갔다.
중간에 대충 한번 쉬고 문형산 정상 P턴의 모가지 부분에서 집결해
간식을 까먹기로 함.
근데 선두에 계신 몇분이 말려도 자꾸 아래로 내려간다. 우리는 간식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만 내려가라고 협박했지만 소용없었다.
잠시후 바꾸리님이 도착해서 우리는 이 문제로 잠깐 고민했는데, 말바
기본 이념을 저버린 이들은 어쩔 수 없다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보고
간식을 깠다. 아...이때 쏟아져 나온 간식이라니!!!
(배경음악 : 환희의 송가)
널널의 축제요. 모든 초보가 마음속에 그리던 말바의 구현이었다.
이때 나온 간식은 바꾸리님이 아침에 준 자두,오랜지, 오이 외에도
모나카, 바나나, 사과, 초밥, 젤리, 사탕 등 여느 번개에선 볼 수 없는
진수성찬이었다. (초밥은 그 이전에 먹었던가? 하도 많이 먹어서
뭐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힘들다.)
시간이 갈수록 배가 고파야 정상인데 어째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배가 부른지 모르겠다. 잔타 타는것보다 오이 먹는 게 더 힘들다는
얘기도 들렸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선두랑 후미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여기저기 미아가 생겼다. 특이한 것은 미아가 주로 선두라는 것.
나는 미아를 '먹을것 혹은 그것을 지닌 무리에게서 떨어 지는 것'
으로 정의한다. 앞이냐 뒤냐, 혹은 어느쪽이 다수냐는 상관 없다.
누군가 말했듯 미아 방지를 위해 앞서가는 사람들이 길따라 비스켓
부스러기라도 흘리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뒤에서 집어먹으면서
쫓아 오고...
이럭저럭 문형산 다운힐을 마치고 가겟집에서 얼음수박을 먹음.
솔직히 지난번 먹었을때보단 맛이 덜했지만 짱돌님 말대로 이거 먹은
다음엔 다른데서 수박 못 먹겠더라..
한참을 널부러졌다가 땡땡이 번개에 참석하는 팀을 보내고(이 사람들이
오늘 말바 물 흐린 사람들이다) 맹산으로 향했다.
온로드 업힐은 업힐도 업힐이지만 땡볕에 아스팔트를 달리는 게 더
지겨웠다. 별 무리 없이 떼부자네 별장에서 재집결.
짱돌님이랑 내가 틈만나면 광고하던 맹산 싱글이 시작됐다. 워낙
좋다고 떠들어서인지 기대를 많이 하셨을텐데 어땠는지 모르겠다.
정말 맹산 다운힐은 '이야호~~"소리가 절로 날 만큼 신난다.
크게 어려운 곳도 없구. 단지..
내가 맹산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려올때마다 넘어지던 곳이
배드민장 근처 돌무더기 다운힐인데, 아침에는 부담스러워서 끌고
내려 왔더랬다.
하지만 이번엔 운좋게 안넘어지고 내려왔지비...
남몰래 혼자 뿌듯해 함.
전원 별 무리 없이 하산하여 점심으로 칡냉면을 먹고 해산했다.
##
이번 첫 말바 번개에서 사람들이 무얼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라이딩이 너무 시시했다고 느낀 분도 있을테고, 말만
말바지 이 번개 역시 빡세다고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우린 빡센 번개, 읽어보면 겁나는 후기 사이에서 초보자들도
맘 편히 모일 수 있는 번개를 만들려 애썼고,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
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말바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전적으로 어제 오셨던
여러분같은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며 씰데없이 긴 후기를 마친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타느라,먹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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