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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퀵실버2002.11.08 00:32조회 수 29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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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처음 올라와서는 너무나 생소한 모습에 많이 놀랐더랬습니다.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 이었으니까요.
그런 생소한 모습중에 저를 가장 슬프게 했던건 계절의 모습이었습니다.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도 한결같이 서늘하고 삭막하고 참 재미없었죠.
벌써 이십몇년이 흘러서 요즘은 가끔 아~ 내가 촌티를 벗어가나부다 하고 느낄때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때문에 하남시에 다녀왔는데요, 길동쪽에서 하남IC 방향으로
가다 보면 편도 일차선길인데(한영고등학교 바로 옆으로 있는 길입니다) 가로수가 플라타너스입니다.
양쪽으로 쭈욱 늘어서 있어서 하늘을 거의 가린답니다.
갈색으로 탈색된 넓직한 플라타너스 잎들이 온통 포도위에 떨어져 있습니다.
인도는 물론이고 차도까지 켜켜히 쌓여 있습니다.
바람이 좀 많이 불자 가지에 아직 붙어있던 잎들이 떨어져 우수수하고 날기 시작합니다.
많이 흐려서 어두운 하늘 속으로 아름답고 슬픈 추억처럼 깊이 침잠합니다.
포도위에 쌓인 잎들도 들썩거리다가 차들이 지나가면 우~~~~ 하고 일어나
차 뒤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너무 재미있어 보여 저도 한번 일부러 나뭇잎들 위로 좀 빠르게 지나가 봅니다.
백미러를 봅니다.  뒤유리창 너머로 나뭇잎들이 솟아 오릅니다.
그만 가라고 말하는것 처럼,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남겨온 무수한 사연의 흔적들처럼, 그리고 좀 천천히 가라고, 누가 쫒아 오느냐고 하는것처럼.....
바람이 많이 붑니다.
은행나무 밑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장갑끼고 은행알을 열심히 줍는 아주머니들도 보이고
그 모습을 쪼그리고 앉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꼬마아이의 모습도 있습니다.
어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일까요?  
수업이 끝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들의 모습이 참 활기차고 희망에 차 보입니다.
부는 바람과 날리는 나뭇잎들을 만끽하며 하얗게 웃으며 지나갑니다.
창문을 내려봅니다.
시원한 바람이 차안으로 밀려 들어옵니다.
후욱~  하고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셔 봅니다.
폐 가득 공기를 채웁니다.
도시의 계절을 관장하는 신에게 다짐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이젠 당신의 계절이 좋아집니다.
그러니 이 가을을 좀더 두세요.
아직 가을로 말입니다.

님들도 점심시간에 가까운 공원에 나가보세요.
거의 끝나가는 이 가을을 한번 더 느껴보세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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