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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물 150 인데요."

........2003.04.08 21:42조회 수 22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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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는 이상발이라고 합니다.

한 때 학창시절에는 남들처럼 당구장이란 곳을 자주 다녔습니다.

처음 칠 때는 이게 무슨 재미인지, 다 큰 어른들이 막대기 하나 들고 주먹만한 공을 쳐 대면서 킬킬대기도 하고, 내기도 하고, 심지어 날밤도 새고 말입니다.

뭐 이런 게 재미있을까 했는데, 이게 당구를 한번 익히고 나니, 표현 그대로,
잠자리에 누워도 천장이 당구대로 보이고.

수업시간에 앉아 있어도, 저 앞의 여학생은 제1 적구, 교수님은 흰 공, 여기는 내 공, 이렇게 돌려 친다 등의 공상 세계로 많이 빠져 들었지요. 그 당구란 게 한 반년은 머리 속에 맴맴 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지경에 들면, 우리는 점수 라는 것에 노예가 되지요. 학력고사 점수로 평가받는 것도 모자라서, 당구 점수로 자신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지요.

이 점수라는 게 30부터 시작합니다. 처음 당규 큐대를 잡으면 무조건 30이라고 하였지요. 며칠을 지나 보니까, 30도 다 같은 30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소위 "짜다" 라는 표현을 양념처럼 가미를 하였지요.

당구장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당구장 주인아저씨 금고 속으로 돈은 흐르고 흘러 들어갈 무렵, 세자리 수 이상의 당구 점수를 달고서도, "짜다". 혹은 "물이다" 라는 표현을 계속 활용을 하였습니다.

남들이 내 실력을 인정해 줄 때는 나에게 "짜다" 라는 표현이 적용되었고, 내가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항변할 때는 스스로에게 "물이다" 라고 부르짖으면서 처절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점수를 가지고 위장전술을 펴야 했지요.

당구장 속에서의 모습이 이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현듯 오늘, 갑자기 당구장이 생각하는 것은 왜일까요?

왈바의 게시판 여기저기에서 스스로를 칭하여 초보나 허접 이라고 겸허한 표현을 즐겨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웬만큼 타시는 분들도 다들 조심스레 초보입니다, 하수입니다, 이제 겨우 배우기 시작한 걸요 하며 겸손해 하시니까, 이런 분들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 실제로 산에 가서 뵙게 되면, '아, 나는 아직 초보의 그림자 근처에도 못가나 보다, 그냥 한강가에서나 계속 탈까 보다' 라며 절망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웬만큼 타시는 분들이 초보라고 겸손해 하시는 것을 그대로 믿었다가는 속된 표현으로 "속았다, 뒷통수 맞았다, 어째 저정도 타는 게 초보란 말인가?" 하며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산악자전거계에도 이제 점수제를 도입합시다. 어떻게 점수를 매길 것인지 어렵다면, 그냥 당구 점수 정도에 준용하여 표현하면 어떨까요?

정말 처음이십니까? 자전거를 타 보기는 했지만, 산은 처음이시라고요? 그럼 30입니다.
산에 한 두번 가보기는 했는데, 좀 힘들었다고요? 아무래도 두려움이 아직 있다고요? 그럼 짠 30입니다.

산에 가서 그럭저럭 잘 타실만하다고요? 그럼 50으로 합시다.
주말마다 산에 가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80입니다.

길거리에 잔차들이 지나가면 운전하다가도 시선이 잔차에게로 간다고요? 그럼 100으로 합시다.
다른 일로 산을 올라갔는데, 등산할 생각은 안하고 잔차 바퀴가 지나갈 트랙을 연구한다면, 150 이상으로 표현합시다.

이제는 번개를 치거나 혹은 참여하고자 할 때, 자신의 잔차 타 본 경험과 능력을 점수로 표시합시다.
막상 만나서 "뒷통수 얻어 맞는"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이렇게 쓰면, 그러는 너는 점수로 하면 얼마냐 라고 되물으시는 분이 계시겠지요.
저요? 당구도 16년을 치고도 아직 물 150을 못넘고 있습니다.  그게 저의 한계인가 봅니다.

산자전거요? 이제 겨우 짠 30인걸요, 어째 치다보니 쓰리쿠션이 되는 것 처럼, 어째 내려가다 보니, 급한 다운힐이 다 끝나 버렸던 경험들이 있지요. 전 겨우 짠 30인걸요.  그래서 말바에다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다음부터 만나면 인사나누고 점수 확인합시다. 특히 숫자보다는 숫자 앞에 붙은 "짠", "물" 이 표현에 더욱 유념합시다.


PS 오늘도 쓸데없이 내용없는 말만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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