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제등극 빨간망토차차
차차님.
가장 수난이 많았으면서도 분위기도 업시켜 주고..오늘 투어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싱글 업길에서 페달에 힘주다 체인이 끊어지며 옆으로 벌러덩.
밤송이를 깔고 앉아버렸으니 상황은 대단히 심각(?)했다. 하지만 그 튼실한 힙 근육은 가시바늘을 모두 뭉개고 멀쩡(?)해 놀랐다. 차차님은 근육의 튼튼함을 과시하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났다.
문제는 장갑을 뚫어버린 밤송이 가시들이 손바닥에 박힌 것.
아야야야. 아야야야. 흐흑.
그 건장한 차차님. 손바닥 가시 땜에 어쩔줄 모르고 진땀 빼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
한편 퀵님의 준비성으로 여분 체인을 이어 임시 조치를 한 후 다시 다운힐을 시도하였다. 다음은 포장도로로 들어서 팔각정까지 이어진 업힐 코스. 차차님의 체인은 여기서 다시 끊어졌다. 어찌 이렇게 다리 힘이 넘치는가.
일행은 멈추었고 찬우군과 나는 팔각정까지 업힐을 계속했다.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목에 물을 축이려는 순간.
이럴수가. 저 밑에 빨간망토차차님 멀쩡히 열심히 업힐 해 올라오고 있지 않은가!
그 체구에서 나오는 포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체인 수리가 최소 20분이상 걸릴텐데.. 이렇게 빨리….?
다시 자세히 보니 그 우람한 체구 양 옆구리에 붙어있는 짱아님(?)과 운일군.
양 팔을 양쪽에서 하나씩 붙잡고 빨간망토차차를 끌고 밀며 낑낑 업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말로만 듣던 그 전설의 <황제 라이딩>을…..
2. 신조어의 탄생(?) - 생활 양말 (우량아님편)
우량아 : “어머 짱아님 생활양말 신으셨네요 ???”
짱아 : “아냐, 아냐, 이건 xx에서 산 MTB 전용이야 ???”
다른사람 : 자신의 양말을 쳐다보고는… 고백. “나는 생활 양말이네”
미니메드 : “그럼 찬우는 생활엄마양말이네”
ㅋㅋㅋ
3. 퀵실버 : 숨겨서 혼자 즐기던 <비장의 싱글로드>를 공개하다.
쌈밥집에서 아주 흡족한 점심식사를 즐긴 우리는 빨리 다시 올라가자는 찬우군의 재촉에 식사를 마무리하고 후반 싱글 라이딩을 시작.
내일 명절준비(?)도 해야 하고 다들 마음이 급하다했지만 마지막 싱글 다운을 진하게 즐기기로 합의하고 다시 잔차에 올랐다. 퀵님이 그동안 망우산에 오를 때 마다 혼자서 몰래 즐겼다는 나만의 코-스 탐험.
망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 공기가 맑아 한눈에 들어오는 빌딩과 도로들.. 시내도 참 볼만했다.
숨을 고르고는 주변을 살펴보니 커다란 밤나무가 큰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입을 쩍 벌리고 닜는 것이 보였다. 산아래서 보았던 밤나무들과는 사뭇 달랐다. 아래는 많은 등산객 손을 대서인지 밤송이가 거의 떨어져있었는데 이곳은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네님은 제법 알이 굵은 밤톨이 든 밤송이 몇 개를 따서 찬우에게 주었다. 열심히 발로 비벼 밤톨을 줍는 찬우군.
이제 마지막 환상의 싱글 길이 남았다. 둘러보니 길은 올라왔던 길뿐. 하지만 퀵님은 손가락으로 내려갈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은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수풀 밭.
선두조가 그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길이 열렸다. 길이 열렸다기 보다는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을 새로이 내는 기분.
원시 수풀림. 돌이나 바위가 전혀없는 수풀길이 계속되었다. 정말 환상 같은 새로운 느낌의 산길이 있었다. 중간에 쓰러진 나무가 있어 모두들 잔차를 들고 넘어가야 했지만 그 길은 꽤 길게 계속 내려갔다. 수풀이 길고 왠 덤불에 가시가 많은지.. 패달을 돌리는 다리엔 따끔 따끔 가을 풀들이 부딪혀왔다.
마지막에 다다른 내리막.
제법 경사도가 있는 돌밭에 푹신한 흙이 섞인 다져지지 않은 흙길. 중간에 깊이 패인 곳도있고… ‘이곳이 마지막 난코스지. 어렵겠지만 끝까지 타고 내려가 유종의 미를 거둬야지..’
우량아님을 따라 내려가던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그런데.. ‘으아...악’
갑자기 저 밑에서 자전거가 튀어 오르는 것을 보았다. 우량아가 앞으로 얼굴을 박으며 구르고 大자로 엎어진 상황에 뒤를 덥치는 그녀의 잔차….. 순간 처절했다. 우량아님이 평소 철저한 훈련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서둘러 가까이 갔다. 벗겨진 고글을 부여잡고 얼굴에 흙 털면서 씨익 웃는 우량아.
“저어… 제 얼굴 까졌나요?”
우리가 도전하는 길은 누가 시켜서 내려가야 하는 길이 아니기에.
넘어지고 살이 패이고 피가 날지언정
그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해도…
* 다행히 우량아님은 외상이 없었습니다.
밑에서 운일군이 뛰어 올라가 같이 내려오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죠.
이로써 퀵님은 그간 아껴둔 비장의 길을 말바 식구에게 공개(?)하는 자선도 하시고..
4. 찬우군 얼떨결에 싱글 타고 놀기
원래 찬우군은 오늘 일정에 없었다. 고모가 집에서 자고 가는 바람에 아침 북새통에 무작정 데리고 나왔는데..
하지만 녀석은 분명히 싱글을 즐겼다. 무서웠다면 몇 번의 업 다운에서 팔각정 신세를 져야 했는데. 선두를 쫓아다니느라 적극적이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었는데 다행이다 싶고.. 인라인 보호대도 지참하길 잘한 것 같다.
어째든 오늘로 싱글도 입문했으니 좀더 MTB 라이딩의 세계에 좀더 가까이 온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 내리막에서 엎어졌다고 했지만 오늘 부상없이 잘 탄 것 같아 스스로가 뿌듯한가 보다. 피곤한데도 입가에 미소가 남아있다. 맨 끝에 찬우군 뒷바퀴가 펑크가 나서 잠실에서 집까지는 끌바.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펑크 날 정도로 잔차도 타보고..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행복한 찬우군.
5. 짱아님 - 돌아온 헤드캡
우량아와 운일군의 하산으로 모두 안전 하산에 성공하였다. 아쉽지만 마무리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옷도 털어보고.. 담배도 한대씩 물고..
순간 짱아님의 낮고 다급한 목소리. “어라 내 캡이 빠졌네…”
단 한번 고수의 자빠링에도 대가를 지불해야하다니…
비쌀텐데.. 사지도 못할 텐데…
짱아님은 넘어진 장소를 기억한다며 다시 올라가서 찾아 올 테니 가게에서 쉬고 있으란다. 싱글 초심자로서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 위치를 안다고 해도 그 작은 캡이 어느 수풀 속에 있을지 혹은 땅에 묻혔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모하다 싶기도 했다. 운일군은 솔선수범해서 짱아님을 따라 나섰다. 듬직했다. 우량아 역시 보는 눈이 있어… ㅋㅋ
우린 가게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오늘 후담을 나누었다. 잠시 후 다시나타난 두 사람 “찾았어요” 세상에….. 불가사의한 일을 해내다니. 정말 다행이다.
6. 짧았던 싱글 맛간 부품들…
반나절 싱글을 타면서 다행히 라이더는 문제가 없었는데 잔차는 여기 저기서 사소한 맛이 갓다.
우량아 : 클릿페달 부서짐. *얼마나 탔으면 삭아서 부서지나..
운일군 : 안장레일 부러짐
미니메드 : 비비 고장. * 돌릴때마다 드르륵 드르륵
차차 : 체인 끊어짐
찬우 : 펑크
영광의 상처지요?
여러분 추석 한가위 즐겁게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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