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헤드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을이 묻어나는 햇살이며 풀이며 한지에 쓴 먹글같은
사진에 대한 담백한 소략을 읽습니다. 해가 하얗게 담기고 노오랗게 주위가 물든 사진에 어떤 이는 어떻게
이런 빛깔이 나냐고 감탄도 합니다. 스산한 가을 기운 자연을 보는 듯 했습니다.
사무실 여직원이 앳뗘 보입니다. 갓 20살이나 됐을까 싶었는데 우연히 24살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일면 동안이기도 하겠으나 불연 귀밑머리가 희어지는 저의 모습에 이제 세월이 갔구나 아쉽습니다.
살면서 가족이란건 기억을 공유하는 거라는 제 持論에도 과연 가족이란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저보고 그럽니다. 우리가 같이 한솥밥을 떠서 한상에서 먹는 의미를 아냐고 빤히 얼굴을 보며
질문하던게 기억납니다. 뜨억하니 특유의 어리벙벙으로 가만 있으니 그 분 하는 말: " 우리는 원시시대
부터 같이 공동으로 사냥감을 잡고, 같이 그 전리품을 나눈다는 의미로 같이 한상에서 입벌리고 먹는
거다."
가을의 가족. 아이들은 어느덧 불현 불현 정신의 마디가 커져가고 어느날 툭 듣는 말에 " 아 이 아이가
그새 좀 컸구나" 싶습니다. 4살짜리가 이제 아기에서 아이로 변해가는 정신적 탈피를 귓청에 울리는
진동에서 잠시 느낍니다. 언제가는 이나마의 변화도 감지못할 정도로 세월은 흘러가겠지.
스산한 가을. 하늘이 청명한 가을은 가을답습니다. 하지만 요 몇일 가을은 가을답지 않습니다. 가을은
스산하기에 더욱 맑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바람이 부는 가을. 문턱을 넘던 시원함이 이제는 까칠하게 피부를 트게 할 것 같습니다. 물이 아직은
얼 추위는 아니지만 체내가 거의 물인 인체는 아마도 추위에 세월을 이미 준비하겠지요. 집안의 수분도
바뀔 것이고, 그 만큼 집안의 느낌도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모두가 행복하신지요?
여름내 밤새우는 힘도 이제는 날이 쌀쌀해지면서 그리 못할 것 같습니다. 밤은 깊어가면 수면도 늘어가야
하는게 자연의 이치라고 합니다. 역천자_망 이러면 곤란하지요. 동지섣달이 추우면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
진다고 합니다. 어두워지고 추어져가는 가운데 집안의 공기라도 따뜻하게 뎁혀야 할 것같습니다.
인생의 가을. 풍성한 수확도 계절과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이 가을에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창가에 오그라진 틈새로 불어올 바람에도 집안의 훈기가 다스릴 무언가를 만들어야 겠습니다.
진시황의 생전의 영화도 지록위마라는 터무니 없으면서도 가련하게 그 일족이 비극의 죽음을 당하고 멸국지화
를 당한 것도 그렇고, 가깝게 선릉역에 자리한 왕과 비의 커다란 孤墳만 해도 보기가 딱합니다. 죽은 그가 생신을
한다면 걱정도 팔자라고 하겠지만, 혹은 무엄하다겠지만 이건 산자가 부릴 만한 오만이라 자만합니다.
겨울로 가기전 깊은 가을. 사진에 묻은 스산함에 옷깃도 다시 여미고, 풀어져 길잃은 소한마리도 찾아와야 겠습니다.
가족, 입을 벌리고 같이 밥먹고, 추억을 공유할 터전. 나는 행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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