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무림리에서 만난 사람들

thebikemon2007.01.06 20:15조회 수 534추천 수 2댓글 2

    • 글자 크기


나무가지에 쌓인 눈 위에 눈발이 어지러이 날리고 있다. 수평으로 날아와 머리 뒤로 빠르게 날아간다. 숲은 어둠에 쌓였고, 안개와 어둠과 숲의 나무들은 하나로 혼연(渾然)된다.

흰 눈 사이로 하나 둘, 혹 삼삼오오 사람들은 산 정상을 향해 허공을 난다. 발 아래 눈을 지르는 사람들은 여름의 라이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저 숱한 사람중에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아래, 깊고 깊은 산속의 싱글길을 헤매는 영혼들도 많으리라.

과도하게 굽은 허리, 엉성하게 붙인 팔, 새벽을 그렇게 산을 날아 오르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눈에 두리뭉실한 선을 그으며, 타고 내려가는 젊은 혼들.

......

그리고
오늘 흰머리가 눈처럼 내린 포천 무림리의 영웅을 뵙고 왔다.

그 분의 자택을 구불 구불 눈길을 굴러가며 자그마한 공간이 가운데 있는 몇 채의 집들이 아담하게 들어 선 곳. 암벽이며, 산행이며, MTB며, 스키라면 각종 스키를 타는 이 시대의 작은 영웅은 마침 가득 땅을 메운 눈을 치우고 있었다. 눈이 와도 배드민튼을 치려는 영웅을 도와 그의 후배와 그 후배의 한참 아래 MTB 후배는 삽과 빗자루로 코트의 하얗게 쌓인 눈을 걷어냈다.

이윽고 빼치카에 타닥타닥 통나무가 불로 변해가는 동안 둘러 앉은 3인의 사람도 때로는 靜中動의 대화를 나눴다. 간혹 걸린 액자 속에 인물을 물어 보았다. 그도 그의 영웅과 만나 찍은 사진도 있다.

창 밖의 산천에는 눈이 아직 내리고, 마당에는 다시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두 손자, 손녀가 흰머리늑대님의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려고 한다. 이 꼬마들의 걸작은 형태도 아직 없다. 그저 까르륵 툭툭 고사리 손으로 눈을 다지기도 하는 꼬마들은 새떼처럼 즐겁다.

담배 한대를 태우려는 락헤드님, 아이들, 옵저버. 그리고 집안의 신들의 산과 정령들이 깃든 숲의 순례객이었던 무림리의 영웅. 오늘 오후는 이 공간을 잠시 채운것으로만도 뿌듯하다.

마치 안개와 나무가 不二門에 걸쳐 있었듯 영웅들을 만남에 세월의 간격도 잠시 사라지고, 공간의 즐거움이 눈처럼 쌓인다. 이런 걸 굳이 치울 필요가 있을까.

작은 즐거움, 나는 요새 뒤늦게 스포츠에서 이걸 찾았다. 누구의 말처럼 스포츠는 즐거워라. 늘 늦깍이여서 그럴까, 아님 중이 제머리 못깍아 이럴까.

왜 이걸 이제야 찾았을꼬, 이게 요새 산을 찾는 나의 화두話頭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험머님이 2015년도 마일드바이크 번짱으로 선출되었습니다.5 낑낑마 2014.12.14 8867
공지 마일드바이크에 처음 오신 분들께21 땀뻘뻘 2011.04.07 64865
34557 또 가보고 싶은 충동이.................. 파전 2004.11.06 377
34556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레드맨 2004.11.05 309
34555 5685 계단 밑의 이정표 오른쪽으로 노을 2005.05.25 1403
34554 5686,5690 기도원까지의 돌길 다운의 바닥 돌들... 노을 2005.05.25 1377
34553 축령산 가을소풍32 마지막입니다. ^^ 얀나아빠 2004.11.05 439
34552 5683,5684 싱글 마지막 나무계단 노을 2005.05.25 1282
34551 축령산 가을소풍31 얀나아빠 2004.11.05 409
34550 5680 약간의 업다운후 나타나는 이정표 왼쪽으로 노을 2005.05.25 1328
34549 축령산 가을소풍30 얀나아빠 2004.11.05 400
34548 5678 드디어 나타난 싱글 왼쪽으로 노을 2005.05.25 1289
34547 축령산 가을소풍29 얀나아빠 2004.11.05 277
34546 5677갈림길 왼쪽으로 보이는 등산로 왼쪽 나무위의 노란 인식표 노을 2005.05.25 1359
34545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 che777marin 2006.05.30 480
34544 축령산 가을소풍28 얀나아빠 2004.11.05 318
34543 5672 작은 공터 왼쪽길 노을 2005.05.25 1386
34542 축령산 가을소풍27 얀나아빠 2004.11.05 358
34541 5671 두번째 갈림길의 오른쪽 나무위의 노란색 인식표 노을 2005.05.25 1281
34540 ? (무) 월광 月狂 2002.10.17 295
34539 축령산 가을소풍26 얀나아빠 2004.11.05 295
34538 5667돌아온 두번째 갈림길 노을 2005.05.25 1363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