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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환희

thebikemon2007.02.13 09:55조회 수 377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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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퇴근 무렵이 넘어도 환하다. 밝은 날씨는 밝은 표정같다. 표정을 살피는 것은 무의식같다. 의식은 표정을 안보는 듯하지만 빙산의 9할같은 무의식은 표정을 본능적으로 가린다.

그래서 그런가. 날이 좋아선지 집에 가자 마자 홈플러스에서 사온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오징어를 가스불에 허옇게 변하도록 굽는다. 코스트코에서 사와 오래 묵은 맥주깡통을 딴다. 오징어와 맥주, 바닷속의 뼈없는 생물체와 육지의 곡식으로 만든 알콜이 연한 음료의 연합에 속이 후련했다.

이렇게 맥주 맛이 좋을까. 근래 술맛을 거의 몰랐다. 맥주는 쓰고 소주는 달긴 하지만 입에 영 아니었다. 맥주는 전의 그 맥주이건만 어제 마신 맥주는 전과 달리 참으로 맛났다. 몸에 물이 부족한 걸까. 이제 새로운 기온 환경에 적응하려는 몸의 몸부림일까.

단숨에 두깡을 털었다. 틈틈이 오징어를 뜯는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정신도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술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새벽을 지새우던 몸은 고단히 아침 6시가 되도록 곤히 잠도 잤다.

인간은 잠을 잘 자야 하던가. 잠을 잘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어제 방송이며 무가지며 매체에 회자되던 <잠과 뇌세포>의 관련 보도도 그렇지만 잠은 적절히 잘 자야 하나 보다. 원체 잠이 없던 차에 어제 맥주로 일군 <잠의 성취>는 그야말로 개운했다.

密雲不雨라고 하였는데 잠에도 이걸 적용해도 말이 될까. 어제는 맥주덕에 잠을 푹 자는 호강을 누렸다. 그래서 행복하다.

이런 몸안의 기운의 흐름은 생동성이 있다. 해부학적으로 가슴에는 뇌가 없다. 그래도 우리는 가슴으로 감동을 느끼고, 답답한 일이 있으면 가슴이 막히는 듯하다. 심하면 가슴을 쥐어 짠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킹콩처럼 가슴을 펑펑 친다. 남녀노소(소는 제외)가 따로 없다.

그런데 맥주가 허한 가슴을 잠의 마술을 부려 보양해 준거 같다. 이쯤이면 잘 마신 맥주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막고야의 선약과 다를게 있을까 싶다.

조금 지나면 개나리가 샛노랗게 공기를 물들이고 버들에 푸른 잎새가 트면 그야말로 맥주로 풀린 가슴속이 꽃색깔로 가득 차고 아주 시원할 것 같다.

벌써 봄바람이 입새로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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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바이크몬님 글 잘읽고 있어요. 모으면 수필집이 나오고도 남겠습니다 ^^
    맥주... 특히나 생맥주... 1잔은 뜨거운 태양과 달궈진 근육을 달래주는 청량제와 같죠.
    하지만 두잔을 마시면 후회가 되던데 이상하죠?
  • 왜 술 야그를 해서 또 땡기가 하십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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