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물표면에 일렁이고, 콧끝을 바람이 간지르듯 졸음이 겨운 늦은 봄.  그런 계절이 오면 조약돌보다 더 작은 송사리들이 엄마같은 물속을 요리조리 헤엄칠게다.

따스한 담벼락에 나뭇잎들이 알을 깨듯 껍질을 벗고 푸른 머리카락을 내미려고 용을 쓰고, 갈곳 잃은 괭이나 개들이 졸음에 감기는 눈을 뜨질 못할 그럴 계절이 떠오른다.

푸른빛 플라스틱 어항에 다리가 넷달린 꼬리가 깡동한 아기 거북이들이 먹이손을 보면 그 짧은 다리로 철버덩철버덩 물을 흔들어 놓는게 안타까와 5월이면 방생을 해 줄 그런 계절이 골목어귀에 와있다. 여이땅하면 그 계절로 천지사방은 바뀔 것이다.

꽃망울은 벌써 피어 있을 것이다. 그 나무의 잎새가 오를 그 곳에 이미 꽃의 에너지장은 있을지 모른다. 먼저 에너지가 모이고 이어서 그 비전을 향해 꽃은 매진邁進하는건 아닐까. 이렇다면 봄은 결정론자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부인하는 눈푸른 선승의 눈매을 하고 있을것 같다.

테헤란로에 공중서 빛꽃들이 무음의 낙하가 졸립도록 요란하다. 나무에 내리는 그 빛깔이 2월의 매서운 바람에도 눈에 따뜻하다. 계절은 매양 오고 가고, 성중城中에는 그저 사람들 발걸음과 차들만이 분주하다.

서울 北岳북악과 도봉에 남으로 관악에 동으로 검단산黔丹山의 기운이 아침 무렵 한강으로 흘러들고 이윽고 봄이 활짝 피어나면 우리의 흙같은 고단한 심신에도 싹도 나고 꽃도 피길 그렇게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