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속초투어 후기

미니메드2007.05.29 00:27조회 수 1061추천 수 8댓글 19

    • 글자 크기


속초투어...

속초투어를 앞두고 수시로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점검했다.
우선 5차례에 걸친 훈련번개를 빠짐없이 참가하여 그간 게을러 자출하지 못해 불어난 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힘썼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번개 참석을 하는 것으로는 체중도 줄지 않았고 다리 근력이 느는 것 같지않아 내심 마음의 상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겨울 운동을 게을리하여 형편없는 컨디션에 잔차를 새로 바꾼 올 봄 첫 라이딩에서 Fitting이 제대로 않되 생긴 왼쪽 무릎 통증도 가실 기색이 없었고 심지어 왼쪽 허벅지 근섬유 중 일부가 문제가 생겼는지 한 부분이 계속 미세한 통증을 나타냈다.

D-7 토
투어 한 주를 앞두고 훈련번개가 없는 주라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갔다. 찬우군과 같이 성우리조트에서 곤도라에 잔차를 싣고 정상에 오른 후 차도를 타고 다운힐하면서 즐겼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고 마지막 점검을 해봤다. 안장을 2밀리 정도 앞으로 옮기고 나자 자꾸 신경을 건드렸던 무릎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대만족.

D-2 목
석가탄신일
땀님의 먹벙 소식에 내심 반가웠지만 가족과의 일정은 역사박물관에 가기로 이미 약속한 일인지라 댓글을 붙이지 못했다. (비 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 한잔…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보다도 거의 4-5일째 감감한 말바 게시판의 썰렁함도 그랬고. 속초투어 관련 정보에 목말라하는 초보딱지를 떼지 못한 이 몸은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행히 가족과의 외출에서 조금 일찍 귀가하고 신천에 있을 말바님들 핸펀으로 전화를 눌렀다.
그날 자정 이후 귀가.

D-1 금
월마감의 압박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내일이 투어 날이다.
제천에 있는 한의사 친구 넘이 전화를 해왔다. 심한 운동으로 다리근육이 꼬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냐고묻는다. 친구는 지금부터라도 이온음료를 조금씩 계속해서 많이 마셔두고 약국 가서 사혈침인지 뭔지를 사서 가지고 가라고 한다. 만일 잔차 타면서 근육이 꼬이는 것 같은 통증이 오면 피가 날수 있게 통증부분을 계속 찔러대라고 한다. ‘짜슥 고맙기도 하지..’      
일찍 귀가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일찍 사무실을 나왔다.
집에 가서 바엔드도 달고 디스크 브렉에 살짝 닿은 바퀴도 점검하고 케이블 장력도 보고..
좀 더 시간이 나면 한강으로 나가 슬슬 타보면서 무릎과 근육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도 하고..    
잔차가게 쥔장이 케이블 봐주고 바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문제없다고 하자 그제 안심이 되었다.
식구들 데리고 마트에 가서 이온음료 사가지고 들어오는 길에 마눌님하고 가볍게 생맥주 한잔.
짐을 싸고 나니 모두 자고 있다. 이젠 채 네 시간도 남지 않았다.
숙면을 위해 레드와인 한 잔을 했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는 자야한다.. 자야한다..


D day 토
04시 30분. 잠실선착장.
대부분 말바님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짱아님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고… 처음 뵙지만 낯설지 않은 바이크홀릭님도 인사를 나누고.. 낯선 얼굴들도 여럿 보였다.
분위기는 훈련번개와는 사뭇 다르다. 어둠속에서 각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챙기고 별 말들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속을 비워준 후 나는 점검을 마쳤다.    
퀵실버님의 투어 일정 소개를 마치고 모두 제각기 자신의 말에 올랐다.
마음속으로 되새겨본다. ‘부드러운 페달링이 오늘 투어의 관건이다.’

그러나 선두에선 퀵실버님이 쉴 틈을 주지도 않고 자신의 말에 채찍질을 해댄다. 부드러운 페달이고 뭐고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면 그냥 밟아야 했다. 그렇게 계속~ 주욱.
야마돌님과 함께 합류한 일산팀 멤버들은 대단했다. 언덕에서 앞 선수와 조금만 사이가 벌어질라치면 어느 샌가 쑤욱 대여섯 명이 질러나갔다. 부러워라 저 힘. 그냥 바라볼 수 밖에.  ㅠ.ㅠ

아침식사는 역시 예상했던 단골 해장국집.
설렁탕을 깨끗하게 비웠다. 밥힘이 곧 힘이여…
일등으로 먹어 치우고 밖으로 나와 타이즈와 바람막이를 벗고 썬크림 바르고 다리 풀고…

계속되는 페달링. 업힐 구간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은근한 경사가 계속되면서 점점 다리근육에 피로물질이 쌓여가는 느낌. 점점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잠시라도 쉬는 타임엔 몇 킬로 정도가 남았느냐 마지막 업힐은 거리가 얼마 정도 되느냐 묻기에 바빴다. 그리고 점심 식사 직전 반가운 말바님과 조우했다.
바이크몬님 참 오랜만에 뵙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늦었지만 부인과 아이들이 아빠를 먼이곳까지 데리고 와주다니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다.

문제가 생겼다. 체력이 고갈된 것을 느꼈다.
식후부터는 한동안 다운일과 평지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고갯길과 마지막 가파른 업힐이 시작된다는데.. 현재의 컨디션은 약간 어지럽고 졸리기까지 하다. 거리는 약 50~60 킬로를 앞둔 지점. 약간 겁이 나기도 했다.
비빔밥을 주문했다. 이것으로 체력을 보충해야만 한다. 현재의 문제가 에너지 보충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옆에 앉으신 이슬님은 반 공기의 밥을 더 넣으라고 얹어주시고.. 나물과 무침을 더 넣어 비볐다. 과연 밥이 힘이 되어 줄 것인가?
결론은 ‘Yes’ 였다.
비빔…밥과 휴식 + 페토야님의 아이스크림.
다시 힘이 났다. 다운힐도 페달링으로 유연하게 내려갔다. 다시 업힐이 시작되기 전 우린 어느 휴게소에서 쉬었느데. 뒤늦게 도착해보니 선두조는 맥주를 한 캔씩 비우고들 있었다. 포카*이온음료로 전해질을 보충하고 이제부터 만나게될 넘(?)을 상상해 본다.
길다던데…
지루하다던데…
지겹기까지하다던데…
빨딱 섰다는데…   ???

누구는 파워*을 꺼내 물고 누구는 매실환을 권유하고.. 나도 가져온 비장의 약을 하나 꺼내본다. 이때를 놓치지 않는 이슬님. (참 눈이 빠른 것 같다.)
“미니메드! 그.. 그게 뭐야?”
‘꿀~꺽…’
“우황청심환 이요… 이크.. 잘못 가져 왔나 ??? ”
길고 지루하고 지겹기도 하면서 계속되는 오르막을 지나니 정말 빨딱 서있는(?) 미시령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다시 도전.
그곳에서 나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무시무시한 돌풍이란 놈을 만났다.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페달링을 느끼며 올라가자고 마음먹고 잔차에 올라탔건만 우황청심환(?)의 힘이었던지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느긋해져 저절로 페달링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뒷 바람이 나를 등뒤에서 밀어주고 있었던 것.
뒷 바람이 느껴질 때는 좀더 힘을 주어보고 하니 (*7~8킬로 정도 나왔다) 어느 사인가 먼저 떠났던 님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앞에 정상님이 힘을 잃고 왠지 비틀거리며 지쳐 보인다.
‘그래 힘을 내보자.’
좀더 올라가보니 저 앞서 한 그룹이 아예 단체 끌바를 하고 있지않은가
‘앗싸 찬스~’
그 순간이었다. 휘~이잉 무서운 바람 소리가 나더니 몸이 휘청했다. 핸들이 나도 모르게 돌아갔다. 무서운 놈이다. 이런 놈은 난생 처음 본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대항해보지만 바람에 굴러서 다치고 싶진 않았다. 한 손으로 잡은 자전거는 돌풍에 앞 바퀴가 들리고 차체가 모두 들려 날아갈듯하다.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부등켜 앉듯이. 몸을 최대한 숙이고…
미시령 정상에서 우리는 간신히 단체사진하나를 건지고는 그 시원한 내리막을 끌바로 다운힐 해야했다.
우리는 여기서 큰 사고를 만났다.
안전지대에 이르러 다시 잔차에 올라타고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미니메드 너무 붙지마”
앞에 마이클님하고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 락헤드님의 경고 소리.
얼마 있어 쇙 하고 김사장님이 추월해갔고 조금 있다가 다시 쌩하니 락헤드님의 추월.
사고는 여기서 일어났다. 급 코너길 인사이드로 추월하면서 앞에 불쑥나타난(흡사 시커먼 괴물같았다) 진회색 승용차.
락헤드님 “어” 하면서 동물적으로 몸을 차 옆으로 비껴 던졌다. 잔차는 차밑으로 던져저 우다다닥 소리를 내고는 튕겨져 나가고 님은 떼굴떼굴 몇 바퀴를 굴러 도로에 누웠다.
마이클님은 깜짝 놀라 가까스로 비켜서면서 제동을 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경황이 없었다.
잠시후 경찰차와 119구굽대 도착. 그때까지도 락헤드님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셨다.
땀뻘뻘님은 락헤드님을 모시고 119로 병원 후송가고 마이클님과 나는 증언자로 고성군 파출소로갔다. 진술서를 쓰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예약된 속초 동명항 횟집에 가니 락헤드님은 네군데나 붕대를 감고 져지는 많이 찢겨진 상태로 이미 도착해있었다. (당시는 도대체 저 상태로 움직이는 그분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엑스레이라도 찍고 휴유증에 대비해야 할 텐데.. 걱정이 되었지만 의연한 모습에 어찌할 수 없었다. 그리곤 침대에 쓰러졌던 기억만 있다.

D+1 일
침대에서 눈을 떴다. 한 손은 허공에 든 채로.. 아마도 씹던 껌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들고 잠이 들었나 보다. 창밖에 나가보니 햇살이 좋고 미시령 쪽에는 거대한 바위산들이 보였다. 공기가 상쾌했다.
이제 실감이 났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미니메드. 너는 속초를 완주한거야.’

<인생은 여행이다. 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과 스치며 그 뒤에 그 뒷이야기가 남는다.
자전거 여행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저의속초 투어에 많은 도움주신 말바 선배님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롸이딩했던 일산동지분들께도 즐거웠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잔차없이 지원만해주신 바이크홀릭님과 또 한분(?) 감사했습니다.
제가 찍었던 스냅사진은 빠른 시일 내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바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미니메드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9
  • 숙제 아주 잘 하셨습니다.. 글도 잘 쓰시는 구만요.. ^^
    중간에 너무 지쳐하셔서 걱정을 좀 했었습니다.
    나중에 사진이 나오면 쪼기 위에 "투어후기"란으로 옮겨서 오래오래 남기시길.....
    마지막으로 '우황청심환'에서 저~~~~ 넘어갑니다.. ㅎㅎㅎ
  • 속초투어의 과정이 동영상처럼 머리를 스쳐지나 가네요..감동적입니다.

    매실은 성분자체에 근육의 피로물질인 젖산의 분해를 도와준데요..^^
  • 수고많았어요...^^
    근데 언제 우황청심환을...
    같이한 속초라이딩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겁니다
    이제 강릉투어하시면 되겠네*^^*
    근데 뭐시기 쇼부군은 숙제안하냐 ㅎㅎㅎ
  • 아, 오늘 난생 처음 들었습니다.
    :우황청심환이 그토록 좋은것을~.ㅋㅋ
    전 내고향님 덕분에
    젤을 먹고 심내서
    그 빨딱고갤 올랐죠.
    미니메드님도 말바 기둥이십니다 ^^.
    앗, 찍사도 잘하시는 거 같아요.
  • 다들 나름대로 준비가 철저하시군요...ㅎㅎㅎ
    첫 속초투어 멋지게 완주하신거 축하드리고....
    앞으로 장거리 라이딩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ㅋㅋ
    *^_^*
  • 속초 완주를 추카합니다. 근데 "우황청심환"먹고 속초가는 라이더는 처음 인 것 같은데...
    앞으로 아뒤를 '청심환 먹은 미니메드'로 바꾸세요.ㅋㅋㅋ
    건니고개에서 겁을 많이 줬는데...
  • 차근차근 준비하는 미니메드님!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보너스로 아침에 끓인 라면도 맛있었구요 *^^*
  • 속초완주 축하드립니다 -^^-
    속초 후기는 언제 봐도 즐겁네요.
    그런데 우황청심환 먹으면 힘쓰는거 맞어요????
  • 미니메드님 첫속초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얼굴뵌지도 오래되었군요...곧 뵐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멋진후기 읽으니 그날의 감회가 새롭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미니메드님!
    도핑테스트 결과 속초행 완주 메달은 박탈되겠습니다..ㅎㅎ
    509호에서도 라면 끓이시더만..어느새 205호에 가서도 라면을 끓이셨데요?
    참..다정다감하신분이시네요ㅎㅎ
  • 미니메드님 속초완주 축하 해요 원주 오자웅입니다.
    열심히 준비 하시고 일취월장 즐라 하시기바랍니다...................................
  • 미니메드글쓴이
    2007.5.29 14: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앗 jawoo5 님.
    감솨합니다. 이렇게 행차해주시고..
    언젠가 잔차가지고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 항상 헌신적이신 미니메드님.......글쓰시느라 수고많았구요
    지옥의 아이파크콘도 업힐을 안했으므로 완주무효입니다 3=3=3=3
  • 아따 미니님 사진만 잘 찍는 줄알았는데 글도 청산유술세.....
    함께 해서 즐거워읍니다.
  • 껌은 벽에 붙여 놓았다가 아침에 다시 먹는 맛이 최곱니다. -,.-;;
  • 완주 하신것 입니다.....축하해요
  • 언제 읽어도 투어후기들은 재미납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축하드립니다..
  • 축하해요. 아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험머님이 2015년도 마일드바이크 번짱으로 선출되었습니다.5 낑낑마 2014.12.14 8893
공지 마일드바이크에 처음 오신 분들께21 땀뻘뻘 2011.04.07 64885
34557 또 가보고 싶은 충동이.................. 파전 2004.11.06 377
34556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레드맨 2004.11.05 309
34555 5685 계단 밑의 이정표 오른쪽으로 노을 2005.05.25 1403
34554 5686,5690 기도원까지의 돌길 다운의 바닥 돌들... 노을 2005.05.25 1377
34553 축령산 가을소풍32 마지막입니다. ^^ 얀나아빠 2004.11.05 439
34552 5683,5684 싱글 마지막 나무계단 노을 2005.05.25 1282
34551 축령산 가을소풍31 얀나아빠 2004.11.05 409
34550 5680 약간의 업다운후 나타나는 이정표 왼쪽으로 노을 2005.05.25 1328
34549 축령산 가을소풍30 얀나아빠 2004.11.05 400
34548 5678 드디어 나타난 싱글 왼쪽으로 노을 2005.05.25 1289
34547 축령산 가을소풍29 얀나아빠 2004.11.05 277
34546 5677갈림길 왼쪽으로 보이는 등산로 왼쪽 나무위의 노란 인식표 노을 2005.05.25 1359
34545 mtb, 당신의 실력을 공인 받으세요. che777marin 2006.05.30 480
34544 축령산 가을소풍28 얀나아빠 2004.11.05 320
34543 5672 작은 공터 왼쪽길 노을 2005.05.25 1386
34542 축령산 가을소풍27 얀나아빠 2004.11.05 362
34541 5671 두번째 갈림길의 오른쪽 나무위의 노란색 인식표 노을 2005.05.25 1281
34540 ? (무) 월광 月狂 2002.10.17 297
34539 축령산 가을소풍26 얀나아빠 2004.11.05 298
34538 5667돌아온 두번째 갈림길 노을 2005.05.25 1363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