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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노매드

thebikemon2007.07.23 10:15조회 수 65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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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에 조양문이라고 있습니다. 조는 아침이고 양은 햇볕이니깐 아침햇볕에서 생각 할 수 이는 다양한 모양을 담고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전일의 라이딩에 혈액의 진기가 빠져나간 느낌입니다.

어깨 연결부위, 팔꿈치 부위, 갈비뼈의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등에 피곤이 쌓인 것 같습니다. 점심밥은 먹어야 기운이 돌아 올 것 같습니다.

하오고개를 오르며 유난히 힘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보니 앞서서 오르는 아직 환자인 락님의 힘겨운 페달링(그 분의 수준에 비해 힘들어 한다는 의미임 ^^), 그리고 케빈킴의 바짝 붙어 라이딩하기. 그 뒤를 다시 붙어 오르기는 서로간에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마시기, 어린뱀이 또아리를 튼 등신불, 작열하는 콘크리트의 긴 경사도 오르기, 지루하고 질역나는 긴 오름(제주도 오름과는 다름).

일상이 변화가 이런 긴 직선의 경사도 같다면 정말 세상 살 맛이 날까. 암도 아마 이런 지루한 머나 먼 길일 것같다. 환자의 노력에도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 공포스럽게 지루한 효력없는 일상들. 긴 직선 경사도가 암같다면 대부분의 암환자들을 다시 하오고개속의 시원한 냉찜같은 공기를 마시거나 그 너머 다운힐을 할 즐거움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하오고개 입구에 한 3~4미터 위에는 뱀딸기가 요염하게 피어 눈길이 저절로 가게 했다. 마치 광릉수목원에 김치말이 국수집에서 본 묘령의 미모의 여성의 야한 옷맵시로 눈이 바늘에 꿴 실처럼 가듯 말이다. 그러나, 어린뱀을 보고 혹시 풀숲에 어미뱀이 독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어 감히 오르지를 못했다. 뱀을 무서워 하는 뱀, 어제 그런 바보같은 뱀이 자전거위에 있었다.

배가 고파왔다. 때를 잊지 많은 한끼와 휴식. 라이딩의 또 다른 바퀴다. 선풍기도 두대가 신팔가든(남루한 시골 식당. 화장실에 물도 나오지 않았다)에서 신나게 돌았다. 파리도 몇 마리 날리고. 그래도 전체적으로 깨끗한 편이다. 뒷밭 텃밭에서 주인 할머니가 오이를 따는 모습도 보았다.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근처 편의점에서 사서 먹고 철원상공을 나는 제비를 보았다. 70년대만해도 서울에 제비가 집 처마밑에 제비집도 짓고 살았었는데 근자에 본 드문 광경이었다. 그리고 백골마크도 보았다. 언제던가, 대학생 전방입소할때 갔던 부대옆에 있던 백골. 올때 본 구호도 가히 젊은 사람들이 만든 한자어 같았다. 625때 젊은이들이 단결을 위해 만든 것 같은 심플한 한자. 필사즉생(이순신이 한 얘긴가), 상승백골.

고개없는 길이 한국에는 없다. 고개를 든 고개. 그 너머 또 고개. 어느 순간 평지를 연결한 긴 고가의 길. 그 길에 바람이 든다. 날고 싶었다, 갑자기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그냥 보고 싶었다. 올해 칠순을 맞으신 아버지. 바람에 마음이 들렸다. 앞에 가던 케빈김을 제치고 락님을 넘어 앞으로 질주했다. 이건 질주를 위한 질주가 아니다. 마음이 가고 싶어 바람에 날려 거센 역풍을 질주했다. 시원했다. 나는 바람에 강하다. 바람이 강하면 몸을 바람에 던진다. 내던진 몸을 바람은 뒤로 내팽겨치지 않는다.
저녁에 들어와 누운 몸에 둘째가 몸을 비비면 혼미한 내가 버리지 않듯 아버지 같은 바람은 나를 감싸 않는다. 달리고 또 달린다. 이윽고 뒤를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늦추고 그들을 기다렸다. 갑자기 목도 마르고 어디까지 가야 쉴곳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창 더운 땡볕에 길을 가는 노매드. 광덕고개를 넘을때 든 생각이 있다. 세상은 거대한 콘텐츠고 인간은 이를 담는 os거나 소프트웨어. 무슨 콘텐츠를 오늘 3인의 뇌씨스템에는 담기고 있을까.

무상무념을 위해 달리는 건가, 무엇을 잊으려 달리는 건가, 철각을 이루려 달리는 건가. 잠시 느낀 아버지의 모습을 느끼게 한 평야를 불던 바람. 그냥 나서 살듯, 그냥 길을 나서 공간을 헤매는 무리.

멀리 포천인가 어딘지 모를 곳의 거대한 산세. 저 거대한 곳 어디를 오늘 넘나 들었다.
포위를 했다. 영원한 점령자도 정복자도 아니지만 그 곳을 두 바퀴로 넘였다. 그 콘텐츠를 기억에 흝어 담았다. 목적이 넘는 것도 아닌것 같다. 영원한 쳇바퀴같은 몸부림.

피를 토한다고 하면 불볕더위에 온몸에 불이 나도록 열기가 나고 이어 흘러내리는 수분과 짭짭하게 눈을 찌르는 진기. 맞다, 피를 토하도록 불길을 헤맨 하루다. 그 불에서 뭘 얻으려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길을 그저 나섰다. 인연에 인연이 꼬이듯 길에 이은 길을 그저 갔고 그 속에서 여시아문, 여시아견, 여시아답했다.

의미는 무슨 의미, 그저 함께 하고 함께 밥을 먹었을 뿐이다. 그리고 재미가 났다면 좋은 라이딩이었을 거로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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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글이~~~~ 좀 어렵습니다.. ㅎㅎ
    턱을 뚫고 나오려는 숨을 삼키며 꾸역꾸역 밟아서 오른 고개위에서 맞는 바람~~!!
    그거 때문에,,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타는거 아닐까요..?? ^^
    더운!! 날씨에 시원??하셨겠습니다.. (ㅡ ㅡ );;
  • thebikemon글쓴이
    2007.7.23 12:29 댓글추천 0비추천 0
    고객에서도 바람 부는 데가 거의 없더군요.
    콘크리트 지열이 군데 군데 숨이
    콱 막힐 정도였습니다.
    수동계곡 좋았겠어요(물놀이가 아니라
    삽파시느라 땀..ㅎㅎㅎ).
  • 큰댁이 홍성이라서 지난번에 동호인들분들과 같이 라이딩 해본 결과, 홍성도 만만치 않게 좋은 산악자전거 코스가 많데요.

    언제 기회가 되시면 홍성에서 같이 라이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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