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별것도 아닌 실력으로 이상하게 2008년도 제천 280랠리에 참가한 이후 280랠리가 너무 재미있어 앞으로도 계속 참가를 생각해왔으나 이번 12회를 계기로 이제 별로 그런 생각도 안들게 하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140km지점에서 중도 포기했습니다.
우선 실력도 안됐지만 지난 정선 280과 비교해 코스가 힘들지는 않았지만 코스 자체가 달랐습니다.
정선때는 비가와도 임도에 물이 고여있는곳이 별로 없었는데 여기는 천지에 물이 고여있는곳이 많아 흙탕물이 뒤로 다 튀어 바지에 작은 흙돌들이 엉덩이와 사타구니를 쓸어버려 패달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비가올때는 자전거 흙받이나 긴우의 필수입니다.
그리고 정선 280을 계기로 자신감이 붙어 무지원 홀로 라이딩을 계획했는데 또한 이것이 화근이었습니다.
p9 114km지점에 오후 5시에 도착하는걸 목표로 달리다가 어느 임도 중간 지점에서 미끄러지면서 무릎이 조금 다쳤는데 이번에 접수를 못해 번호표없이 혼자 즐기러 나온 참가자분께서 넘어진 저를 보시고 달려와 다친 무릎을 보시곤 가지고 있던 런닝셔츠를 찢어 압박붕대처럼 감아 주셨는데 이분께서는 오히려 후시딘을 안가져와서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지난 300 울트라 랠리때도 저와 똑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도 똑같이 치료해 주셨다고 하는데 런닝셔츠는 꼭가지고 다닌다고 합니다....^^
닉이나 이름을 물어봐도 안가르쳐 주셨는데 그자리에서 찍은 사진 꼭 올려주시고 지금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p9 지점에 6시경에 도착하여 진행자가 가라는데로 가다가 보니 여기서 매식해야 하는데 음식점이 안보여 다시 되돌아와 그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반대편으로 500m쯤가면 음식점이 있다고해서 다시 빽....ㅠㅠ
중화요리집에서 볶음밥 곱배기 한그릇 뚝딱하고 떠날 채비를 하니 기타님이 나타나 아는척하는데 내가 여기있는줄 어떻게 알았냐고 하니까 밖에 놓아둔 자전거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하여간 고물 자전거의 인기란~~~~
기타님도 랠리 도중에 일행이 다쳐 병원에 후송하고 지금 지원조 역활을 하고있단다.
7시쯤에 p10 지점을 향해 출발, 날이 완전히 어둑해지기전에 임도로 진입해 홀로 가고있는데 앞에 길이외는 아무것도 안보인다.
작년 정선 랠리때는 앞을 보나 뒤를 봐도 라이트 불빛이 항상 보여 아무 생각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워낙에 늦게 출발한데다 악천후에 중간 포기자들이 많아 그런지 내가 제일 마지막이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원래 작전은 중간에만 있으면 앞 뒤로 랠리 참가자들이 있어 홀라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보니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가 나보고 오라고 손짓을 하고 갑자기 내 옆에서 튀어나온 산토끼가 S자로 수풀에 들어갔다 튀어나오는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 산토끼인줄 처음알았다......ㅋㅋㅋㅋ
잡풀 무성구간을 통과하는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가 웅덩이에 쳐박혀 넘어지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이거 가다가 빵구라도 나면..... 한개밖에 없는 라이트가 고장나 버린다면.....
갑자기 찾아온 공포감에 분노의 패달질이 시작되고 아픈 무릎이나 쳐박혀 눈에 들어간 흙탕물은 안중에도 없다.
계속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앞에 라이트 불빛이 보이는데 완전 구세주다.
뒤쫒아가 반갑게 인사하고 같이 가는데 강릉하고 부산에서온 이 사람들도 같이 간 일행들에 버려져? 홀라하다가 우연히 만나 같이 가고 있었는데 p10 지점에서 포기한다고해서 나도 후일을 기약하면서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p10 지점에 도착하니 10시쯤 된거 같은데 어느 편의점에 들어가 얼어있던 몸좀 녹이고 부산에서 온사람은 지원조 기다리고 강릉에서 온 사람의 지원조 차를 얻어타고 온양까지 오니 12시쯤 된거같네요.
지금은 280랠리 다시는 나가고 싶지않지만 혹시 마음이 바뀌어 다시 나가게 된다면 나하고 실력이 비슷한 사람 한명 꼬드겨 죽으나 사나 그사람하고 같이 다녀야 겠다고 생각하네요........^^;;
혹시 들어는 봤나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산토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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