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의 큐슈라이딩은..
4월 어느날 이메일로 날아온 저가항공사의 조기예약 할인항공권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스펨메일들과 뒤섞여 들어온 한줄의 문구가 여행에 대한 나의 동경과 상상을 다시 꿈꾸게 만들었다.
그때 불현듯이 떠오른 인물이 대철님이다. 5~6월중 휴가를 쓰려고한다는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대철님과 협의후 OK싸인을 받으면서 오프라인으로 동참할 동지들을 모으게된다. 이리하여 최종적으로 <독수리 5형제>가 급 결성되었다. 번짱 대충철저를 위시하여 리님, 돌핀님, 정상님, 미니메드..
출국이 일주일밖에 남지않았는데도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있었다.
물론 대철님이 워낙 대충하는 성격(?)이라 걱정을 하지않았슬뿐더러 같이가는 동지들이 어디 한두번 겪어본 사람들이라야지...
이번 투어는 떠나는 전날밤이되서야 부랴부랴 짐꾸리고 서랍속 뒤져 예전에 쓰다남은 엔화 챙기고, 잔차를 분해해 가방에 팩킹하게되었다.
없스면 없는대로 즐기고오자는 똥배짱 정신으로 임하게 되었다.
인천을 떠난 비행기가 후쿠오까 공항에 내려서고 난뒤 수하물트랙에서 각자의 잔차가방을 찾아 들쳐멘다.
이제부터가 투어 시작이다.
대철님 일정에는 공항셔틀버스로 온천도시로 유명한 유후인까지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버스에 잔차를 싣지못한다는 이유로 거절되어 지하철을 타고 하까다역으로 이동했다.
처음부터 변수를 만났다. 하지만 다행히 대철님의 유연한 대처로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이번 규슈투어에는 비행기+전철+기차+고속버스를 모두 이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냥짜리 기차가 유후인역에 들어간다. 시모노세끼 하카다역에서 특급으로 두세시간 가량 소요된다.
외관은 낧은 기차를 잘 수리해 사용하고있는 느낌이다.
좀 특이한 것은 기차앞머리를 투명한 창으로 만들어 객석에 앉아 밖을 내다볼수있도록 만든것이 특이하다.
예약을 일찍 잘 하면 맨 앞좌석에서 탁트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휴~ 이제 좀 바깥 풍경을 구경할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조금 있스면 커피와 다과를 파는 손수레가 올 것이다.
시원한 캔맥주가 절실했다. 한잔씩 건배를 해야 이번 여정의 기분좋은 스타트가 될것 같았다.
총 5명의 라이더. 항시 같이 땀흘리던 멤버이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다.
시원한 캔맥주를 마주치며 건배하는 각자의 얼굴에는 이제부터 시작될 라이딩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몇시간의 기차여행을 마치고 유후인역에 도착했다.
각자가 묵묵히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아뿔싸! 내 잔차에 문제가 생겼다.
휠셑 큐알에 문제가 생겼는지 너트가 돌아가지않아 조여지지 않는 것이다. 자세히보니 나사선이 일부 뭉개져있었다.
이럴수가.. 돌핀님은 큐알을 분리해서 자전거팩킹을 했다고하는데 팩킹을 소홀히한것이 화근이 될줄이야..
팀원에 민폐 끼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생각하니 맨붕에 가까운 충격이 몰려왔다.
다른 분들이와서 만져보고 돌려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을 못찾고 혀를 끌끌차고..
무언가 엽전같이 생긴것만 있다면 큐알을 몇 번만이라도 돌려 조여볼텐데,.. 생각하는순간 불현듯이 떠오른 일본동전.
집사람이 동전까지 모두 챙겨 가방에 넣어준 것을 기억해냈다. 분명 그 안에 구멍뚫린 동전이 있었던 것 같았다.
제발 큐알 사이즈에 잘 맞아주었스면하는 바램으로 가방을 뒤집어 동전주머니를 쏟아부었다.
5엔짜리 동전.
딱 맞았다. 동전 4개를 겹쳐 사용하고서야 큐알로 휠셑을 체결할 수 있었다.
고맙다 5엔아... 마누라 땡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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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오후의 유후인 거리는 매우 한가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일본스런 상점들과 온천여관들 그리고 깔끔한 식당 메뉴판들이 눈요기 꺼리가 된다.
호기심 많은 5 대의 자전거 대열이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마을은 조용했고 삼삼오오 사람들의 걸음은 유유자적하기만하다.
가족과 이곳 시내에 하루쯤 머무르며 심심한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유후인 마을은 우리네사는 한동네 크기 정도다.
유후인게스트하우스는 시내서 산으로 한참 올라야 도착했다.
역시 한적한 시골 산중턱에 있지만 지나면서 바라본 가정집과 숙소들에서는 뜨거운 온천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리방은 2층 침대로 된 6인실.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침대를 정하고 휴대폰과 와이파이 중계기를 충전기에 꽂는다.
예약된 석식을 먹고 숙소에서 제공한 작은 온천탕에 둘러앉는다.
오후 8시. 쥔장이 산책가자는 소리에 숙박객들이 나서는데 우리도 같이 나섰다.
참가자들이 의외로 숫자가 많아서인지 차량이동을 포기하고 유스호스텔 뒷동산에 오르기로 한다.
여기서 호타루(반딧불이)며 모리(숲)며 하면서 무언가 설명하고 호응하는 그들을 쫒아가며 우린 우리대로 뒷동산을 즐겼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된다. 흥미롭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이국에서 펼쳐질 이국적인 풍경과 라이딩.. 활화산과 펄펄끓는 분화구.. 일찍 눈좀 붙여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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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는 편이다.
새벽 4시부터 이 동네는 눈뜨고 왔다갔다하고 농담하고..
형님들! 아무리 아침잠이 없스셔도 그렇지 아침밥 먹을려면 아직도 몇시간이나 남았는데.. 헐이다.
덕분에 나도 평소보다 매우 일찍 눈을 뜨고 일어나야했다.
이러면 전투력에 크게 차질이 생기는데.. ㅋㅋ
아소산은 이중화산으로 이루어져있다.
주변에 큰화산이 폭발해 칼델라지역을 이루고 있다.
(*칼델라지역은 커다란 분화구지역이며 주변이 왕관처럼 높은 지형이 형성되어있다. 그 안에는 평야처럼 드넓은 초원과 군데 군데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그 안에서 다시 화산이 폭발하여 저 멀리 아소산이 솟아있었다.)
우리는 아소산을 오르기위해 칼델라지형 주변에 둘러쳐진 왕관지형을 넘어야했다. 해발 1300고지가 넘는 지형이다. 아소산은 1400고지가 넘는다고한다.
예상은 했지만 3일간의 라이딩 기간중 출발 하루반은 꼬박 업힐. 나머지는 다운힐과 평지라이딩이다.
날씨는 매우 화창했지만 무더웠다. 다행히 고지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서늘해지고 견딜만하다.
모두들 준비된 체력이 아니던가.
우선 증기기관차 대철님 뒤를 바짝 쫒아다녔다.
앞뒤 간격이 벌어지면 좀처럼 쫒아가기 힘들다는 것은 마일드바이크에서 아는 사람은 다아는 터라..
그러다 너무 붙는다고 경고도 한번받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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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숙소는 아소역 근방의 아소유스호스텔이다.
주변이 한적해도 너무 한적하다. 가는 길목에 공동묘지도 있고..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나마 도착했슬땐 주인도없이 문이 잠겨있었다.
83세 할머니가 혼자서 유스호스텔을 지키고있단다. 근 50년을 하고계시단다.
밖에서 요기꺼리를 사서 저녁을 먹다가 수박을 좀드시라고했더니 냉장고서 시원한 화이트와인을 한병 꺼내오시어 내주신다.
할머님이 평소 매우 즐기시는 와인인데 혼자서 따기도 뭣하고해서 내주셨다고 했다.
할머니까지 동석하여 6개의 컵에 나누어진 와인은 향긋하고 시원달콤했다.
내일은 본격 아소산 업힐라이딩이다. 분화구까지는 해발 1400고지라고한다.
아직도 꼭대기 분화구에서는 누런 유황연기가 솟아오르는 살아있는 화산.
주변의 화산구 안에 아소산화산이 솟아 다시 화산을 이루고있는 칼델라지구안에서 오늘밤 잠을 청하게되었다.
아침식사는 어제 장을 봐둔 것으로 해결했다.
식빵을 굽고 계란과 베이컨 그리고 우유.
각자가 떠날준비를 하고 좀 일찍 업힐을 시작한다.
돌이켜보건대 아소산 유스호스텔에서 시작하여 활화산 업힐라이딩과 다까치오 유스호스텔까지의 다운힐이 이번 여행의 핵심이다. 즉 후쿠오까에서 기차타고 아소산역에 내려 아소산라이딩후 후쿠오까방향으로 리턴하면 3박4일 정도의 일정으로 기가막힌 라이딩코스를 디자인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다까치오협곡과 노베오카 해변까지의 라이딩도 경쾌한 코스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아소산과 분화구에 이르는 코스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이국적인 체험이었다.
광활한 화산초원지대. 맑은 날씨.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끓어오르는 유황연기와 냄새.
우리가 오늘 이곳에 오게된 것은 행운이었다. 모두의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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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까치오 유스호스텔까지는 당근 모두 다운힐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칼델라지역을 둘러싼 왕관의 테두리를 다시 넘어야한다는 사실.
아소산화산지대 전경에 취서였는지 힘들이지않고 넘을 수 있었다.
사실 99곡 헤어핀 업힐이 우리르 맞았지만..
다까치오에 도착한후 잠시 고민했다.
다까치호 협곡을 구경하고 숙소로 갈것인가 아니면 내일 아침에 출발한후 협곡을 구경할 것인가로.
결국 협곡을 구경하고 체크인하기로 하였다.
다까치오협곡은 좁고 깊은 협곡아래 강이 흘러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 깊은 협곡아래 흐르는 강물위에서 뱃놀이도하고 선선한 저녁나절을 즐기고 있다.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흘러 만들어진 깊은 협곡에는 제주에서도 볼 수있는 주상절리도 보였다.
민물고기가 많은 지역인지 민물고기박물관도 있다.
다까치오 유스호스텔 체크인.
씻고난뒤 나른한 몸으로 식사를 기다린다.
여기가 왠지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더 친절한 것도 같고..
역시 같은 투숙객과 식사를 하게되었는데 일본소주를 한병 들고와서는 기꺼이 우리일행에 내어준다. 생태연구가라고 했다.
방에는 침대대신 다다미방에 이불과 침구가 정돈되어 놓여있었다.
저녁에는 다까치오 시내에서 하는 전통춤 공연을 보러갔다.
다까치오는 일본 건국신화의 배경이되는 의미있는 고장라고 한다.
800년이 넘은 고목이 하늘 높이 자라나있고 고풍스런 건축물과 정원이 있다.
그 안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고난 후 이동하여 정상님이 쏘신 캔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라이딩을 너무 열심히한 덕에 갈증이 나서였을까?
아니면 일본 음식들이 대부분 간이 짜서였슬까?
벌컥 벌컥 들이킨 차가운 캔맥주는 역시 그 맛이 최고였다!
내일은 다카치오~노베오카해변~후쿠오카 유스호스텔로 이동하게 된다.
노베오카부터는 고속버스에 잔차를 싣고 후쿠오까까지 4시간을 이동한다.
버스에서 하차하면 잔차를 조립하여 숙소까지 타고가서 숙박하게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공항까지 잔차를 타고가지 못하므로 공항까지가는 전철역 앞에서 잔차를 다시 팩킹해서 들쳐멘다.
서둘러 공항수하물로 잔차를 부치고 나면 출발전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된다. 어쨋건 그것은 내일의 일이고..
내일 아침에 비나 오지않았스면 좋겠다. 서울은 비가 꽤나 많이 온다고하던데..
여기는 노베오까 버스터미널.
다까치오에서부터 시작된 협곡은 노베오까 해변도시까지 이어져 강물이 흐른다.
대철님의 철저한 코스설계로 거의 완벽한 루트를 달렸다.
협곡아래 만들어진 Low Pass로 라이딩했다. 완벽한 선택이었다.
물소리와 시원한 폭포. 협곡의 그늘을 즐기며 도착지까지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노베오까 버스터미널에 후쿠오까행 버스를 예약한다.
다행히 버스에 잔차를 실어도 좋다는 OK 싸인을 받았다.
이번 라이딩은 여기까지다.
우리는 5시간의 버스여행후 후쿠오까에 도착해 일본술집을 찾았다.
이번 라이딩을 마무리하는 생맥주파티는 너무도 당연한것 아닌가..
이번 여정의 모든 피곤이 한번에 달아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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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돌이켜보자면 3일간의 라이딩은 총거리 220km. 꼬박 하루반은 업힐 그리고 나머지 하루반의 코스는 다운힐코스다.
아소산 분화구 지역이 압권이었다.
이번 번짱인 대철님없이는 기획하기 힘든 일정이었고 세심한 배려로 안전하게 가장 최적의 투어가 되었다.
리님, 돌핀님, 정상님.. 모두가 서로에게 배려해주는 가운데 잊지못할 투어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번 투어에서 한가지 입증된 사실이 있다.
정상님은 일본에서도 정^상^ 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만이 통하는 한가지 유행어를 생산해냈다.
정^상^.. 그러지마셍...
마지막으로 일본어 자전거투어 가이드북을 제공해주신
낑낑마님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뒷풀이때 꼭 초대합시다!
<개인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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