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신제품으로 나온 천궁(天弓) 스포츠 글라스의 선을 보았습니다. 선을 보고 느낀 건 ‘계속 달라진다.’는 것. 달라진다는 것은 물론 발전을 의미합니다. 지난 두 해에 걸쳐서 변화를 지켜봤는데, 분명히 첫 해에 나온 것보다는 두 번째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고, 그건 중론(衆論)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더 나아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제품, 2007 신궁(神弓)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제가 그 스포츠 글라스를 사용하면서 단점으로 여겼던 것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면서 고개는 숙인 채로 눈을 들어 앞을 볼 때 글라스 상단에 좌우로 하얀 빛이 비친 물방울 같은 것들이 보여서 약간 성가시다는 것. 그 물방울 같은 것들은 통기를 위해 글라스와 프레임의 경계 쪽에 뚫어놓은 구멍들이 초점 거리 안에서 그런 식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 외의 점들은 별 불만이 없었고, 디자인은 상당히 감각적이면서도 멋졌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에 기능성도 좋았지요.
아래에 사진으로 예시한 2008년 제품을 처음 접하면서 든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이젠 오클리와 맞장 떠도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이 제품의 디자인이 왠지 오클리 냄새가 전보다 더 났고, 제품의 완성도도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위에 있는 것은 3종의 테에 4종의 글라스(렌즈)가 조합된 것입니다. 뭔가 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는 그런 느낌을 주지요.
이것은 크롬 실버 테에 변색(變色) 렌즈인 포토크로믹(photochromic) 렌즈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의 제품인 천궁과 2007 신궁의 결정적인 차이는 전자가 일안식(一眼式)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즉, 두 조각이던 렌즈가 한 조각으로 변한 것입니다. 그래서 좀 더 스포틱한 디자인이 되었지요.
- 신궁은 테에 쓴 글자가 지워져서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손으로 일부러 문질러 봤는데도 별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만...
확실히 얄상하고도 세련된 스타일입니다. 물론 이런 디자인에 대하여 오클리의 아류(亞流)가 아니냐고 부정적으로 볼 사람들이 분명 나올 것입니다. 오클리 M 프레임의 모습이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천궁은 활, 신궁에 이르는 디자인의 정체성(identity)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오해는 없으면 좋겠습니다.
- 이걸 보시면 누구라도 이게 오클리의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오클리를 더 잘 알면 알수록 ‘그와 판이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테니까요.
- 그렇습니다. 다릅니다.
위와 같은 활의 이미지를 오클리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우리 나라 전래의 활과 같은 모양입니다. 프레임과 다리를 이어주는 경첩 부분을 봐도 다르고, 도수용 이너 클립(inner clip)을 봐도 다릅니다.
- 도수 안경을 만들기 위한 이너 클립은 간단히 장착되고, 클립의 좌우측단에는 부드러운 플라스틱으로 보강되어 렌즈의 안쪽면을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 오클리에서 이런 경첩을 보신 일이 있으세요?
천궁에서 또다시 달라진 코걸이를 보십시오. 전보다 더 편하게 코걸이를 자신의 코 높이에 맞춰서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거의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 밑에서 올려다 본 코걸이의 모양.
오클리와 다른 것은 천궁의 다리에서도 나타나지요. 사실 스포츠 글라스에서 다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아주 크지 않습니까? 거기서의 디자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는 걸 여러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 이 정도로는 다리의 모양이 제대로 파악되지는 않는군요.^^;
- SOS 로고가 박힌 모습이나 경첩 뒤로 보이는 크롬 색상 부위의 모습이 활 고유의 디자인임이 잘 나타나지요.
- 크롬 실버 모델의 뒷부분은 이런 모양입니다.
- 자, 이렇게 보면 이건 누가 봐도 활, 신궁, 천궁으로 이어지는 활 시리즈의 SOS 제품임을 알 수 있고, 그 디자인의 정체성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활과 신궁에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이라면 이 다리에 있는 구멍들이 괜히 뚫려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 바로 이런 것 때문이지요. 보다 격한 스포츠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머리 뒤로 돌아갈 수 있는 신축성있는 스트랩을 연결하는 구멍인 것입니다. 이건 밖에서 본 모습입니다.
- 안에서 보면 이런 식으로 연결되지요. 검정색 다리에 붙여놨더니 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뒤쪽 다리를 떼어낼 수도 있고...
- 이렇게 다리를 그냥 놔둔 채로도 스트랩을 걸 수 있습니다. 스피디한 운동을 할 때 스포츠 글라스가 벗겨지는 걸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 이 정도면 오클리와의 디자인 유사성 얘기는 그만 접어도 되지 않을까요?
항상 국산 신제품이 나오면, 특히 그 제품의 디자인이 훌륭하게 나오면 제기되는 오클리 제품과의 디자인 유사성 문제 때문에 글의 시작이 이상하게 되어 버렸습니다만, 밝힐 것은 밝히고 넘어가야겠기에 위의 글을 썼습니다. 사실상 그런 문제를 따진다면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든 스포츠 글라스들은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오클리 사 자체도 최근에 들어서는 타사의 디자인과 겹치는 디자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걸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제품에 관한 논의로 돌아가 보지요. SOS 스포츠 글라스가 제공하는 하드 케이스는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이건 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만...
- 대단히 고급스럽고, 스포츠 글라스의 보호에 큰 역할을 합니다.
- 전 이 제품의 지퍼 연결 부위가 맘에 안 듭니다.^^;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비슷하더군요. 저 고리 부위를 뭔가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하면 제품이 더 고급스러워보일 듯합니다.
- 눈에 익은 도깨비 문양입니다. 앞서 사진에서도 보셨겠지만, SOS의 제품은 글라스에도 이런 도깨비 문양을 새겨 넣고 있습니다. 한국 제품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아마도 귀신을 친근하게 느끼는 국민을 가진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아래의 변색 렌즈는 포토크로믹(Photochromic)이란 영어 단어를 렌즈의 오른쪽 상단에 새겨 넣었습니다. 포토는 원래 빛을 의미하고, 크롬은 색깔(color)를 의미합니다. 빛과 색깔을 함께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변색이지요.
- 일안식(렌즈가 한 통으로 된 것.) 변색 렌즈는 제가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데, 이 분야에서는 천궁이 세계 최초의 제품이라 생각됩니다.(파란인터내셔널 사의 자체 조사로도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렌즈는 어두운 곳에서는 이렇듯 맑은 색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태양빛이 강한 곳으로 나가면 빠르게 짙은 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변색의 카테고리 1에서 3까지, 즉 야간 사용에 적합한 정도로부터 운전을 할 때 허용되는 범위 내까지 색깔이 옅은 상태에서 짙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제품의 장점은 주간 렌즈, 야간 렌즈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한 개의 렌즈로 장기를 둘 때처럼 양수겸장(兩手兼將)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오후에 인라인이나 MTB를 타면서 그 운동이 야간까지 이어지는 수가 많은데, 이런 때 변색 렌즈를 사용하고 있으면 대단히 편리하더군요. 주간 렌즈 하나만 가져온 상태에서 날씨가 어두워지면 참 난감해 지지요.
이 변색 폴리카보네이트 렌즈는 우리들의 얼굴형에 잘 맞도록 프레임과 렌즈의 각도가 설계되어 있어서 아주 편합니다. 이 변색 렌즈는 변색률이 50%에 달하고 있어서 변색 전의 광투과율은 85%이고, 변색 후의 광투과율은 35%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이 렌즈는 현재 변색율과 변색 속도면에서 루디 프로젝트의 NXT 렌즈나 트라이벡스 렌즈보다 나은 성능이라 합니다. 변색의 속도는 변색에 8초가 걸리고, 다시 회복하는데 35초가 걸립니다. 변색율, 변색 속도, 회복률이라는 세 가지 면을 통틀어 보면 아직 이를 따라갈 렌즈가 세상에 없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란 얘기지요.
변색 렌즈 이외의 옵션은 편광(偏光) 즉, polarized 렌즈를 장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편광 렌즈를 장착한 천궁의 모습입니다.
- 중간이 편광 렌즈를 장착한 것입니다. 다른 제품과의 비교를 위한 사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편광 렌즈를 사용한 스포츠 글라스는 운전 등에서는 최적입니다. 왜냐하면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반사각을 조절한 렌즈이기 때문에 필요한 각도의 빛만 투과시키고, 다른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다 차단하여 쓸 데 없는 빛의 산란으로 인한 눈부심이나 어지럼증을 없애 주니까요. 그래서 더 맑은 시야로 운동이나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요.
- 현재 편광 렌즈가 장착된 테는 검정테입니다.
또 다른 테는 소위 건 메탈(Gun Metal)의 색상을 가진 것입니다.
건 메탈색의 테는 아래의 검정 테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당히 세련된 색입니다.
일반 렌즈의 색상은 완전히 투명한 클리어(clear)가 있고, 야간용의 노란색도 있습니다.
- 클리어 렌즈.
- 우중용(雨中用), 혹은 야간용의 노란색 렌즈.
비가 올 때는 시야가 안 좋아져서 운동을 할 때 많은 애로가 있습니다. 대개 비가 오면 운동을 접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는 클리어 렌즈나 노란색 렌즈를 사용하면 되는데, 클리어 렌즈를 끼는 경우 우중의 우중충함에서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노란색 렌즈를 끼면 보다 밝은 색깔로 주위가 환해지는 느낌이어서 마음까지 환해지고, 특히 물체의 대비(contrast)가 뚜렷해져서 시야가 잘 트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건 야간용으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 천궁엔 당연히 렌즈를 닦을 수 있는 마이크로파이버(microfiber) 천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천궁의 무게는 27g입니다. 무게는 아주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적당한 정도의 무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글라스들이 30g 초반대까지 있으므로 이 무게는 대략 중간 정도라고 하겠지요.
사실 상 이 제품에 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도 그건 2006 활과 2007 신궁의 두 제품 리뷰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더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얘기가 겹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건 다른 말로 하면 활, 신궁, 천궁으로 이어온 맥(脈)이 확실하다는 것이겠지요. SOS 제품들 만의 공통된 특성이 많다는 것이니까요.(혹시 위의 두 리뷰를 안 보신 분들은 시간 날 때 클릭해 보십시오.)
이 제품의 무게는 앞으로 좀 더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 글라스에 있어서는 무게가 상당히 중요하지요. 20g 대 초반의 무게로 현재의 기능을 유지한다면 사용 시의 부담이 적어서 경기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리를 빼낼 때 다리가 정확히 물리도록 파 놓은 홈이 있는데, 실제 다리를 빼면 그 홈에 걸린 다리 부위가 약간 상합니다. 그걸 좀 더 확실히 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면 더 좋겠더군요. 그리고 테의 색상은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습니다. 빨간색도 꼭 포함시켰으면 좋겠고요.^^;(제가 빨간색 매니아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이 제품에 대한 불만(?)이 그것 밖에는 없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불만이 없습니다.
현재 전세계의 스포츠 글라스 시장은 이태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의하여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 루디, 볼레, 오클리, 우벡스, 루멘, 베세, 스파이옵틱, 질옵틱, 웹스, 프로라이더, 스완스, 악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이제 우리 나라에서 자체 개발된 스포츠 글라스가 작년에 ODM 수출을 했던 것입니다. 그 당사자가 바로 파란이고, 신궁이었던 것이고요.
물론 이 천궁도 곧 ODM 수출이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디자인을 수출하는 것이니 이건 진짜 알짜배기 수출이지요. 하드웨어적인 수출은 굴뚝산업시대의 얘기고 우리가 잘 살고, 선진국 티를 내려면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수출이 늘어나야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대기업도 아닌 파란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업체에서 해 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도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제는 오클리의 “방탄 렌즈 채용”이라는 구호가 씨알이 잘 안 먹히는 시대가 되었지요. 세상의 어느 스포츠 글라스 메이커라고 하여 소위 방탄 렌즈로 불리는 폴리카보네이트 렌즈를 사용치 않는 곳이 있으며, 휘어도 부러지지 않는 폴리아미드 테나 다리를 못 만드는 곳이 있습니까? 그러므로 이제는 브랜드 간의 기술적인 차이는 줄어들었고, 특히 상위 몇 개 회사의 제품들 간에는 디자인, 소재, 가격 등의 면에서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파란인터내셔널도 앞으로 브랜드 이미지만 높이고, 계속적인 ODM 수출을 통해서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이름을 알린다면 우리 나라도 좋은 스포츠 글라스를 만드는 나라의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을 듯합니다.
파란인터내셔널이 2009년에 공개할 차기작의 러프한 스케치도 보았는데 상당히 멋졌습니다. 이건 기업비밀일 테니 공개할 수 없어서 디테일을 알 수 없도록 제가 약간 손을 댔습니다만...^^;
제품 문의: (주)파란인터내셔널
신호석 사장(011-9974-0763)
shinhosuk@korea.com
Tel: 82-2-407-7100
Fax :82-2-407-4100
이 리뷰는 박순백칼럼의 리뷰를 제공받아 와일드바이크에 게시한 것입니다. http://drspar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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