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달전 서스펜션란에 리지드포크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ifbike사의 mtb용 크로몰리포크 였습니다.

사실 당시의 저에겐 하등의 필요가 없는 부품이었습니다.

그간 타고있던 하드테일에도 80미리서스펜션이 부족하다고

100미리를 끼워 쓰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제가 덥석 물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클릭한 리지드포크 사진, 그 소박하고 어쩌면 2005년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서스펜션시대에 어디 명함도 못내밀 순진하기까지한

모습에서 mtb, 말하자면 스포츠자전거에 빠져 그간 잊고 지냈던

자전거자체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살아났다고나 할까요?..^^

베르겐님으로부터 포크를 받은후, 어쨌든 이걸 완성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왕 만들거 프레임도 크로몰리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왈바에서

젠슨의 지온 크로몰리 프레임에 대한 관심이 반짝 게시판에 오르내렸죠.

가격은 280불(지금은 240불 ㅡ.ㅡ;;)에 배송료가 50불 정도 나오더군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문, 바로 그 다음주에 받았습니다.

받고나서 포크에 맞춰보니 유광 메탈릭블루 포크에 무광 매트블랙 프레임은

(사실 투박한 데칼도)뭔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어쩔까 고민중에 사계절이란

아이디를 쓰는 분이 홀연 게시판에 나타나 바이크 커스텀 도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전화해서 가능하다는 답을 들은후 그날밤 바로 프레임

도안을 시작해 새벽녘에 디자인을 마쳤습니다 .^^ 그리고 몇주후 작업준비가

되었다는 사계절님 전화를 받고 젠슨에서 받은 박스 그대로 보내드렸습니다.

도색 진행과정에서 보내주신 사진속 프레임에 데칼 부분이 조금 비뚤어져있어

마음에 걸렸는데 막상 프레임을 받아보니 오히려 색감이 기대이상으로 멋지게 나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계절님)

완성에 대한 구체적구상을 시작하면서 제가 리지드포크를 끼고 산을 누빌 실력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mtb로써의 자전거를 한대 더 꾸미자는건 아니었으니까 이럴바엔

고전적인 느낌의 심플한 싱글스피드를 만드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유년시절 우리가 즐겁게 탔던 자전거들은 대개 싱글스피드 아니었습니까?

변속기 없는 자전거의 고단함도 당시엔 전혀 몰랐구요.^^

완성을 고려한 몇가지 색감으로 부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텐셔너와 몇몇부품을 사용하면 일반허브를 사용해서 싱글스피드가 가능하다는건

알았지만 군더더기가 생긴다는점 때문에 부담스럽더라도(나중에 알고보니 무척

많이 부담되더군요) 싱글스피드 전용 허브와 크랭크셋을 쓰기로 했습니다.

마침 학교후배(지금은 직장동료) 소개로 들렸던 plushbike에서 싱글스피드 부품을

취급하고 있었고 거기에서 조립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싱글스피드로 산을 타는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미 타봤다고 하시더군요.

탈만하냐 물었더니 탈순있다 그러나 죽을것 같다...^^

듣자니 힘이 났습니다. 산엔 가지 말아야지....;;


드디어 조립 결정! plushbike에서 어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만족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조금은 클래식해 보이는 자전거와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아주 이쁩니다. 변속기가 없어지니 자전거가 너무 깨끗해 집니다.

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없을 수도 있는 여러 부품들이 사라지고 그야말로

자전거만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변속은 다리로 해야 합니다.;;)

나중에 안장이나 brooks로 바꾸고 핸들바를

좀더 클래식한 걸로 바꿀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글이 왜 이리 길어졌지....)

주행 리뷰는 다음기회에..


<주요부품>

지온 크로몰리 17인치 > 인디펜던트 리지드포크 > 폴 브레이크 레버

아비드 bb7 디스크 > 허브, 크랭크암, 프리휠18t, 체인링34t (화이트인더스트리 ENO)

호프스템 > 에그비터 페달 > Halo excite 림 > 톰슨 싯포스트  등등.


우연히 구입한 포크하나가 가져온 결과 입니다.^^

초기의 소박한 자전거의 꿈에서 왠 럭셔리 시티바이크가..ㅡ.ㅡ;;

조립에 도움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플러쉬바이크, 베르겐님, 사계절님)

지난 모든 과정에서 운좋게도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일이 벌어진 걸 보면

제 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왈바여러분도 감사합니다. 모두 즐라하세요^^


- squ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