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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야 고맙다..

kp7072006.04.26 04:18조회 수 2052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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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4.23.일요일. 오전에 좋다가 오후에 비..

밤잠을 이루지 못한채 이른아침 기상하였다.
아버지와 함께 오전에 자전거를 타기로 했기 때문인가..
오전 일찍 밥을 먹고 나서 몸을 풀었다. 거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였다.
자~이제 출발...

정말인지 요즘들어 아버지와 타는 시간이 도로보다는 산이 부쩍 늘었다.
아버지의 실력과 체력이 많이 발전됐음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사실 매번 탈때마다 "아버지는 담배를 줄여야 되요","기어비가 너무 낮아요"등등..
내 잔소리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자신도 답답하신건지 말할 기운도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힘들어 하심은 분명하다.

사실 나는 행운아다. 이 나이에 이렇게 좋은 M.T.B.와 함께할 수 있는 아버지가..
...지금 이렇게 힘든 오르막을 오르는..
M.T.B.로 아버지께서 취미,건강을 잡으려하심은 분명하지만 자식으로써의 생각으로는
아들과 "함께"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여러모로 나의 '아버지'는 멋지고 자랑스럽다...
그에 비해 부족한게 많음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게 흠이지만...

어느정도..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전에 길 옆의 작은 다리위에서 쉬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햇볕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문득..문득..몇년전이 회상된다. 그때만해도 아버지는 입문자용 하드테일..나는 일반 유사산악자전거..
서로 웃으며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얘기한다. 어설픈 실력..복장..등등..
그랬던 대가 벌써 3년전이니 말이다.. 뭐, 중간에 2년은 군대이긴 하였어도..휴가때마다 탔으니..

힘든..힘든 언덕을 오르며 차오르는 숨들..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혹은 끌어가며를 반복하기를 2시간이 다되어간다.
정상에서의 탁트인 조망과 불어 올라오는 따뜻한 봄내음..이런것이 진정한M.T.B.가 아닐까?
이제 신나는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가는중..
1시간 가량의 내리막을 마쳤다. 영화의 장면처럼 양옆으로 지나가는 푸른색의 영상..숨쉬는 소리..자전거의 소리..새들의 지저귐..
분명 살아있음을 느끼고 어쩜 꿈만 같기도 하다.

이제 도로를 이용해서 집으로 오고 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한방울..한방울..두 세방울..쏴아...
이런..쏟아진다. 황급히 버스정류장에 몸을 숨겨 숨도 돌리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아무말 없이 바라본다..물끄러미..
약간의 뿌연 공기는 농도 짙은 색으로 바뀌어 눈에 보여지고 있다..
"아버지, 어차피 옷 세탁할껀데 그냥 가는게 어때요?"
"그러자, 너 안춥겠니?".. "에이~아직 젊잖아요!~"
빗속을 헤치며 나아가는데 어찌나 비가 차갑던지.. 다행(?)히 마스크를 착용한지라 이가 떨리는 모습은 못보셨을게다..

집에 도착할 무렵 삼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아 가는 중이다.
좌회전을 하려는 차가 오른쪽시선에 들어온다. 이런...뻔히 우리 일행을 보고도 좌회전하려고 오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밀어올라 차 앞으로 향해 갔다. 미처 그럴줄은 몰랐다는듯 놀란 운전자..
"이 개xx야~미쳤어?"...미안하다는 손짓과 어서 지나가란다..
"뭐?아~경찰서가자고? 이리와봐 창문 내려 씨xx야" 음..마스크가 비에 의한..호흡곤란..
마스크를 내리니 운전자가 자신보다는 어려보인다고 느꼈는지 무시하려고 한다..
아..속에서 올라온다..아버지께서는 경고 차원으로 됐으니 이만 가자고 하신다.
그런 운전자는 우리같이 자전거 타는 사람..결국 안좋게 보고 우리들이 피해본다고..
아니..왠만하면 참는데 이건 아닌듯 하다.
주먹으로 창문을 때리니 어이없어한다. 당장 쳐 나오라는데 안에서 욕만하고 안나온다..
결국 그렇게 하는 상황에서 줄곧 비맞고 계신 아버지의 말림에 수긍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만약, 아버지께서 그런일 안당하신게 다행이다..그사람..xxx...

엘레베이터를 타니 습한 기운과 땀내음이 범벅되어 코를 자극한다.
현관에 물 빠지게 자전거를 세워두고 집에서 나올때 예약했던 어머니표 라면을 기다리며 뜨거운물로 샤워하고 나왔다..
이 역시 운동후의 '참맛' 아니던가.. 맛있는 라면에 밥도 말아먹고 배가 부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식기가 무섭게 낮잠이..스르르...

이 날은 아버지와 나와의..부자간의 익스트림라이딩날로 기억될것 같다.
아버지의 연세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심이 눈에 보인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항상 들지만..오늘따라 여운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이 커가는 동시에 부모는 작아진다는 말이 기억난다..
맏아들로써 나에 대한 기대가 표현하시는것 이상임을 알고 있다..
아니..모른다는게 정답이다.. 하지만..이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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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흰둥이가 태어난날..... (by 다리 굵은) 경향신문 2월20일에 나온 사진입니다. (by shkim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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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나도 우리아부지랑 타고 싶은데 ㅠ.ㅠ
  • 아버지와 아들. 거울과 같지만 벗어나고픈 존재인줄 알았죠, 멋지군요 =)
  • 태어나서부터 줄곧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분 계시다는 것만으로 축복인데...
    함께 좋은 운동, 값진 시간 보내시니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부자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멋진 하루였겠어요~
  • 에고 나두 울 아부지한테 효도해야쥐.. 아부지~~~ ㅠ.
  • 저도 아들과함께 항상라이딩합니다. 부자가같이할수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세월이가면 느끼겠지요..
  • 부자간의 정이 아주 두터워 보입니다.^^ 저도 아들이 대학 들어가면 바로 제 자전거 한대를 분양해 주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 멋지네요. 동생이랑 타봤는데.. 힘들다고 투덜거려서.. 아부지랑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좋은 글 입니다 굿!!
  • 아직 이런 아들이 있어 사회가 이렇게 따뜻하고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거네요.
    싸이다마신거 보다 찡하네요.... 좋습니다.
  • 씽~!넘 부럽다.
    저도 늘 혼자타니 좀 심심...
    늘 자전거를 타도 반쪽같은 이 느낌을 뭐라 표현할까~!
    가족중에 아무라도 좋으니 함께탈사람이 있다면 정말좋겠는데(아님 친구라도...)
  • 긴 글은 잘 안읽는 편인데.. 한마디로 감동입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좋은 아버지에 좋은 아들입니다. 저는 딸하나를 키우고 있지만(이제 7살) 그 딸아이하고 이렇게 자전거도 타고 인라인도 같이 타고 하기를 바라고 있지요. 어째든 글 잘읽었습니다. 아버님이 계속 건강하셔서 오래 같이 타셨으면 좋겠네요..
  • 아부지... ㅜ.ㅜ
  • 누가 아부지구 누가 아들이여 ? 아~ 배나오신분이 ....쿡 쿡
    기냥한번
  • 자전거1대가지고 아버지뒤에태우신다음 라이딩해요 !! 아버지랑타고싶으신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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