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지만 금방 싫증나는 물건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로 처음엔 별로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정이 가는 물건이 있습니다. 오래된 제 자전거는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고물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훌륭합니다.
지난주말에 개천을 따라 달리다가 일단의 라이더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멈춰서서 자전거 구경을 하였습니다. 고급 알미늄 자전거는 물론, 카본, 티타늄 자전거까지, 몇백만원씩 하는 자전거를 다들 잡고 있었습니다. 제 자전거를 힐끗 보는 것 같았지만, 뭐 이런 자전거가 있냐는 표정이었습니다.
최신 카본제품의 자전거나 티타늄 자전거에 비하지는 못하겟지만, 이 놈도 나름 멋진 놈입니다. 오래전 모델이고, 또 단종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놈이 더 좋습니다. 남 모르게 나만 즐기는 기쁨이라고 할까요..? 빈티지 애호가들의 맘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프레임 재질이 크로몰리라고, 그냥 "철"같은 것인데, 매우 얇게 버티드 튜빙이 되어 있어서 일반 철티비하고는 느낌이 좀 틀립니다. 무게가 1.6kg대로 기억하는데, 현재 상태로 8.02kg 나옵니다.
싱글스피드는 디레일러가 있을 때보다 짱짱한 느낌이고, 전에 탔던 크로몰리 싸이클보다 승차감이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이 서스펜션 포크 때문인지, 시트 스테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미늄하고는 승차감에서 차이가 납니다.
페달링시 프레임이 힘을 받았다가 튀어주는 탄성은 크로몰리 싸이클과 비슷합니다. 싱글스피드이지만, 언덕도 잘 올라가는 편입니다.(물론 힘찬 댄싱이 필요합니다 - -;;)
이 프레임은 헤드튜브가 1인치입니다. 구형 시드샥은 아직까지도 가장 가벼운 서스펜션 포크 중의 하나이고, 느낌도 괜찮습니다. 락장치가 없어서 약간의 힘 손실이 있지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샥이 잔 진동을 잡아주기 때문에 그립도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안 씁니다. 그립이 없으면 핸들 그립감이 안 좋지만, 깔끔한 걸 좋아하다 보니, 뒷브레이크도 안 씁니다. 앞 브레이크 만으로도 도로에서는 충분합니다.
왈바에서는 꽤 알려진 모델이지만, 실제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샵에서도 이게 무슨 자전거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남들 앞에서 자랑할 만한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남들이 모르는 훌륭한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기쁩니다.
이제는 단종되어서 구하기도 어렵다니 더욱 좋습니다.(이건 무슨 이기심인가... ^ ^;;)
단종되었다고는 하나 리치 타시는 분들이 꽤 계실텐데, 장터엔 영 매물이 안 뜨는 것보니 오래토록 정을 느끼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다들 자기 자전거를 오래토록 사랑하세요.
(자꾸 지름신에 휘둘려 장터에 내 놓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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