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잊고싶지만 잊기엔 아까운 기억

무한초보2006.06.12 02:15조회 수 2965댓글 11

    • 글자 크기


밑에글과 조금 연결됨.

아... 임직각 갔다가 오는길에 쓰리란 기억을 떠올리는 장소가 눈앞에 펼쳐지고야 말았습니다.

전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의경으로 지냈습니다.
그때 훈련을 하던장소가 고양시 어떤 또랑 옆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면서 혹시 그때 그 장소가 지나가는길에 보이지 않을까.. 하며 기대아닌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긴가민가 할것도 없이 바로 '여기다!!!!!!'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진 않고.. 마음속으로 '아... 여기구나' 라며 내심 뿌듯해하며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의경이 안좋은것중에 하나가 바로 훈련시기가 완전 한겨울과 완전 한여름이란데 있습니다.  초여름? 늦겨울? 이런거 아닙니다.
  땀구멍에서 땀이 물총처럼 나가는 한여름에 그 무겁고 더운 진압복, 진압모를 쓰고 방패나 봉을 들고 저 따사로운? 운동장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닙니다.  
  봉황새의알이 쪼그라들어 몸속을 파고드는 한겨울에 역시나 그 두껍기만하고 방한기능없이 모시처럼 시원한?바람이 솔솔불어들어오는 진압복과 진압모를 쓰고 미친듯이 뛰어다닙니다.  옆의 또랑에서는 더 시원하라고 시원한 바람과 시원한 수증기를 뿜어줍니다.

  아~~ 그때의 미칠듯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일사병 걸려 쓰러지면 나중에 군기빠졌다고 혼나던 기억...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잠시 쉴때 하이바를 풀면 땀이 수돗물처럼 쏟아지던 애...13시간 교대없이 뻗치기근무 서던 기억...정말 거짓말이 아니구나란걸 느꼈던, 걸으면서 자던 기억...
  캬~~ 술한잔 해야겠네요.  글을 쓰다보니 자꾸 그때의 개같았던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제정신으론 못쓸듯..

(맥주 사왔음 ㅋㅋ)

  그것도 모르고 애들은 즐겁게 그네를 타고 어른들은 또랑에서 물장구치며 고기를 잡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지낼수 있는건 바로 젊은날에 1~2만원 받고 고생하는 군인과  4~5만원받고 고생하는 전의경이 있기때문입니다.  (전의경은 물품을 사회에서 제값주고 사기때문에 좀 더 받습니다.  결국은 똑같은거죠)

  군대(전의경도 군대라 칭합니다) 얘기를 적으려고 한건 아닌데 혼자 자아도취에 빠져 글이 지 멋대로 흘러가네요 ㅋㅋ

  어쨌든 슬쩍 돌아본뒤 가던길을 갑니다.  원래 가다가  근무했던 서부경찰서쪽도 갈까말까 했었는데 괜히 저길 보고나니 돌아봐야겠다는 신념이 생깁니다.
  어차피 관할지역이 은평구 일부와 서대문구 일부라 지나가야 하는 길이라서 따로 힘 뺄 일도 없습니다.

  불광역에서 시작되는 구역.. 옛 기억을 더듬더듬 되살려 서부경찰서쪽으로 향하는데.. 어라...???
  저녁이라 어두운것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나서 그런지 건물도 너무 바뀌었고 도무지 알아볼수가 없네요.  물론 제 뉴런이 손가락으로 셀만큼의 숫자밖에 없어 그렇기도 합니다...;;

  안바뀐건 사거리, 오거리 그리고 관공서정도 밖이네요.  그렇게 후졌던곳이 이렇게 많이 발전했을줄이야.  지도를봐도 현재위치를 모르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대강 방향을 정해서 밟다보니.. 아하~ 역시 몇몇군데 기억나는장소가 보이네요.  띄엄띄엄 기억들을 연결하다보니 어느정도 지도가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수도없이 다녔던 곳이지만 뚜렷하게 기억이 남아있질 않네요. 60% 정도의 기억만으로 찾아가다보니 드디어 2년2개월동안 몸바쳤던곳이 나타납니다.


서! 부! 경! 찰! 서!

신기하게도 경찰서는 안변했군요.
가슴아픈 추억을 많이 간직한 닭장차...
그리고 뒤편의 식당개구멍을 보니 가슴이 짜릿해져옵니다.   제길.
낮이었으면 잠시 견학차 들어갔다 오고싶은데 밤이늦어 그냥 참습니다.

아프고 더러웠던 기억들을 뒤로하고 방범순찰하며 돌아다녔던 길들을 돌아봅니다.  지나갈때마다 '아~ 저건물'  '아~저게 아직있구나'  '아~저기에 짱박혔었지' 이러면서 추억을 더듬어갑니다.

그때 그토록 먹고싶었던 모X내 설농탕... 그 식당이 아직도 있네요.  옆으로 수시로 지나다녔지만 절대 들어갈 수 없었던 모X내 설농탕... 그때 지나다녔던 길을 살펴보니 그때 흘렸던 침자국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안그래도 배고파서 식당을 찾던터라 생각않고 바로 들어갔습니다.  '설농탕 하나요!'

캬~~  혼자 괜히 기분좋아집니다.   자전거타고왔던터라 두건메고 쫄바지입고 이상한 복장으로 들어오니 식당안의 사람들이 다 쳐다보지만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괜히 더 당당한 기분.  여러분들은 못느끼실겁니다.  그 기분을 ㅋㅋ
만약 그때도 이걸 먹었다면 지금 이 기분은 못느끼겠죠..

국물한방울 없이 깨끗이 비우고 기분좋게 출발합니다.   배불러서 속도는 못내지만 내심 기분은 좋네요.


아~~ 혼자 너무도 싱송생송한 기분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 글자 크기
나의 로시난테....(사진 좀 많습니다.. ^_^;;) (by 멋대루야) 미니 스커트 아가씨의 계단 타기 (by 디아블로)

댓글 달기

댓글 11
  • 캬 소주한잔~생각나네요
  • 남자에게 있어 군 생활은 지워지지 않는 추억거리입니다.
    제대한 지 26년이 되어 가지만 아직도 기억은
    군대생활 할 때와 별로 틀려지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군 생활하던 사진이나 찾아 봐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전경 나왔는데요 글은 읽다보니 잊고 살았던 옛기억들이 생각나네요
  • 쌍팔 전후...
    그땐 데모도 참 많이 했었는데...
    에구 글을 읽다보니 전경(564기)으로 한 군 생활이 생각나
    가슴이 답답해져 오네요.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 오래된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네요.
    짜박~~ ^^
    한 여름 땡볕에서 방독면 쓰고 뺑뺑이 치면 얼굴에 묻는 검은 고무...
    저는 32개월 복무했습니당. - -;;
  • 564~~~기;;;아놔 증조할배 이상이시군요;;;;;;;;;; 전 2459 기,,,,반갑습니당;;;
  • 앗 저기 그네있는데 저희집 근처내요. 1번국도 필리핀 참전탑 앞에 맞죠?
  • 18입니다
    그시절 기대마 타고 진압가던 생각이 나는군요...

    진사복 입구 깨방들고 무슨이유인지도 모르고 뛰어다니던 시절 생각하면서

    담배 한개피 물게되는군요...

    지금도 기억나는 거1300 31중대
  • 저도 이번 여름에 경기도에 근무 했던 부대와... 유격행군로 라이딩 할려구요...^^

    글 읽으니 짠~ 하네요..
  • 저도 학교다닐때 서부경찰서 앞을 뺀질 나게 지나 다녔습죠.. 뭐 사고쳐서 간건 아니고 ㅎㅎ 아 근 15년전 얘기네요
  • 그다지 생각 하고 싶지않은 기억....민주화다.뭐다..에공...아시안게임.올림픽...
    전 의경 38기 입니다 이그.....지금은 전재산 30마넌 가진 사람 과 친구인 보통사람 지낸....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