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대로 된 스노우라이딩을 한 적이 없어서
아침부터 소풍가는 아이마냥 가슴이 설레어 서둘렀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어 꽤나 호젓했는데
임도가 있는 능선에 끌바로 도착하니
산림감시차량임직한 차가 다닌 궤적이 있더군요.
늘 문명이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이미 그 문명 속에서 태어나 타성에 젖은 것인지
아니면 편리함을 추구하는 나약한 본성 탓인지
자전거의 진행 방향으로 강력히 맞서서 도전해오는
켜켜이 쌓인 두터운 눈을 피하여
차량들이 남긴 궤적을 따라 오르는 절 보았습니다.
위선이란 혐의를 씌워도 할 말이 없는
그런 이율배반은 궤적 아래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날씨 치고는 터무니 없이 미끄러운 얼음판의
혹독한 비판을 결국 피하지 못했습니다..ㅠㅠ
수없이 미끄러지고 자빠지질 않나,
내리막인데도 앞2단 기어가 힘들어 1단 기어를 사용하질 않나,
그렇게 악전고투 댓 시간을 달리다 보니
둘은 점점 눈사나이가 되어갔습니다.
"아이고 청죽님..이제 어깨까지 다 쑤십니다..크핫"
"밤에 꿍꿍 앓을까 무섭소...
마누라가 놔멕이길 포기하고 붙들어매면 큰일입니다.쩝"
"그나저나 제대로 스노우라이딩 한 번 했습니다."
"눈 밑에 저렇게 맨질맨질 결빙이 된 걸 사전에 알았더라면 안 왔겠죠?"
"ㅋㅋㅋ 물론이쥬..그래도 재미 있었습니다"
"저는 말유..
근자에 들어서 오늘처럼 재미 있는 라이딩은 첨유^^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 꼭 만화영화 톰과제리에 나오던
괭이 꼬락서니 같았습니다.ㅋㅋㅋ
빙판으로 내몰려 도망치던 고양이가
맞은편에 제 잡으려고 나타난 사람을 피해
방향을 틀어서 열심히 뜀박질을 해 보지만
결국 미끄러운 빙판 때문에 관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 잡으려는 사람이 있는 쪽으로 그대로 주욱~~~ㅋㅋㅋ"
"그래도 청죽님과 제가 아직은 창창한 나이니
선뜻 이런 곳을 타려고 나서는 거 아니겠습니까..하핫..
더 열심히 탑시다."
도로 업힐 5km, 임도 14km를 탔는데
본시 화야산 임도가 아주 마일드한 코스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소복하게 쌓인 눈 아래에
내리면서 녹은 물이 곧바로 결빙됐는지
평지에서도 끌바를 해야 하는 곳이 많더군요.
별 거리는 아니었지만 종일 탄 느낌입니다.^^
그래도 잔차가 좋고 눈이 좋고 겨울이 좋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