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어울리는 갑장님이 호기심이 이만저만한 분이 아니다.
늘 올라다녀서 익숙한 지형일지라도 요새는 힘들어 죽겠는데
"오늘은 개척해야죠?"라는 말이 오늘도 예외없이 떨어졌다.
'설마 먼저처럼 최악의 길이야 나오려고'하면서 내심 기대를 가지고
갑장님의 제의에 또 응했으나 결과는 매일반이다..으흑흑
오늘은 정상까지 99% 멜바와 끌바. 그래도 내려올 때는 좀 탔다.
"청죽님!"
"왜요!!!"
"여기 끌고 내려오시면 담부터 안 데리고 다닐 겁니다"
예전에 어떤 소심한 총각이 수십 번 결심한 끝에
마음에 둔 아가씨에게 어느날 처음으로 말을 걸었단다.
"저..아가씨 혹시..시간..."
그러나 소심한 총각의 말이 미처 떨어지기도 전에
"없는데요?"
하고 아가씨가 매몰차게 대답했단다. 그러자 소심 총각 왈,
"흥! 잘 됐네요..나도 시간이 없는데"
'그 소심 총각이 혹시 나는 아녔나 모르겠다ㅋㅋㅋ ㅡ.ㅡ'
끌고 내려오면 떼놓고 다닌다는 갑장님의 말에
소심 총각처럼 처량한 객기인지 불쌍한 오기인지가 발동하여 속으로
'헉?....아니..그럼 저만 심심할 텐데 뭐..?'
하며 속으로 궁시렁거리는 와중에도 입만 살아서
"내가 사실 담력이 약해서 그렇지 기술 면에서는 갑장님보다야 훨 낫잖우?"
"그럼요 백번 낫죠.ㅋㅋㅋ"
그러나 백번 낫죠의 뒤에 오는 'ㅋㅋㅋ'가 그 말에 대한 믿음을 앗아간다. 된장.
앞에서 앞만 보고 내려가는 것 같지만 쫑긋거리는(엥?) 갑장님의 귀와
뒷매무새를 보면 뒤따르는 내가 끄는지, 타고 내려가는지,
아니면 넘어지는지 성능이 뛰어난 레이더망처럼 뒤를 꿰뚫어보기 때문에
이 국민새가슴은 어쩔 수 없이 타고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실력이 몇 수 위인 갑장님을 그냥 따라다니면서 보는 것 만으로도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도 개척은 싫어요. 아이고~ 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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