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가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한낮의 열기는 초여름을 방불케 한다.
마음먹은 대로 잔차질이 안 돼서 한 달여 쉬니
도정산 업힐이 저으기 걱정이 되었는데
"까짓 힘들면 터덜터덜 끌고 올라가죠 뭐"
하시는 동행의 처방에 용기를 내서 나섰다.
이 찬란한 생명의 기운을 보라!
생명의 윤회는 늘 한결같고 정확하다.
덧없는 인간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겨우내 앙상하게 메말라 죽은 듯 보이던 가지에서
여리게 돋아나는 생명의 기운은 다만 경이롭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어 또다른 생명의 밑거름이 되듯
도정산을 푸르게 장식했던 흔적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
이렇게 다른 생명을 위한 조력이 된다.
범사에 감사해야 함을 때때로 잊고 살지만
기나긴 겨울을 보낸 뒤의 아름다운 생명의 극적인 탄생은
감사함을 넘어 숙연함마저 갖게 만든다.
'감사합니다'
봄이면 산에 올라 진달래 꽃을 따서 먹곤 했는데
아직은 황량한 산에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가 더할 수 없이 반갑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버리고 떠나는 임을 향한 애절함과 원망이 가득한 김소월의 시에서
진달래꽃은 슬프도록 처연하고 아름다운 소품이었지만
막 피어오르는 꽃망울은 다만 바라보는 것으로도 슬프도록 아름답다.
"아이고 좋아라."
"아이고 신난다."
업힐을 하며 숨이 가빠 답답하기 그지없던 조금 전의 고통은
자전거가 앞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씻은 듯 사라지고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아마도 업힐의 고통이 있었기에
다운힐의 상큼함이 배가된 것이리라.
(이냥반이 때때로 도를 닦으셔서 업힐을 잘 하시는 것일까?)
(헬멧을 보니 요즘 도사는 춘곤증을 못 이겨서 졸다가 곧잘 떨어지나 보다. 켈켈)
역시 뜸한 잔차질은 너무 힘들다.
도정산 풀코스를 탔더니 조금 힘들었던지
집으로 돌아오니 여기저기 쑤셨지만
덕분에 잠을 아주 곤하게 잘 잤다.
에고 얼렁 체력을 다시 길러야지
나는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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