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 싱글을 함께하신 스머프님.
처음 싱글코스를 탈 무렵엔,
"청죽님! 저 돌탱이길로 다운힐하세요. 사진 좀 찍게"
"헹! 미쳤수?"
"아이고! 애들처럼 때려서 가르칠 수도 없고 큭큭"
비록 내가 시건방지기 이를데 없던 제자였지만
몇 달이면 하산해야 할 수업을 몇 년째 들었으므로
이제 고산님 내려가는 곳은 눈을 질끈 감고 간신히 따르게 됐는데
고산님께 신삥 제자(스머프님)가 생겼나 보다. 푸헬헬.
시건방졌던 나와 다르게 이 신삥 제자는
사부의 말에 조금도 망설인다거나 거부하는 일이 없다.
물론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조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렇게 조심하는 습관이 좋은 거라며 사부는 아량을 보인다.
(가만? 잘 생각해 보자..이냥반이 내 때도 그랬던가?)
아무튼 그럼 이제 난 퇴학을 각오해야 하나?
간다간다 하면서 아이 셋 낳고 간다는 말도 있으렸다?
내 질기게 물고 늘어져야지. 죽어도 하산 못해.
▲결정적인 대목에서 삐리리..ㅋㅋ 결국 새 배터리를 사셨단다.
▲저 아래 보이는 저수지가 마곡 저수지라고 하셨나? (에구 벌써 까먹었당)
아무튼 자주 지나다니는 불곡산 저수지인 줄로 알고 무려 5년여를 다녔으니
이 정도 방위 지각 능력을 가지고 집을 찾아 기어들어가는 걸 보면 참으로 용타.
▲뒷편의 푸르른 청솔은 가을이나 겨울이나 여름이나 봄이나 늘 같은 모습이다.
인간사도 이와 같아서 조변석개하지 말고 늘 한결같아야 하리라.
▲이미 앞서 간 엔진 튜닝차(고산님 51세) 말고 앞에 가시는 중고차(45세)를 따라가는
꼴찌 고물차(청죽 51세) 업힐하면서 체력을 아끼려고 요리조리 요령질이다.
한 달 쉬다가 이제 4차 출격, 조금 나아진 듯도 한데, 헥헥.
▲삐질삐질..(날 떼놓고 다 어딜 간 겨)
▲'저런 곳은 끌고 올라가야 되는 곳 같아' 그러나 늘 통념을 깨뜨리는 고산님.
나도 엔진을 갈던가 해야지. 어디 야매로 싸게 가는 곳 없나?
"산에만 오면 내려가기 싫어집니다."
비록 잠시지만 산에 올라 세상사 먼지를 떨어낸다.
아직 잎이 돋아나지 않은 활엽수 사이로 비치는
눈부시게 하얀 구름을 동공에 담으며 페달을 밟노라면
지극히 맑은 대기를 투영하는 푸른 하늘이
옷자락 사이로 스며들어 숨는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듯
조금은 시린 듯 시원하다.
'위이이잉'
바람이 참 많이도 불었다.
그 많이 부는 바람 속에서도 해변에 커다란 너울이 들이치듯
갑자기 강풍이 이따금씩 휘몰아치곤 했다.
"자! 강풍 도착합니다!"
강풍에 일렁이는 메마른 가지와 낙엽들의 신호음으로
능선 아래서 강풍이 몰려오는 걸 깡촌 출신인 셋은 사전에 안다.
자전거가 옆으로 휘청인다.
그러나 이 바람은 푸르던 한여름을 정리하고 생명을 다하던
늦가을의 을씨년스럽던 바람과는 사뭇 다른 바람이다.
겨우내 잠자던 미물들과 식물들의 생명을 흔들어 깨우는 신호다.
갓 겨울을 보낸 라이더들까지 덩달아 바람에 깨어난다.
기압이 낮은 저녁, 굴뚝을 비집고 올라온 밥짓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뒤울안을 돌아 온 마당에 깔리듯
봄의 향기가 지천에 깔리기 시작한다.
겨울이 또 저만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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