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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산

靑竹2009.05.15 00:04조회 수 252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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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내린 비로 개울이 꽤 불었다.








비에 불어난 물 치고 무척 맑다.
자연은 할 수만 있으면 고스란히 후대에 물려주는 게 가장 좋다.









불어난 물이 요동을 치니
흔하던 꺽지들이 모조리 숨었는지 입질이 통 없었다.
비록 고기는 물지 않았어도
불규칙하게 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짙푸른 녹음이 간간이 낚싯줄에 걸렸다.







  

산 이름을 모르겠다.
연천군 신서면 어디쯤이란 것밖에는..
시종 오르막만 있는 임도던데 꽤 높이 올라갔다. 헥헥.
금악산 같기도 하고 고대산 줄기 같기도 한데
정확한 산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워
그냥 무명산이라고 부르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기사 다르게 부른다고 영원처럼 여기 자리해온 산이 뭐라고 탓하길 하나,
어디로 가기를 할까. 산은 늘 그대로다.
















아름답다.
한국의 산하가 언제부터 이렇게 푸르고 무성해졌을꼬?
어릴 때만 해도 대체로 뻘겋게 헐벗은 모습이라
열심히 식목을 한들 이런 날이 올까 했는데 말이다.
땔감의 대체가 한몫한 건 아닐까?
예전에 동네 어르신들이 땔감으로 생솔가지를 베다가 적발되어
가끔씩 지서로 끌려가시곤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나를 찍은 사진과  똑같은 설정으로 찍은 동행의 사진을
시원찮은 찍사가 위치 선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모조리 버렸다.
나같은 맹꽁이는 그저 auto로 놓고 찍어야 겨우 낭패를 면한다.










(많이 날씬해진 것 같기도 하고..ㅡ,.ㅡ)











도시 인근의 야산과는 사뭇 다른 강렬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산이 깊어 그런지 나무인지 풀인지 향취가 강렬합니다"

"음흠흠..어디 보자..백 년 이상 된 산삼 냄새에..다리통 만한 더덕 다수에.."

"에이~얼렁 올라갑시다."

















빠르게 흐르는 물에 담근 발바닥 아래의 모래가 물에 쓸려 귀퉁이부터 허물어지듯
4~50대 중년들이 설 땅도그렇게 자꾸 허물어져가는 듯하다.
그러나 고생 경험이 비교적 적은 젊은세대의 좌절이 더 걱정이다.

"입에 풀칠이나(풀칠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하고
식구들 몸 건강하면 뭘 더 바라겠습니까"

진작에 욕심을 버린 50줄에 접어든 두 중년들의 뒤로 파란 바다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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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그 무명산이란게 바로 계룡산이군요... 마지막 사진을 보니 딱 들어 맞습니다 ㅋㅋㅋ~~~~^^;
  •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에 따라서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가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시원한 바람이나
    떨어지는 한 잎 낙엽에도
    낭만이 있음을 느끼는 듯 한데

    도시 출신이거나
    나이가 어릴 수록 그저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더군요.

    없는 시절에 태어 났지만
    그래서 자연을 더 가까이 두고 지냈고
    그게 마음의 여유로 가라앉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하천 참 탐나는군요.
    저희 동네 주변엔 강은 있어도
    저런 냇물은 거의 없다시피한데
    거침없이 흐르는 도도한 물길 가운데
    힘이 느껴집니다.

    우리 세대,
    사진찍(히)는 것엔 익숙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ㅎㅎ
  • 靑竹글쓴이
    2009.5.15 07:53 댓글추천 0비추천 0
    쌀집잔차님 어찌 아셨나요? ㅋㅋㅋ

    어려선 꿈을 먹고 살고
    나이가 들어선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촌에서 나고 자란, 더구나 도시로 나갔던 이들에겐
    밟는 흙, 디디는 돌 하나하나가 다 추억이죠.

    그래도 선비님께서야 찍히시는 것만 서투시지
    찍는 일은 재주가 있으시잖습니까? ㅎㅎㅎ

    두 분,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 계롱산에는 저런 바위가 없죠
    아마도 지리산 어느 골짜기가 아닐까요(도사님 ㅎㅎㅎ)
    살이 빠진게 아니라
    보기 좋읍니다 헤헤헤
  • 앉아서 사진 찍으실때 의도적으로 다리에 힘주신 모습이 보입니다...

    힘주신 효과가 있네요....

    이크... ==================333333333333333
  • 인자요산님...............그런건 못본척 하심이~~~~~
  • 靑竹글쓴이
    2009.5.15 21:17 댓글추천 0비추천 0
    분장실 꽝선생: "니들이 고생이 많다."

    靑竹: "선생님! 제 편이 하나도 없어요."

    분장실 꽝선생: "놔 둬라, 요즘 애들이 지게질로 저런 알통을 키워를 봤겠니,
    사이비 도사에 속아 숟가락몽댕이까지 세간살이 몽땅 갖다 바치고
    마누라에게 쫓겨를 나 봤겠니."

    靑竹:"잘 들어 이거뜨라~! 우리 땐 보톡스알통 대신
    지게작대기로 패서 퉁퉁 부은 알통이 유행했어 이거뜨라."
  • 물 색
    산 색
    글 색
    물과 산과 글이 애무하듯 서로 어울리니 그 경계 구분이 쉽지 않군요.
  • 청죽님 헤어스타일에서 포스가 느껴집니다..
    장문의 글에 한줄 댓글 달기가 뻘쭘하네요;;ㅋ
  • 청죽님이 화나셨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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