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걸쳐 내린 비로 개울이 꽤 불었다.
비에 불어난 물 치고 무척 맑다.
자연은 할 수만 있으면 고스란히 후대에 물려주는 게 가장 좋다.
불어난 물이 요동을 치니
흔하던 꺽지들이 모조리 숨었는지 입질이 통 없었다.
비록 고기는 물지 않았어도
불규칙하게 부는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짙푸른 녹음이 간간이 낚싯줄에 걸렸다.
산 이름을 모르겠다.
연천군 신서면 어디쯤이란 것밖에는..
시종 오르막만 있는 임도던데 꽤 높이 올라갔다. 헥헥.
금악산 같기도 하고 고대산 줄기 같기도 한데
정확한 산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워
그냥 무명산이라고 부르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기사 다르게 부른다고 영원처럼 여기 자리해온 산이 뭐라고 탓하길 하나,
어디로 가기를 할까. 산은 늘 그대로다.
아름답다.
한국의 산하가 언제부터 이렇게 푸르고 무성해졌을꼬?
어릴 때만 해도 대체로 뻘겋게 헐벗은 모습이라
열심히 식목을 한들 이런 날이 올까 했는데 말이다.
땔감의 대체가 한몫한 건 아닐까?
예전에 동네 어르신들이 땔감으로 생솔가지를 베다가 적발되어
가끔씩 지서로 끌려가시곤 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나를 찍은 사진과 똑같은 설정으로 찍은 동행의 사진을
시원찮은 찍사가 위치 선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모조리 버렸다.
나같은 맹꽁이는 그저 auto로 놓고 찍어야 겨우 낭패를 면한다.
(많이 날씬해진 것 같기도 하고..ㅡ,.ㅡ)
도시 인근의 야산과는 사뭇 다른 강렬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산이 깊어 그런지 나무인지 풀인지 향취가 강렬합니다"
"음흠흠..어디 보자..백 년 이상 된 산삼 냄새에..다리통 만한 더덕 다수에.."
"에이~얼렁 올라갑시다."
빠르게 흐르는 물에 담근 발바닥 아래의 모래가 물에 쓸려 귀퉁이부터 허물어지듯
4~50대 중년들이 설 땅도그렇게 자꾸 허물어져가는 듯하다.
그러나 고생 경험이 비교적 적은 젊은세대의 좌절이 더 걱정이다.
"입에 풀칠이나(풀칠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하고
식구들 몸 건강하면 뭘 더 바라겠습니까"
진작에 욕심을 버린 50줄에 접어든 두 중년들의 뒤로 파란 바다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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