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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하게 놀다 왔습니다.

tuinha2006.08.15 22:34조회 수 1007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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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 “13일이 친척 제삿날이고 14일에는 동사무소의 어떤 서류를 떼러 가야 된다.”는 그럴듯한 구라를 쳐가며 만든 4일간의 연휴였다.

“그 서류가 뭔가?”라고 묻지 않아주신 교수님께 너무나 감사하며, 나는 12일 아침 4시30분에 인천을 출발했다. 나의 유일한 길동무였던 “다오”와 함께. 어두운 새벽을 뚫고 어느덧 여의도에 도착.

예상대로 일찍부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흐음……. 그런데, 왜 이렇게 안개가 짙게 낀 것일까? 축축한 공기를 가르며 천호대교에 도착해보니, 어느 할아버지께서 태평소를 불고 계셨다. 아마, 애국가나 아리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천호대교 위에 올라가 자전거 상태를 보니, 왜 이렇게 먼지들이 이렇게 많은지, 정말 서울 공기는 저질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잠깐……. 자전거에 먼지가 이렇게 많으면, 이 먼지들을 내가 마시면서 여기까지 온 건가??? 건강을 위해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을 소리 없이 두 번 죽이는 서울시가 너무 밉다.

어쨌든 하남까지는 사고 없이 도착했다. 이제 팔당대교로 가는 길. 그 삼거리에서 나에게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소리를 질러서 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라고 친절히 말씀해주신 어느 사이클 라이더가 너무 고마웠다. 앞을 잘 안보고 운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앞날을 조금은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고……. 팔당대교를 건너고 있으니 차들이 막혀 있었다. 나는 이럴 때가 너무 기분 좋다. 다들 천천히 가는데, 나 혼자만 달릴 때!

계속 가다보니 작년에 들렀던 휴게소가 나왔다. 그리고 작년처럼 해태(?) 조각상 위에 헬멧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내 정신연령은 전혀 성장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던 짓 또 하고, 하던 짓 또 하고, 하던 짓 또 하고…….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덧 홍천 휴게소. 날씨가 덥긴 더웠다. 사진 찍는데, 뒤의 여자의 짜증 100%인 얼굴도 함께 찍혔다. 역시 놀러가는 것은 자전거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작년에 개소주를 얻어먹던 어느 굴다리 밑을 또 지나가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그 다리 밑에 가보니 역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물 있습니까?”라고 물어보았고, 그들은 “예, 거기 밥도 있고, 김치도 있고, 닭고기도 있어요. 마음껏 드세요.”라는 답을 했다. 물 말고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긴 했지만, 역시 공짜라는 것은 사람을 언제나 설레게 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홍천에 도착했다. 나름대로 일찍 왔다고 생각하고 방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잠은 편히 자야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숙을 호랑이보다 더 싫어한다. 그런데, 방이 없다! 어쩌나? 연휴의 시작 날이라 방이 없단다.

결국 “홍천에서 내가 아는 가장 가까운 찜질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 곳은 바로 춘천. “춘천”님의 본고장 “춘천”. 표지판을 보니 대략 30km……. 까짓것, 달려주마.

5번 국도는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중간에 “오르막길 1km”라고 적힌 표지판 때문에 너무 짜증났다. 그 표지판에서 약 10m 뒤에 “춘천 18km”라고 적힌 또 다른 표지판이 있었는데, 오르막길을 다 올라와보니 “춘천 16km”라고 적힌 게 아닌가?! 뭐야??? 오르막길이 2km이었어? 이제는 표지판까지 나한테 구라를 치다니! 원창고개에서의 “표지판 구라”는 더 어이가 없었다. “오르막길 50m”라고 적혀 있었다. 눈으로 딱 봐도 1km가 넘는데?! 자전거 여행자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표지판은 좀 고쳐줬으면 한다.

춘천에 도착하여 내가 찾은 곳은 “춘천온천”(http://www.ccspa.co.kr/)이었다. 강원도에서 아는 찜질방이 그때까지는 그 곳 뿐이었다. 도착해서 씻고, 빨래하고, 감주(식혜)먹고 정신없이 12시간을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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