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선수들의 마지막 옷, 모든 옷을 다 벗어도 남아있는 옷, 즉 문신과도 같은 것이 바로 구릿빛 피부입니다.
나도 구릿빛 피부에 대해서는 늘 걱정입니다. 몸을 태우기 위해서 10분 동안이나 태양 아래 드러누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끔찍한 고문입니다.
자전거는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라 종종 햇볕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햇볕을 피하려고 해도,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살갗을 태우게 됩니다. 자전거 선수들은 팔 가운데부터 장갑을 끼는 곳까지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습니다. 하지만 왼쪽 팔에서 시계를 차는 부위는 하얗게 그을려 있습니다. 특히 태양은 자전거 선수들의 머리에서 목 부분을 뜨겁게 달구어 놓습니다. 모자라도 쓴다면 오베르뉴의 농부처럼 이마만 하얗게 될 것입니다.
어느 여름날, 친구 래미와 나는 알프스 지도를 따라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제네바에서 이조르, 바르, 알롱, 베르동을 거쳐서 생트로페즈까지 가면서 도중에 있는 고개를 모두 넘었습니다. 이 여행 동안, 우리는 햇빛을 포식하면서 살을 태우고 또 태웠습니다.
오후 늦게 생트로 페즈에 도착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지중해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요. 우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구릿빛 피부를 거의 숭배하던 그지방에서 몸통은 희고 팔다리는 새까만 두 명의 건장한 사나이는 충분히 수다거리가 될 만했고, 사람들은 서로 밀치면서 우리를 구경하고 싶어했습니다.
나는 자전거를 탔다는 표시인 구릿빛 피부를 겨울 내내 간직했습니다.
그것은 나의 또 다른 피부였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부끄러움도 자랑스러움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단지 나의 일부로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처음으로 햇살이 좋던 날, 나는 또 다시 일광욕을 즐겼습니다. 내가 수영장에 있던 어느 날, 나를 발견한 아들 녀석이 놀랍다는 듯이 말하더군요. "아니 아빠, 자전거 잃어버렸어요?"
조용히 지낸다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더군요.
- 내 인생의 자전거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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