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술땜에 동호회 정모에 못가서 혼자 돌아다니다
우연히 뵙게된 어르신 사진을 찍게되었습니다.
잔차 타고 지나쳐 가시는데 어르신 표정이 아주 기분이 좋아보여서
잔차 돌려 따라 가서 실례를 무릅쓰고 사진을 찍었드랬죠.. ^^;
저: 어디 멀리 가시나봐요?
어르신: 아녀.. 그냥 볕이 좋아서 나온김에 저~서 저~~꺼정 돌아볼라고...
저: 힘들지는 않으세요?
어르신: 힘들긴 뭘.. 논일할땐 이거 맨날타고 댕겼어..
이제 논일 안항께 슬슬 댕기는거여..
저: 이 자전거는 오래 타신건가봐요?
어르신: 이거? 글씨.. 오래타긴 혔는데 얼마된지 몰르겄네..
나이 묵어서 그릉가.. 허허..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여쭈어보니 뭘 나같은 늙은이를 찍냐고 하시면서
수줍어 하시는 모습이 왠지 정감이 가더군요.. ^^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지 주름도 많으시고 치아도 성치 않으셨지만
그 웃으시는 모습은 참 밝아보였습니다.
잠시동안 얘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평생 농사 지으시다가 자녀분들이
하도 말리기도 하고.. 농사 지어봐야 자꾸 빚만 늘어가서 몇해전에
그만 두셨다고 하시더군요.
넘들처럼 떵떵거리고 살진 못혔어도 내땅에서 내가 농새지어 묵을때가
질루 좋았지.. 허허..
하시던 어르신.. 참 욕심없이 사신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이 보인다고 하죠.
저도 그 어르신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을때 그 어르신처럼 밝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잠시동안 나눈 얘기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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